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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치 Jan 17. 2024

Gorillaz : 20년이 지나도 새로운 음악

by Gorillaz (2001)

20년이 지나도록 새로운 음악


 아니 이게 2001년도에 나왔었다고? 나는 지금 이 글을 쓰면서도 놀라고 있어. 꽤 오래된 일인 줄은 알았으나 이렇게도 오래된 음악이었다니. 자료를 찾으면서 확인에 확인을 거듭해 보지만 여전히 자신을 믿을 수 없어. 벌써 시간이 그렇게나 흘러버렸나.

 기억이란 건 이상해. 바로 어제저녁에 무엇을 먹었는지는 기억나지 않아도, 아주 오래전 받았던 어떤 인상들은 여전히 생생하게 남아있어. Gorillaz 음악을 처음 듣던 그 순간을 기억하기 위해 나는 고등학교 시절의 기억을 더듬어야 했지만, 그 기억을 찾기가 어렵지는 않아.


 그날 학교가 끝난 후, 친구가 새로운 축구 게임을 샀다며 나를 자기 집에 초대했었지. 모두가 축구에 미쳐있던 2001년이었어. 친구가 초대한 건 나 하나였지만 둘이서 하면 무슨 재미냐며, 토너먼트로 붙자며, 우리는 또 다른 친구 두 명을 더 달고 그의 집으로 향했어. 잔뜩 기대에 부푼 우리들 앞에서, 친구 녀석은 막 비닐을 깐 「FIFA 2002」 게임 CD를 꺼내 컴퓨터에 넣었지.

 그리고 재생된 오프닝 영상. 그 화려한 영상미에 모두 할 말을 잃었어. 지금은 나무위키에 개별 항목도 없는 잊혀진 게임이 되었지만, 그 당시 우리들은 그 영상에서 여느 블록버스터 영화 못지 않은 박력을 느꼈어.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음악이었지. FIFA 시리즈가 항상 좋은 곡들을 수록했었지만, 2002의 그 음악은 왠지 달랐어. 엄청나게 좋았던 것이라기보다 그저 그때까지 듣던 음악들과는 달랐달까. 어딘지 들어본 것 같으면서도 어색했달까. 생경하면서도 친숙한 이상한 기분. 그 곡의 제목은 〈19-2000〉이었고 그때가 나와 Gorillaz의 첫 만남이었어.


 몇 년이 지난 후 나는 대학에 진학했고, 어른이 된 셀프 선물로 Gorillaz의 음반을 샀어. 알고 보니 FIFA 2002에 수록된 〈19-2000〉은 원곡이 아닌 리믹스였기 때문에, 〈19-2000(Soulchild Remix)〉가 1번 트랙으로 박혀있는 《G-Sides》 앨범도 덤으로 샀지. 그 후 한동안은 《Gorillaz》와 《G-Sides》를 번갈아 들으며 시간을 보냈던 것 같아. 그들의 음악은 첫눈에 반해버리는 그런 음악은 아니었어. 첫인상이 강렬한 음악은 대개 한철 지나고 나면 쉽게 질리기 마련이야. 그러나 Gorillaz의 음악은 전혀 질리는 법이 없었어. 오히려 많이 들을수록 낯설어졌지. 매번 새로운 소리를 발견하는 재미가 있었어. 


 그 시절 가끔 함께 술자리를 하던 형이 한 명 있었는데, 국문과임에도 음악에 미쳐있던, 나와 비슷한 부류의, 나보다 두 학번 위의 선배였어. 나는 건방지게도 때때로 그 선배에게 ‘New Order 아세요?’ ‘Prince 음악들 어떻게 생각하세요?’ 등의 질문들을 던지곤 했었는데, 그럴 때마다 선배는 차분하게 답변을 해주었고, 때로 나의 토론상대가 되어주기도 했지. (그 진지함을 지금도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어.)

 하루는 술을 먹다 선배에게 ‘Gorillaz 들어보셨나요?’ 하고 툭 말을 건넸는데, 선배는 담배 연기를 길게 내뿜고는 ‘죽이지. 죽여줘’ 하며 동어 반복으로 Gorillaz에 대한 찬사 내뱉었어. 그리고 뒤이어 그들이 공연에서 스크린을 세우고 애니메이션을 띄우며 공연한다는, 내가 미처 몰랐던 정보도 하나 알려주었지.

 왜 그때까지 공연 영상 찾아볼 생각을 하지 못했던 것일까? 자켓에 그려진 그 캐릭터들이 그대로 무대에 설 것이라곤 상상도 못 하던 2000년대, Gorillaz의 무대는 그 콘셉트만으로도 충격이었어.


 2020년대의 오늘날, 버튜버들이 일상화된 지 오래이고, 지상파 가요 프로그램에서 버추얼 아이돌이 1위를 차지하는 지금, 그들의 조상이 혹 Gorillaz가 아니었는지. 또한 Gorillaz 음악의 대단함도 다시 생각해 보게돼. 20여년이 지났지만 그들의 음악은 여전히 최첨단의 무엇처럼 들리거든. 음악을 공부하고 음향을 업으로 삼았지만, 여전히 알 수 없는 부분들이 많아. 다시 20년이 지나 내가 이 글에 대해 부끄러워할 때에도, Gorillaz의 음악은 여전히 최신의 무엇일 거야.


Gorillaz의 멤버 ‘2D’를 연기하는 Damon Albarn은 Blur의 일원으로 FIFA 98의 주제가 〈Song 2〉에 참여한 바 있다. 〈Song 2〉는 FIFA 시리즈를 상징하는 명곡 중의 명곡으로 평가 받는다.

글에서는 마치 흘러간 밴드인 양 썼지만 사실 Gorillaz는 2020년대에도 꾸준히 음원을 내며 활동 중이다. 즉, 엄연한 현역이다. 


Release Date    April 24,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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