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쉴 때가 되었나 보다. 믹싱 하다 막힐 땐 잠시 귀를 리프레시해주는 게 좋아. 네 믹스에서 뭐가 부족하다고 느껴지는데?
수연
글쎄요… 소리가 힘이 없고 밋밋하다는 생각만 들어요. 뭔가 흐릿하고…
태준
어디 봐. 어이쿠 뭘 이렇게 많이 걸어놨어. 트랙도 꼴랑 4개짜리에.
뭐가 잘못됐는지 모르니까 해결도 못 하지.
수연
죄송해요…
태준
하하… 죄송해 하지 말고. 믹싱은 그냥 플러그인을 만지작거리는 일이 아니야. 좋은 소리를 아는 귀가 필요해. 그러려면 평소에 훈련을 해야 하지.
수연
귀를 훈련시킨다고요? 어떻게 해야 하나요?
태준
좋은 음악을 많이 들어야지. 단순히 듣는 게 아니라 분석하면서. 예를 들어, 어떤 때는 드럼에 집중해서 킥, 스네어, 심벌 각각의 패닝을 파악해 보거나, 또 어떤 때는 보컬에 걸린 딜레이의 딜레이타임을 추측해 본다거나 하는 거지.
수연
그렇게 듣다 보면 선배처럼 뚝딱뚝딱 믹스를 끝내게 될까요?
태준
한 번에 잘하려고 하면 안돼. 믹싱은 기술이고, 기술은 배우는데 시간이 걸려. 천천히. 꾸준히 들으며 실패하고 성공하다 보면 점점 듣는 귀가 열릴 거야.
수연
요즘 좋은 플러그인이나 장비도 많은데요, 유명한 엔지니어나 아티스트가 만든 프리셋도 있고… 이런 것들에게서 도움을 받을 수 있을까요?
태준
그래 좋은 플러그인들 많지. 그렇지만 그걸 쓸 수 있는 귀가 있어야 해. 예컨대 수플레라는 음식을 먹어 본 적이 없다면, 레시피가 있다 해도 수플레를 만들기 어렵겠지. 플러그인은 도구일 뿐이고, 믹싱은 네 소리를 찾아가는 과정이거든. 결국 중요한 건 '네가 뭘 들을 수 있는가'야.
수연
선배도 처음엔 헤맸죠?
태준
그럼. 나도 너처럼 헤매면서 새로 나온 플러그인만 걸던 시절이 있었어. 그때 사수가 한 말이 아직도 기억나. “너 자신을 믹싱 하는 법부터 배워라.”
수연
자신을 믹싱 한다… 멋지네요. 저도 제 소리를 찾고 싶어요.
태준
그럼 꾸준히 해. 여러 음악들을 많이 듣고 따라 하다 보면 좋은 소리에 대한 너만의 기준이 생겨. 그런 게 있는 엔지니어들은 오래가.
수연
알겠어요. 근데 선배, 매주 이렇게 알려주시면 안 돼요? 저 하루빨리 제대로 믹싱 잡아보고 싶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