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랑 글 3개뿐이던 내 브런치에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첫 번째 글을 발행하고, 약 일주일간 방황기를 겪었다. 내가 머릿속으로 기획했던 다음 글들은 글감이 되려면 일련의 과정과 시간을 거쳐야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공백을 채워줄 간단한 이야기들이 필요해졌다.
최근에 가장 기억 남는 나의 일상은 무엇일까 생각해 봤더니 오랜만에 김밥을 직접 만들어 먹은 주말이 떠올랐다. 꽤나 재미있게 써 내려간 두 번째 글이었다.
제목이랑 주제 1~2줄 정도 아주 러프하게 글감을 저장해 두던 서랍에서 완성시키고 싶은 주제가 있어 다음날 다시 한번 브런치를 켰다. 이리저리 다듬어 세 번째 글 발행까지 마쳤다.
나는 하루에도 몇 번씩 통계 페이지에 들어가 본다. 내 글이 얼마나 읽히는지 궁금한 것이 아니다. 누군가가 봐주길 기대하며 쓴 글도 아닐뿐더러, 이 콘텐츠의 바다에서 발견될 재간이 없는 신생 작가라는 걸 너무 잘 알기 때문이다.
통계 페이지를 들어가 보는 이유는 이 플랫폼의 생태가 궁금해서다. 겉으로는 고요한 이곳이 트래픽은 얼마나 되는지, 노출 로직은 어떻게 되는지, 어떤 종류의 작가가 있는지, 유저는 어떤 콘텐츠를 선호하는지, 이 플랫폼이 추구하는 방향성은 무엇인지 별에 별것이 다 궁금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브런치를 오픈하고 매일 한 자릿수를 기록하던 통계페이지가 백단위를 찍고 있는 것이 아닌가. 터졌구나! 직감적으로 느껴졌다. 유입 경로를 뜯어보니 다음 메인 홈&쿠킹 탭에 노출되었다. 역시 메인의 힘이란!
1,000회, 2,000회, 3,000회,... 시간마다 브런치 알림이 왔고, 첫날 조회수는 11,000회를 넘겼다. 다음 메인의 걸린 소감은 '부담감'이었다. 저렇게 많은 사람들이 김밥 레시피를 기대하고 클릭했다면 큰 도움이 되지 않았을 것 같은데 어쩌지? 김밥과 관련된 잘 써진 에세이를 기대했으면 어쩌지? 애써 클릭해 준 독자를 만족시키지 못했을 거란 걱정들로 비롯된 부담감.
다음날 조회수가 훅 빠지겠지 생각했는데 이게 웬걸? 전날보다 더 빠르게 조회수가 올랐다. 보통 노출 기간은 24시간이 아닌가? 다시 유입 경로를 들여다보니 여전히 다음 메인에 걸려 있었다. 그렇게 2일 차 조회수는 12,000회를 넘겼다. 그리고 3일 차인 오늘, 아직 메인 구석 어딘가 걸려있는지 속도는 줄었지만 이 글을 쓰는 지금도 여전히 조회수는 야금야금 쌓이고 있다.
3일 만에 3만 조회수를 돌파했다. 근데 잠깐만. 저 조회수를 비용으로 환산하면 도대체 얼마야? CPV 100원씩만 잡아도 300만원이다. 브런치는 나에게 한 푼도 주지 않지만, 기분이라도 좋게 벌었다 치자!
이제 막 시작한 신입 작가들의 글을 에디터가 의도적으로 선정하여 노출시키는 경우가 더러 있다고 한다. 이 똑똑한 사람들. 원래 지속성은 확실한 동기부여에서 온다. 운동을 열심히 하는데 살이 안 빠진다면 며칠 안 가서 운동은 포기하고 치킨을 한 마리라도 더 뜯고 있을 것이다.
같은 맥락으로 몇 날 며칠을 글을 써도 반응이 없다면 금세 지치고 말 것이다. 인고의 시간이 필요하겠거니 각오하고 있다가 조회수가 급등하는 것을 경험한다면 이야기는 다르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내 글을 봤다는 만족감과 앞으로 쓸 글들도 같은 수준의 관심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으로 계속 해서 글을 쓰게 될 것이다.
유명 작가가 될 욕심이 없다는 나도 물들어왔을 때 노 저을 수 있는 소재는 무엇인가 매일 서랍을 뒤지고 있는 것 보면 꽤나 잘 먹히는 '당근' 전략이다. 이런 콘텐츠 플랫폼은 양질의 콘텐츠가 꾸준히 생산되어야 기존 유저들도 이탈하지 않고, 신규 유저를 불러 모을 수 있다. 일단은 몸집을 불려야 광고던 뭐던 지금은 없는 비즈니스 모델을 고민할 수 있게 될 터이니.
여하튼 브런치 오픈 9일 만에 재미난 경험을 했으니 기록해 본다. 다음 메인에 걸렸던 글은 아래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