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정책성보험, 관계 기관 지원 전제돼야 성공”[인더뉴스 정재혁 기자] 소방관 등 고위험직종 종사자들의 보험가입 활성화 방안으로 정부 주도의 정책성보험이 제시된 가운데, 금융당국은 다소 조심스러운 입장을 취하고 있다. 유관 기관들의 적극적인 지원이 전제되지 않으면 정책성보험의 성공 여부가 불투명하다는 것이다. 보험연구원(원장 한기정)은 지난 30일 국회의원회관에서 더불어민주당 소속 민병두 국회의원실, 금융감독원과 공동으로 ‘고위험직종 보험가입 활성화’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 패널로는 신열우 소방청 소방정책국 국장을 비롯해 이창욱 금감원 보험감리실 실장, 김한목 삼성생명 상무, 천병호 메리츠화재 전무, 류성경 동서대학교 교수, 최영해 동아일보 논설위원이 참석했다. 토론회 좌장은 장동한 리스크관리학회장이 맡았다. 토론회에 앞서 진행된 발표에서는 먼저 보험연구원 소속 김규동 연구위원이 정부와 기업이 주도하는 정책성(단체)보험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이어 조정석 금감원 보험상품감리1팀장은 보험사들의 고위험직군에 대한 무분별한 가입거절 관행을 개선하겠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먼저 토론에 나선 신열우 국장은 실제 소방관들에 대한 보험사들의 가입거절 사례를 예로 들면서 문제점을 지적했다. 올해 파악된 296건의 보험가입 제한 사례 중 가입거절이 70건(24)였고, 226건(76)은 보험료 인상이나 보장범위 축소 등이었다. 신 국장은 “운전자보험의 경우 모든 소방공무원들이 소방차를 운전하는 게 아닌데도 가입을 거절하는 경우가 있었다”며 “보험료 차등은 소방관들도 납득하지만, 소방공무원이라는 이유로 가입을 거절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보험업계를 대표해서 참석한 이한목 삼성생명 상무와 천병호 메리츠화재 전무는 고위험직종 종사자들에 대한 사고 통계 데이터가 부족하다는 게 공통적인 입장이다. 단, 통계가 집적되면 연구를 통해 인수기준을 새로 만들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이한목 상무는 “보험사들의 고위험직군에 대한 가입거절은 통계자료 부족 문제가 가장 크다”며 “이 문제만 해소된다면 삼성생명은 고위험직군 인수기준 변경에 대해 전향적으로 검토할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 학계를 대표한 류성경 동서대학교 교수는 고위험직군뿐만 아니라 고위험지역에 대한 보험가입 활성화도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지난 서문시장 화재 발생 때, 해당 지역이 화재 고위험지역이다보니 시장 상인들이 보험의 혜택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는 것이다. 또한, 보험사들의 적극적인 리스크 인수를 주문했다. 류 교수는 “국내보험사들이 수익성 측면만 고려하기 때문에 고위험 리스크 인수에 소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본다”며 “영국 로이즈 사의 경우 적극적인 리스크 인수를 통해 경험과 노하우를 쌓아 지금의 선진 보험사로 거듭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마지막 토론자로 나선 이창욱 금감원 보험감리실 실장은 정책성보험이 무조건 정답이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지금까지 정책성보험의 상당수가 성공적이지 않았는데, 그 이유가 관련 기관들의 지원이 뒷받침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 실장은 “소방관 관련 정책성보험이 성공하려면 입법기관인 국회와 소방청, 그리고 예산을 집행하는 재정기획부 등 유관기관들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수”라며 “정책성보험 중 성공적인 사례인 농업인재해보험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보험사들의 고위험직군에 대한 가입거절에 대해서는 “보험은 포용적 성격이 강한 금융이며 국가가 못하는 부분에 대해 사회안전망을 제공하는 등 상당한 기여를 하고 있다”며 “이번 소방관을 비롯한 위험직종 종사자들의 보험가입 활성화도 이런 측면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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