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eremy Cho Dec 22. 2015

Google에서 일하기(1)

(1) Meeting 편 - Communication이 전부다


며칠 전 첫 글(커피에 자바칩 얹기)에서 회사에서 제가 하는 일이 무엇인지 소개한 이후로 그래서 무슨 회사에서 일하는지 궁금하다는 질문을 받았습니다. 혹시나 회사에 누가 될까 밝히지 말까 하다가 제 글의 신빙성을 높이기 위해 솔직하게 소개를 하고 시작해야겠어요.


제가 누군지도 모르는데 하찮은 제 글을 공유해 주신 수  십여 명의 독자분들 감사합니다! (감격ㅠㅠ)


저는 Google Japan에서 Ad Sales 쪽에서 일하고 있는 도쿄 생활 새내기입니다. 아마 좌충우돌 도쿄 생활 이야기를 할 때도 있을 것 같아요.


아무튼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오늘 MTV(미국 캘리포니아 마운틴뷰의 Google 본사)에 있는 저의 Counterpart인 Leslie양이 도쿄 오피스에 출장을 와서 점심을 같이 먹었습니다.  점심 직전에 일본 세일즈팀과 같이 미팅을 했었는데, 그 미팅의 분위기가 사뭇 신기했었던 모양입니다. 흔히 동양문화(여기선 특히 한국/일본)를 잘 모르는 서양 친구들이  종종하는 질문이기도 합니다. "원래 미팅이 그렇게 조용해?" 

동석했던 일본인 동료도 거들어서 이런저런 문화 차이를 주고받았는데 대체로 일본과 한국의 '전통적인' 미팅 분위기는 비슷하더라구요. 나왔던 몇 가지를 나열해 보면,


1) 미팅 땐 보통 높으신 분들이 주로  이야기하시고 평사원은 주로 듣거나 메모한다.

2) 직속상관과 사전에 공유/동의된 내용 이외의 내용을 상관의 상관, 혹은 타 부서의 사람에게 말하지 않는다.

3) 미팅은 토론의 장이 아니라 사전에 다른 루트로 공유되고 동의된 내용을 최종 확인하는 자리이다.

4) '의전'이라는 것이 존재해서 심지어 회의실에 앉는 자리 순서를 고려할 때도 있다.


등등 이었습니다. 물론 Google에서는 한국이든 미국이든 대체로 동일한 수준의 분위기를 가지고 있지만 그럼에도 약간의 어색함이 느껴졌던 모양입니다. 그럼 Google에서는 미팅을 어떻게 할까요?

오늘 점심 먹었던 회사 구내식당의 바로 그 자리 (Google Image Search)

위에서 나왔던 카테고리 별로 하나하나 대입해서 설명해 보겠습니다.


1) Google은 너무나도 놀라울 만큼 수평적인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와 동시에 미팅 때 아무 말도 하지 않으면 미팅에 들어오는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직위의 고하를 막론하고 항상 의견을 물어보고 그들의 아이디어를 듣습니다.  메모는 각자 알아서 하거나 정기적인 팀 미팅의 경우엔 공유된 Google Docs를 통해 팀원들이 돌아가면서 기록하기 때문에 따로 누군가가 정리해서 나중에 다시 공유하지 않습니다. 미팅 때 본인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제시하지 않으면 아마 나중에 'Need to speak up/voice  up'이라는 Feedback을 받게 될지도 모릅니다.


2) Google을 관통하는 몇 가지 철학 중에 협업(Collaboration), 창의(Creativity) 그리고 투명성(Transparency)이 있습니다. 해당 일에 책임이 있거나 혹은 영향을 받거나 혹은 그 누구라도 좋은 아이디어가 있을 법한 사람이라면 자유롭게 미팅에 초대하기도 하고, 그 자리에서 직접 의견을 물어보기도 하며, 모든 사람이 정보의 제약 없이 동등한 수준으로 내용을 접합니다. 이러한 제약 없는 투명성과 협업을 통해 개개인의 창의성을  극대화 할 수 있다는 믿음이 있습니다.

Google Japan의 어느 한 미팅룸 (Google Image Search)

3) Google에는 미팅이 정말 어마무시하게 많습니다. 뭔가 궁금한게 있어도 미팅, 간단한 논의도 미팅, 작은 팀/큰 팀/조금 더 큰 팀 미팅 등등. 이런 미팅을 통해서 아이디어를 모으고, Action Item을 나눠가지고 또 다시모여 진행상황을 확인하고  구체화시키는 일을 반복합니다. 그래서 미팅 중에 활발한 논의/논쟁(debate)을 벌이는 경우도 많습니다.  미팅에 국한된 이야기는 아니지만, 때론 Debate가 도를 지나쳐서 "Let's question ideas, not people."이라는 전사적인 'Respect@' 캠페인을 벌이기도 했습니다.


4) 의전이라는 단어는 Google에 아예 존재하지 않습니다. 임원분들 방이 따로 존재하지도  않을뿐더러 저랑 똑같은 책상에서 일하고, 똑같이 구내식당에 줄서서 식사하며, 미팅 때 따로 신경써서 챙기는 건 정말 단 하나도 없는 것 같습니다. (그냥 신경써서 미팅에 지각은 하지 말아야지 정도?) 재밌는 일화로 과거에 건물 주차공간이 부족해서 몇 개월에 한 번씩 주차권 뽑기를 했었는데, Country Manager(지사장?) 분이 떨어지셔서 몇 달간 지하철을 타고 다니셨습니다. 반면 제 옆에 앉았던 3년차 사원은 당당히 건물에 주차를 했었죠. 


이러한 차이는 한국식 문화에 익숙했던 저에게 많은 깨달음을 줬습니다. 

과거에는 이런 한국/일본의 top-down 유형의 미팅이 장점이 될 수도 있었습니다. Insight가 있는 카리스마형 리더가 Order를 내림으로서 빠른 의사결정 및 자원의 집중을 통해 성공하기도 했습니다. 제가 Leslie양에게 들려준 삼성전자의 반도체산업 진출(기사링크)사례처럼요.


하지만 지금은 좀 상황이 다릅니다. 이제는 산업이 매우 고도화되고 복잡해졌을 뿐만 아니라 업태가 대단히 빠르게 변하기 때문에 이 모든 상세한 내용을 소수의 매니저들이 다 알 수가 없게 되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다양한 관점과 창의성이 가미된 아이디어를 빠르게 수집하고 생생하게 전달하는 것이 중요해졌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개개인의 능력을 최대한으로 끌어낼 수 있는 미팅의 형태가 정착하게 된 것 같습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