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으른 기록
오랜만에 찾아온 진짜 휴식이다.
다양한 핑계로 글을 쓰지 못했다.
거창하지 않고, 단조로울지라도 기록하기 위해 시작한 브런치는,
결국엔 시작과 동시에 숙제였다.
즐겁고 아름다운 일만 남기고 싶었다.
스스로의 부족함에 괴로워하고, 잘 해내지 못하는 것에 대한 자책감을 기록하고 싶지 않았다.
작아진 마음을 잘 풀어낼 자신도 없었고, 길게 마주하는 것은 더 어려운 일이었다.
일상은 변하지 않았다.
여전히 주어진 과업들은 많고, 그것은 전부 무겁다.
그 과정에도 순간 스쳐가는 긍정적인 생각은, 일이 주어지지 않는 것보다 넘치는 것이 감사한 일이라고도 생각했고 그 생각이 변하진 않았지만.
긍정회로만큼 일도 긍정적으로만 흘러가는 것은 아니었으니까.
팀 전체 회의가 끝나고 집에 오는 길에,
어느 날 혼자서 했던 생각을 남편에게 스윽 꺼냈다.
"그런 생각을 했어, 거실에 침대를 놓고 안방을 응접실이나 평소 작업공간으로 쓸 수 있게 바꾸는 건 어떨까?"
정말 그냥 상상했던 것을 무심결에 툭.
내뱉었는데, 덥석.
"괜찮은데? 집에 가서 바로 해보자!"
극 P형 인간 두 명의 의식의 흐름과 실행력은 이런 것인가..
사실 난 바로 실행해 볼 생각은 없었는데, 한 번 마음먹은 것은 꼭 해야 하는 남편은 늘 이길 수가 없다.
큰 침대와 소파를 이리저리 계속 옮겨가며, 알맞지는 않아도 최적의 형태를 찾아냈다.
그리고 새로 생긴 것 같은 방에 앉아 음악을 틀고 책을 든 지 얼마 되지 않아 브런치를 열었다.
단 1시간이라도, 내가 원래 좋아했던 것을 다시 돌려내는 순간은 정말 소중하다.
조금은 변화된 공간에서 다시 무엇이든 해낼 수 있을 것 같은 기대감에 설렌다.
오늘 같은 시간을 일주일에 하루라도 찾아내기를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