신문의 종말, 신문은 어디로 가야 하는가?
남해시대와 이웃인 뉴스사천이 2023년을 끝으로 종이신문 발행을 중단했다. 미리 알고 있었지만 지면으로 보니 깊은 생각에 잠긴다. 2024년부터 뉴스사천은 신문지면 대신 인터넷 누리집을 통해 언론활동을 이어간다. 그나마 다행이다.
신문사에 입사하면서부터 종이신문의 위기, 종이신문의 종말 등 온라인으로의 전환을 들어온 터라 한국언론진흥재단의 다양한 교육과 신문과 방송, 언론에서 다루고 있는 다양한 소식을 담은 월간지 <신문과 방송>을 읽으면서 많은 고민을 해왔다.
이 위기를 어떻게 벗어날 수 있을까? 좁게는 남해시대는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가? 넓게는 종이신문은?
거창한 답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이들을 위해 미리 말하자면, 시대의 요구이고 흐름이라 답은 없다. 그저 좋은 기사를 만들어내는 게 지금 내가할 수 있는 일이다. 그러면서 새롭게 등장하는 AI, Chat GPT 등 흐름을 놓치지 않고 주시하고 있는 것. 즉 계속해서 변화를 읽고 공부를 해야 하는 게 결론이다.
그렇다고 종이신문의 경쟁력을 위한 시도를 아예 하지 않은 건 아니다.
이런 고민을 할 때마다 “종이신문은 매체로써 어디에서 무엇으로부터 배울 수 있는가?” 스스로에게 물었다. 당장 떠오른 것은 잡지. 그렇다. 나는 수년 전부터 신문의 잡지화를 주장해왔던 사람이다.
여러 전문잡지들을 보면 소재를 어떻게 표현하느냐에 달려있다. 글자에 색도 넣어보고, 글씨체도 바꿔보고, 사진도 키워보고, 꼴라주도 해보고, 사진만 옆으로 눕혀보고, 대각선으로도 편집해보고 여러 도형을 넣어보기도 했다. 이러한 시도는 수상이라는 나름의 보상이 있었지만, 근본적인 대책은 아니었다.
그래도 독자들의 눈길을 끌 수 있는 강렬한 색상과 사진 등 기획기사 연재는 계속해야 한다는 건 아마 변함없을 것이다.
이런 시도가 근본적인 이유가 아닌 것은 결국 좋은 기사, 읽을거리가 없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언론이 썩어서 그렇다”라고 하는데, 그럼 반대로 권력에 아부하고 광고주에만 충성하는 언론을 손절하고 소위 건강한 언론을 구독하고 후원할 만큼 국민들은 성숙한가? 그렇지도 않다.
이 점을 동의하기에 편집방향은 최대한 기관에서 나온 보도자료나 지역신문이라서 보도해야 한다는 이상한 관행적인 기사들을 배제하려고 한다.
그러나, 지역신문이니까 또 보도를 할 수밖에 없다는 선배들과 신문 구독층이 고령화된 이 상황에서 그런 소식마저 싣지 않으면 구독해지, 광고 미배정 등으로 협박하는 상황에서 갈등은 깊어져만 간다.
어디 그뿐인가? 안 좋은 소식을 보도하면 당사자는 곧바로 구독해지 해버린다. 물론 존중한다. 기분이 나쁘고 본인 입장에서 억울할 수 있겠지만, 그런 원인은 본인이 제공한 것이라는 걸 망각하는 경우가 많기에 안타까울 따름이다.
과연 언론인가 동네 소식지인가? 아마 지역신문은 둘 다 포함하고 있는 게 맞을 것이다. 언론이라는 틀 안에서 공정성과 전문성을 요구받으면서 때로는 친숙함도 가지고 있어야 하는 지역신문이라는 숙명. 가끔 속으로 욕을 할 때가 있다.
인류가 존재한 이후로 어떤 시대든 수도가 있고 중앙정부가 있던 곳은 마지막에 무너졌다. 그 말을 신문에 적용시켜보면, 지역학교들이 먼저 문 닫는 것처럼 지역신문들 마찬가지이다.
5년 넘은 이 고민의 끝에 또 하나의 문제점은 인간이라는 종족에 대한 근본적인 구조로부터 출발한다. 참고로 필자는 인간은 본래 부정적이라고 보는 입장이다.
대부분의 인간은 복잡한 것보다 단순한 것을 좋아하고 편안함을 좇으면서도 때로는 스스로를 다그치기도 한다. 술, 담배, 도박 등 이런 것뿐만 아니라 중독될 수 있는 모든 행위가 그렇다. 그렇기에 편안함이라는 달콤한 중독에서 쉽사리 벗어나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
신문을 안 보는 이유도 근본적인 이유는 활자를 안 읽는 인간의 편안함에서 비롯된다고 보고 있다. 신문뿐이겠는가? 잡지, 책 등 활자로 된 A4용지 한 바닥도 안 되는 짧은 안내문도 제대로 안 읽고 엉뚱한 소리를 하거나 질문하는 사람이 많은 현 시대이니 더 말할 필요가 있는가 싶다.
나아가 활자 기피현상은 문해력 저하로 이어진다. 심각하다. 어른들은 문맥과 의도를 모르고 자기가 아는 게 전부이고, 아이들은 단어의 뜻을 몰라 한글을 해석해야 하는 시대에 도래한 것이다. 활자를 안 읽어도, 인간이 존재하는 한 글은 사라지지 않을 텐데 말이다.
영상 매체에 익숙해진 인간은 마치 마약에 빠진 것처럼 도파민에 중독돼 잠들기 직전까지도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지 않고 있다. 그래서 나는 의도적으로라도 책을 보려고 노력한다. 쉬운 책부터 말이다. 도파민 중독과 활자 기피현상에 대해 얘기하려면 별도로 글을 써야 하니 다음으로 기약하기로 하고.
신문밥을 먹고 있는 이상 이러한 고민과 대안 제시 시도는 계속 될 것이다. 그게 내가 가진 여러 책임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영상으로 쏟아지고 있는 도파민 중독 시대에서 지역신문이 살아남는 방법은 무엇일까? 살아남지 못하면 어떻게 새로운 시대에 연착륙해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