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
지지난해 오백칠십여섯돌 한글날
원당샘공원의 문화체험장에 참가했었다
지역 주민과 함께하는 갖가지 체험부스와
놀이마당이 펼쳐졌는데
느린 우체통이 눈에 띄었다
나도 예쁜 그림엽서 한 장 받아서
그동안 아내에게 못다 한 마음 몇 자 적어
우체통에 밀어 넣었다
그리고는
까맣게 잊고 지내던 어느 날
묵은지 같은 손엽서가 집에 배달되었다
그러고 보니 어느덧
한 해가 게 눈 감추듯 지나간 모양인데
그 뒤가 더 재미있다
아내가 조용히 내 손편지를 읽고
오래 묵혀서 신맛 단맛 짠맛이 난다며
가족 사진첩 지퍼 열고 제일 앞에 끼워넣고
심심할 때면 가끔 열어보면서
웃음 짓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