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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리 Feb 28. 2023

두 번째 퇴사

나는 오늘 두 번째 퇴사를 했다. 너무나 감사하게도 첫 직장에서도, 두 번째 직장에서도 얼굴 붉히는 일 없이 좋게 마무리했다. '좋게' 퇴사를 한다는 건 얼마나 큰 복인가.


처음 사회생활을 시작한 22살이 떠오른다. 인턴 지원해보지 않겠냐는 말에 멋도 모르고 얼렁뚱땅 입사 지원을 했다. 지금은 어떻게 썼는지도 기억나지 않는 이력서는 사진도 없었다. 기본적인 인적사항과 학력이 전부였다.


누군가 나의 커리어를 물어본다면 안 해본 것 빼고 다 해봤다고 말할 수 있다. 브랜드 마케팅, 퍼포먼스 마케팅, 콘텐츠 마케팅, 인플루언서 마케팅, 바이럴 마케팅... 마케팅이 붙는 대다수의 것을 경험해 봤다. 잘했냐고 묻는다면 모두가 만족하는 결과는 내지 못했더라도 매 순간 최선을 다했다고 말할 것 같다.


그렇게 지금까지 2개의 회사를 거쳐 7년 7개월, 쉬어갈 틈 없이 일했다. 직장인에게도 방학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애써 시간 내지 않더라도 쉴 수 있을 텐데.


많은 사람들이 '넥스트 스텝'에 대해 질문했다. 내 대답은 당연히 좋은 회사를 찾아 이직하는 것이 될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예상외로 내 대답은 '쉼'이었다. 퇴사가 결정되고 초반에는 세 번째 회사를 찾기 위해 부던한 노력을 했다. 그런데 채용공고에 애써 날 끼워 맞춰고 있다는 걸 깨닫게 되니 왜 이렇게 조바심을 내고 있는가에 대한 의구심이 들었다.


내가 어떤 걸 특별하게 잘하는지, 무얼 할 때 재미있어하는지, 더 나아가 난 사회에서 어떤 사람이고 싶은지 차분히 정리하는 시간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느껴졌다.


사실 쉬는 것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라, 안정적인 수입 없이 없는 것도, 기한 없는 자유시간이 주어지는 것도 참 불안하다. 여태껏 그래왔던 것처럼 잘 해내리라. 3월의 나야 힘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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