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홍보학과 동문 셋이서 F&B 팝업을 연다면?

딸기 코스 팝업 준비기

by 절니또

히스토리

나는 광고홍보학과를 전공했다. 우리 과에는 각자만의 색깔로 인생을 알차게 꾸려가는 사람이 정말 많다. 인생을 주도하며 살아가는 선후배분들을 볼때마다 매번 큰 자극을 받는다. 광고를 전공했지만, 아예 다른 길을 걷는 사람들도 꽤 있는데, (물론 나도 포함이다.)


그중에서도 내가 단연 리스펙하고 좋아하는 선배들이 있다. 해리언니와 로운오빠. 학교 다닐때는 그리 친하진 않았지만, 졸업 후 자연스레 가까워졌다.




스크린샷 2026-03-24 오후 1.48.17.png 해로운식탁 소개글

선배들은 부부로, 서로의 이름을 합쳐 '해로운식탁'이라는 이름으로 재미난 팝업을 꾸준히 운영해왔다.


사실 나는 인스타로 매번 그 소식이 올라올때마다 감탄을 금치 못했고, 2023년 열렸던 팝업에 다녀온 적이 있다. (워낙 인기가 많아 금방 좌석이 다 매진된다.)




세월이 흘러..

내가 작년에 가게를 오픈하면서 선배들과의 인연도 더 깊어졌다. 서로 얘기를 나누다가 "언젠가 한번 같이 팝업을 해보면 재밌겠다"는 얘기가 나왔다. 솔직히 그 때는 그 말이 실제로 이루어질 줄은 몰랐다.


하지만 실행력이 좋은 셋이 모인 덕분에, 그 말은 현실이 되었다!


2025년 한 해는 내가 창업한 해라 숨가쁘게 보내왔고, 비수기인 겨울이 다가오면서 그 팝업을 각잡고 준비하게 됐다.




첫 회의는 1월 1일


스크린샷 2026-03-24 오후 1.49.19.png 원래는 2월 22일에 오픈하려고 했으나 미뤄졌다

무엇을 할지 고민했지만, 자연스럽게 ‘딸기’가 떠올랐다. 겨울에는 딸기가 제철이기도 하고, 나 역시 제철 재료로 젤라또를 만드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해로운식탁 역시 제철 식재료에 관심이 많은 팀이라, 딸기를 주제로 팝업을 열기로 했다.


나는 젤라또, 로운오빠는 샌드위치, 해리언니는 초콜릿을 맡기로 했다. 각자 잘하는 분야를 살리면 시너지가 날 것 같았다.


딸기 품종이 다양한 만큼, 서로 다른 딸기를 활용해 각자의 메뉴를 하나의 코스로 엮기로 했다. 광보과가 회의에 특화된 전공인만큼, 회의가 끝나자마자 바로 노션을 팠다.






우리의 노력

딸기

딸기 때문에 꽤 고생했다.

처음에 파르페를 맡은 나는 설향, 샌드위치를 맡은 로운오빠는 금실, 초콜릿을 맡은 해리언니는 아리향을 선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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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팝업 직전, 아리향 딸기가 갑자기 수급이 어려워졌다.


급하게 대체 품종을 찾던 중 ‘비타베리 딸기’를 발견했다. 이번에 처음 접한 품종이었는데, 이름처럼 산미가 좋고 굉장히 매력적인 맛이었다. 설향이나 금실과는 또 다른 매력이 있었다. 식감도 좋아서, 다음에는 원물 그대로 고객들에게 소개하고 싶을 정도였다.





홍보 콘텐츠

광보과답게 콘텐츠에도 많은 공을 들였다. 이번 팝업은 총 5타임, 타임당 10명씩 총 50명 예약을 목표로 했다. 하루짜리 팝업이지만, 50명을 채우는 것은 쉽지 않기 때문에 홍보가 중요했다.


도달률을 고려해 릴스를 중심으로 콘텐츠를 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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팝업을 알리는 콘텐츠(티저)

각자 맡은 메뉴의 의도와 메이킹 필름

이렇게 구성했다.


해로운식탁의 이야기를 영상으로 보니, 말로 들을 때보다 더 큰 감동이 있었다. 자연스럽게 선배들이 만든 메뉴에도 애정이 생겼다.





경험

이번 팝업은 파인다이닝 코스를 지향했다. 우리를 믿고 예약해준 고객들에게 최고의 경험을 주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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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메뉴가 나갈 때는 메뉴 설명 카드와 함께, 해당 딸기 원물 한 알을 같이 제공했다. 딸기마다 맛과 특징이 다르기 때문에, 재료 자체의 매력을 느끼길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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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를 모두 마친 뒤에는 ‘딸기 수료증’을 제공했다. 작은 디테일이지만, 경험을 기념하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을까 생각했다.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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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게를 운영하면서 느낀 점은, 가장 효율적인 인테리어는 ‘지류’라는 것이다. 벽에 포스터나 다양한 프린트를 더하는 것만으로도, 큰 비용을 들이지 않고 공간의 분위기를 환기시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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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 언니는 그 과정에서 아이디어 뱅크 역할을 해줬다.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포스터 자체에 콘텐츠적인 재미를 담았다. 딸기의 효능, 딸기 게임, 딸기 맛 지도까지 기획하면서 공간에 자연스럽게 이야기가 생겼다. 덕분에 가게 전체가 훨씬 더 정답고 생동감 있는 분위기로 완성됐다.




라떼는… (지금도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새내기 시절 딸기 게임을 꽤 많이 했었다. 다만 박치라서 ‘딸기가 좋아’ 게임만 하면 늘 타이밍을 놓치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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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포스터 문구는 ‘딸기게임 in 옹골진’이었다.


스크린샷 2026-03-24 오후 2.14.37.png 그 시절 학교 다닌 분들.. 옹골진 기억나시는지..

옹골진은 학교 앞에서 자주 가던 주점이었는데, 찾아보니 이미 폐업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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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히 마음이 찡해져서, 결국 ‘옹골진’을 ‘2016’으로 수정했다. 그 시절의 추억을 남기고 싶어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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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 ‘딸기의 효능’ 포스터에는 작은 이벤트를 숨겨두었다. 예약하신 50분 중 단 3분만 그 문구를 발견하고 속삭여 주셨다. 비율로 보면 적었지만, 그 세 분 모두 정말 사랑스럽게 참여해주셔서 오히려 더 기억에 남는 순간이 됐다.





작업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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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 방식도 꽤 체계적이었다. 매주 노션에 회의 안건을 정리하고, 이를 기반으로 온라인 미팅을 진행했다. (노션 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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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적인 작업—인스타그램 이미지, 메뉴판, 포스터 등—은 모두 피그마를 활용했다. 팀원 모두가 피그마를 다룰 수 있어서, 수정과 피드백이 빠르게 이루어졌고 협업도 훨씬 수월했다.





고객분들께 무한한 감사를




디저트 코스 가격인 32,000원이 결코 가볍지 않은 금액이라는 걸 알고 있다. 재료 특성상 원가율이 높아 마진이 크지 않은 구조이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디저트 시장에서는 이 가격이 고객에게 부담으로 느껴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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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약 오픈 후 1시간도 채 지나지 않아 전석이 마감되었고, 네이버 예약 시스템이 잠시 마비될 정도로 많은 관심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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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시도를 믿고, 먼 길을 마다하지 않고 찾아와 시간과 비용을 기꺼이 내어주신 고객분들께 깊이 감사드린다. 또, 디저트를 즐기는 순간을 예쁜 사진으로 남겨주신 모습까지! 그 모든 순간들이 정말 감사하고, 오래도록 추억될 것 같다. 진심으로 감사했습니다(_ _)




깨달은 점


새로운 가능성을 보다

이번이 첫 팝업이었는데, 정말 기대 이상으로 즐겁고 행복한 경험이었다.


그동안 젤라또는 제조와 서빙이 명확히 분리된 메뉴였다. 미리 만들어두고, 주문이 들어오면 스쿠핑만 하면 되는 구조. 그래서 자연스럽게 ‘단일 메뉴 판매’에 익숙해져 있었다. 이번에 처음으로 파르페를 시도하면서, 그 익숙한 방식에서 벗어나게 됐다.


피스타치오 페이스트에 파에테 포요틴을 섞어 크럼블을 만들고, 딸기 모양의 소르베를 올리고, 생딸기와 동결건조딸기를 더해 하나의 디저트를 완성하는 과정은 생각보다 훨씬 재미있었다. 단순히 ‘담는 것’을 넘어서, 하나의 경험을 조립하는 느낌에 가까웠다.


사실 그동안은 ‘내가 이걸 잘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에, 손이 많이 간다는 이유로 새로운 메뉴를 시도하는 걸 미뤄왔다. 하지만 막상 해보니 생각보다 충분히 해낼 수 있는 일이었다. 프로세스를 정리해두면, 점심 러시 이후 파르페를 운영하는 것도 크게 어렵지 않을 것 같았다. 결국, 해보기 전에는 모르는 거였다.


또 하나의 수확은 음료였다. 커피와 루이보스 바닐라 티를 함께 서빙하면서, 이 공간에서 ‘차를 곁들인 페어링’도 충분히 가능하겠다는 힌트를 얻었다. 그동안은 차에 대한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미뤄왔지만, 이번 팝업을 준비하며 공부하고 직접 운영해보니 ‘생각보다 잘할 수 있겠다’는 감각이 생겼다.


이번 팝업은 나에게 ‘젤라또 단일 메뉴’라는 틀을 깨고, 새로운 메뉴와 구성을 시도할 수 있게 해준 중요한 전환점이었다.




경험을 설계하는 법 : 디테일이 중요하다

이번 팝업을 준비하며 느낀 건, 결국 사람들은 ‘메뉴만’ 기억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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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분들이 인스타그램에 올려주신 사진을 보면, 딸기 요리뿐만 아니라 공간의 요소들—포스터, 작은 장치들, 분위기—까지 함께 담겨 있었다.


결국 하나의 경험은 메뉴가 아니라, 그 주변을 이루는 디테일에서 완성된다는 걸 다시 한번 배웠다.




재료의 힘

그동안 딸기 소르베를 만들 때는 주로 설향이나 금실 딸기만 사용해왔다. 다른 품종이 있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원가 부담 때문에 선뜻 시도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번 딸기 팝업을 준비하면서 비타베리, 조이베리, 아리향, 만년설 등 다양한 품종을 직접 맛보게 되었고, 딸기마다 이렇게까지 맛과 식감이 다를 수 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됐다.


그리고 단순하지만 분명한 사실 하나도 확인했다. 비싼 재료는, 대체로 그만큼의 맛을 한다는 것. 같은 설향 딸기라 하더라도 산지와 상태에 따라 풍미와 식감이 전혀 다르게 느껴졌다.


원래도 재료의 중요성을 알고는 있었지만, 이번 경험을 통해 ‘좋은 재료를 어떻게든 수급해야 한다’는 굳은 다짐이 들었다.


한편, 젤라또를 만드는 입장에서 늘 아쉬웠던 지점도 있다. 제철 과일을 소르베로 만들기 위해 갈갈 갈아버리면, 원물이 가지고 있던 식감이 사라지면서 오히려 생과를 그대로 먹을 때보다 감동이 덜해질 때가 있다는 점.


이번 팝업을 준비하며 그 해답을 조금은 찾은 것 같다. 소르베로만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파르페 같은 단일 메뉴 형태로 구성해 원물과 소르베를 함께 제공하는 방식이다.


정말 좋은 과일일수록, 모두 갈아버리기보다 그 식감과 향을 온전히 느낄 수 있도록 남겨두는 것. 그게 오히려 재료의 가치를 더욱 잘 전달하는 방법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팀 해로훌, 그리고 유연한 조직


가게를 혼자 운영하면서도 크게 외롭다고 느낀 적은 없었다. 그런데 이번에 해로운식탁과 팀으로 움직이며, ‘혼자가 아니라 함께하는 것’의 힘을 분명하게 체감하게 됐다.


1월 1일부터 팝업 당일인 3월 22일까지, 약 80일 동안 함께 논의하고 준비하는 과정은 생각보다 훨씬 단단했다. 내가 미처 보지 못한 부분들을 선배들이 짚어줬고, 그 과정에서 더 나은 방향으로 계속 수정해 나갈 수 있었다. 확실히, 같이 하면 시너지가 나는구나!




해리언니

준비하는 동안 정말 많이 의지했던 존재다. 언니는 나와는 다르게 침착하고, 위기 상황에서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이 탁월하다. 실제로 음료 서빙 과정에서 내가 실수한 적이 있었는데, 언니가 빠르게 판단하고 대응해줘서 큰 문제 없이 마무리할 수 있었다. 만약 혼자였다면 당황한 채로 상황을 더 키웠을지도 모른다.


첫타임에 엄청 긴장했는데, 언니가 내 메뉴 만드는거 도와주고 앞에서 팝업 소개도 야무지게 잘해줘서 한시름 마음을 놨다.


또 하나 인상 깊었던 건 디테일에 대한 감각이다. 딸기의 효능, 딸기 맛 지도 같은 콘텐츠형 포스터를 직접 기획했고, 딸기 티셔츠, 마스킹테이프, 도장, 펜까지 세심하게 준비했다.


솔직히 처음에는 ‘이것도 비용인데 꼭 필요할까?’라는 생각에 반대했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그 선택이 맞았다. 그런 사소한 요소들이 모여, 고객에게 더 풍부하고 즐거운 경험을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그리고 메인포스터 촬영할때 언니가 카메라 갖고와서 잘 찍어준 덕분에 야무지게 다양한 콘텐츠로 활용할 수 있었다. 식탁보까지 챙겨오는 디테일까지..


서로의 개인적인 이야기를 메뉴에 담아낸 것도 언니의 아이디어였다. 전체적으로, 팀 안에서 중심을 잡아주는 든든한 존재였다.




로운오빠

'너(선배) 재능 있어. 계속해'라는 말을 하고 싶을 정도로, 매번 스스로 재밌는 일을 벌리는 사람이다. 인스타 스토리를 보면서 가끔 영감받을 때가 많을 정도로 아이디어가 반짝이는 사람이랄까.


내가 전혀 생각지도 못한 조합으로 샌드위치를 만들어낸게 놀라웠다. 솔직히 처음엔 딸기로 과연 맛있는 샌드위치를 만들 수 있을까..하는 반신반의한 생각이었지만, 먹어보니 개맛있다. 특히 땅콩버터와 생딸기, 짭짤한 베이컨칩과 루꼴라를 더해 단짠고소한 레이어를 완성한 PB&J 샌드위치는 계속 생각나는 맛이다.


샌드위치 아티스트로서 맹활약한 오빠의 모습을 보며, 앞으로도 샌드위치를 지속해서 만들어줬으면.. 샌드위치 아티스트의 길을 지속해서 걸어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그리고 놓치기 쉬운걸 잘 챙기는 능력이 있다. 네이버 예약 테스트할때도 개선해야할 점을 잘 챙겨줬고, 구글폼으로 구체적인 메뉴를 받았을 때 잘 정리해줘서 덕분에 음료를 준비하기 수월했다.



결론


나와는 다른 강점을 가진 사람들과 함께했기에, 이번 팝업은 더 빛날 수 있었다. 각자의 전문성을 가지고 모였지만, 하나의 방향으로 연결되면서 훨씬 더 큰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었다.


평소에는 각자의 일을 하다가, 어떤 계기로 함께 모여 새로운 프로젝트를 만들어내는 방식. 이번 팝업을 통해 ‘유연한 조직’의 가능성을 직접 경험했다.


꼭 고정된 팀이 아니어도, 서로의 역량을 존중하고 필요할 때 모여 시너지를 내는 구조. 그게 생각보다 훨씬 강하고, 또 즐거운 방식이라는 걸 알게 됐다.


이번 딸기 팝업은 나에게 단순한 이벤트가 아니라, 새로운 일의 방식과 가능성을 열어준 계기였다.


앞으로도 다양한 사람들과, 각자가 잘하는 것으로 모여 새로운 경험을 만들어보고 싶다. 이번 경험은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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