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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형준 Jun 05. 2023

소요산고

흔하디 흔하지만 그 속은 깊은 방이 여러 개

아내가 늘 목이 자주 붓고 아프다고 한다.

월경 직전은 대부분이 그렇지만 짜증이 가득 차있다.

이 때는 내가 한의학의 현맥(弦脉)을 정확히 공부할 수 있는 시간이다.


이러저러한 증상 문진을 한 뒤, 혀와 맥을 검사했다.


설질(tongue body): 홍점(红点), 설첨 홍점, 치아 자국

설태(tongue coating): 얇으며 흰색과 황색이 혼재


맥진 우측: 깊이 누르면 힘이 없음.

                  -부현삽장/ 관-부삭현세 / 척-현삽삭

맥진 좌측: 깊이 누르면 힘이 있음.

                  촌-부구현삭 / 관-삽 / 척-현세삭


독견맥(独见脉), 즉 맥상 전체에서 특이 소견은 좌우의 누를 때 느껴지는 맥의 힘 차이였다. 이렇게 누를 때는 혈관을 너무 깊이 눌러서 그 뒤에 있는 단단한 뼈까지 눌러 아예 맥을 닫아버리지 않게 주의해야 한다. 눌러들어갔을 때 좌측에서만 힘이 있고, 우측은 약하다.


사유: 우측이 막혔거나, 좌측이 가짜 힘이다.


결론: 간화가 위로 뜨는 상태로 인해 목이 붓고, 짜증이 난 것이다. 치흔과 우측 맥상 중안무력을 고려할 때, 이는 비위허에 간울이다. 답은 정해져 있다.


처방:  소요산. 간울혈허비허로 정의되는 처방.

         아무나 쓰는 처방. 나도 아무렇게나 썼던 처방.

          하지만 구조를 분석해 보면 개미굴처럼 여러 개의 방이 존재한다. 하나하나의 방은 다른 방으로 연결할 수 있다. 이렇게 처방을 연결하거나 가감하는 것이다.


처방 구성: 감초 2 당귀 4 복령 30 작약 8 백출 18 시호 6 맥문동 8 박하 12 생강 2 모란피 6 치자 6 음양곽 15 한련초 15


단치 소요산에 음양곽과 한련초로 신음양을 보하는 처방이다. 복령을 30으로 올리고, 작약을 8로 올리고 박하를 12그람으로 늘려 간기를 소통시켜 주었다. 치흔을 봐서 복령은 충분하고 백출은 18그람을 썼다.


계속 힘들어하는데 한 포 먹더니 금방 편안해졌다고 한다. 이후 먹을 때마다 목도 안 아프고 속도 편안하다며 왜 이제야 처방해주었냐고 한다.

소요산은 쓸 때마다 묘한 부분이 있다. 좋은 글을 보듯 계속 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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