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지망생이 마이너 매체 선택 시 고려할 사항

by 정재혁

필자는 2012년 대학 졸업 후 약 4년여간 언시생(이라 쓰고 백수라 읽는다)으로 살다가 2016년 9월 우연찮게 마이너 경제매체에 입사해 지금까지 생존(?)해 있는, 마이너계의 살아있는 '교보재'다.


'서강대학교 신문방송학과'라는 나쁘지 않은 학벌, 다년간의 언론사 스터디를 통해 다져진 논작문 실력을 바탕으로 유수의 메이저 언론사 최종면접에 수도 없이 올라갔으나, 모조리 탈락하면서 '학벌이 다가 아님'을 몸소 증명해 보였다.


주위에 잘된 친구, 후배, 스터디 동료들을 보며 자괴감을 느낄 때도 없지 않았지만, 4년 가까운 시간이 지나고 보니 과거에 집착하기보다는 현재의 삶에 좀 더 충실해졌다.


내 소개는 이 정도로 하고, 이번 글에서는 '기자 지망생이 마이너 매체 선택 시 고려할 사항'을 소개해 볼까 한다. 내가 보고 듣고 경험한 것을 바탕으로 보다 현실적인 조언을 해주고 싶어서다.


1.(가장 중요) 네이버 '기사 검색 제휴' 여부


네이버에 '기사 검색 제휴'가 돼 있지 않은 매체는 가지 않는 걸 추천한다. 다음은 안 돼 있어도 무방하다. 무조건 네이버만 뚫려있으면 된다. 네이버에서 '뉴스' 탭으로 검색했을 때, 매체명이 나오면 제휴가 된 곳이다.


44444.jpg 네이버와 기사 검색 제휴가 돼 있는 매체는 뉴스 탭에서 검색 시 매체명(청년일보)이 표시된다.


필자가 이렇게 단호박처럼 말할 수 있는 이유는 네이버 및 다음과 기사 검색 제휴가 돼 있지 않은 매체에서 일을 해봤기 때문이다. 필자가 다녔던 전 직장 '인더뉴스'란 매체는 2018년 상반기에 검색 제휴 심사에 통과해 8월 말이 돼서야 기사가 네이버에 위 이미지처럼 나오기 시작했다. 내가 입사한 게 2016년 9월이니, 정확히 2년간 포털 제휴 없이 기자 생활을 한 셈이다.


네이버 검색 제휴가 중요한 이유는 간단하다. 우리나라 국민 대다수가 네이버를 통해서 뉴스를 소비하기 때문이다. 네이버에 기사가 나오지 않으면 사람들에게 기사가 제대로 읽히지 않는다는 뜻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경제지 콘셉트의 인터넷 매체는 이 네이버 제휴가 더더욱 중요해진다. 기업의 홍보팀 인력들은 대개 네이버에 나오는 기사에 대해 반응하기 때문이다. 지금에 와서 생각해 보면, 네이버 검색 제휴가 안 돼 있는 매체에서 어떻게 2년이나 버틸 수 있었는지 신기할 따름이다.


네이버의 힘을 몸소 느꼈던 사례는 검색 제휴가 된 지 며칠 지나지 않은 2018년 9월 초에 있었던 일이다. 당시 금융권을 취재하면서 KB금융 소속 작은 계열사인 KB신용정보라는 회사에 대한 기사를 쓴 적이 있는데, 네이버에 노출이 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해당 회사의 부장이라는 사람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기사 내용을 좀 수정해 달라는 요청이었다. 기사 자체에 틀린 내용이 없었기 때문에 나는 "바꿔줄 수 없다"라고 했다. 그러자 이 사람이 대뜸 내가 있는 곳으로 찾아오겠다고 했고, 결국 실제로 찾아왔다. 2년간 기자생활하면서 처음 겪었던 일이었다.


내가 굳이 이런 얘기까지 하는 이유는 기자라는 직업이 가지는 특수성 때문이다. 기자는 기업에서 맡은 일만 하는 회사원이 아니기 때문에 어쨌든 자기가 쓴 기사로써 존재감을 보여줘야 한다. 메이저 매체가 아닌 마이너 매체 기자라면 더 그러하다. 그런데, 내가 공들여 쓴 기사를 사람들이 보지 않으면 내 존재감을 보여줄 방도가 없다. 그런 점에서 네이버 검색 제휴 여부는 기자 지망생이 매체 선택 시 따져야 할 가장 기본적인 요소라 할 수 있다.


참고로, 언론인 지망생들의 성지인 '아랑' 카페에선 "최소한 기자협회에 가입된 매체에서 시작해야 한다"거나 "네이버 CP(콘텐츠 제휴, 네이버 댓글 달 수 있는 매체) 매체에 들어가야 한다"는 등의 '철딱서니 없는' 말을 조언이랍시고 한다. 틀린 말은 아닌데, 누가 그걸 몰라서 안 가냐는 거다. 문이 좁으니 못 가는 거지. 기자는 하고 싶은데, 번듯한 매체에 들어가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려우면 마이너 매체에서라도 일단은 시작할 수밖에 없다. 참고로 필자도 처음 언시 준비했던 20대 때에는 10대 일간지 외엔 거들떠보지도 않았었다. 지금 생각하면 왜 그랬나 싶긴 하지만.


2. '경제매체'가 그나마 일을 시작하기 편하다


가장 중요한 요소인 '네이버 검색 제휴'가 충족됐다면, 그다음으로 생각해 볼 점은 본인이 입사했을 때 어떤 분야를 취재하느냐다. 기자 지망생들은 일반적으로 사회부나 정치부, 법조 기자를 꿈꾸기 마련인데, 현실적으로 마이너 매체는 이런 분야를 제대로 취재할 만한 역량을 갖추지 못한 경우가 대다수다. 바꿔 말하면, 사회부나 정치부, 법조 기자 등을 꼭 하고 싶은 사람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메이저 매체에 입사하길 권한다. 마이너 매체에선 답이 없다.


마이너 매체가 가장 접근하기 쉬운 분야는 결국 경제 분야다. 경제 중에서도 기업들을 상대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돈이 나오는 곳이 바로 기업들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경제매체가 다른 분야(스포츠, 연예 등) 매체들과 비교해 기자들 처우가 그나마 낫다.


내가 처음 일을 시작한 매체도 처음엔 '보험전문지' 콘셉트를 내세웠다. 보험전문지라는 것은 '보험사들로부터 광고(돈)를 받겠다'는 의미다. 필자는 보험업계 출입으로 시작해 은행, 유통까지 발을 넓힌 케이스다. 유통 쪽은 약 6개월 정도 출입해 기간이 그리 길지 않다. 경력 대부분은 보험과 은행업계에서 채웠다.


경제매체를 추천하는 이유는 처음 일을 시작하는 기자가 접근하기 가장 편하기 때문이다. 기업 홍보팀 직원들은 기본적으로 기자에게 친절하며, 최소한 기자 면전에서 매체를 차별하지는 않는다. 간혹 그런 사람들도 있긴 하지만, 그건 본인이 마음속에 고이 담아뒀다가 나중에 기사로 되돌려 주면 된다.


번외로, 4년 가까이 마이너 매체 기자로 일하면서 가장 굴욕적이었던 순간은 2017년 9월 경, 은행업계를 처음 출입하던 시기에 있었던 일이었다. 회사 대표가 "이제 은행 쪽 기사를 쓰라"면서 주요 시중은행들에 보도자료 메일을 등록하고 인사를 하라고 했다. 그 당시에는 그냥 그런갑다하고 했는데, 지금 생각하면 대표라는 사람이 은행 쪽에 아는 사람도 없고 이제 1년 채운 초짜 기자한테 대형 시중은행을 뚫으라고 시킨 거다. 더욱이 2017년은 전 회사가 네이버나 다음 검색 제휴도 돼 있지 않은 때였다.


아무튼 은행들 돌면서 인사를 하고 다녔는데, 유독 모 은행만 상당히 매너가 없었다. 지금은 홍보팀을 떠난 모 차장은 만나자마자 내 면전에다가 "네이버 등록돼 있냐, 다음 등록돼 있냐" 묻더니 "둘 다 안 돼 있다"라고 하자 명함만 교환하고 그냥 가버렸다. 기자랍시고 대접받으려고 간 건 아니었지만, 기껏 찾아가서 그런 대우를 받은 것은 그 날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본론으로 돌아와서, 경제 분야 중에서도 유통업계는 본인이 속한 매체의 영향력과 별개로 자신의 능력을 최대한 보여줄 수 있는 분야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소비하는 모든 것들이 유통업계에 속하기 때문에 기삿거리 찾기가 상대적으로 수월하며, 따라서 홍보팀에 기대지 않고 기사를 쓸 수 있다.


홍보팀 이야기가 나와서 하는 얘긴데, 마이너 매체 기자일수록 홍보팀과는 거리를 둬야 한다. 인간적으로 거리를 두라는 건 아니고, 기사를 쓸 때 홍보팀을 통해서 자료를 요청하거나 하는 일을 되도록이면 지양해야 한다는 뜻이다.


기본적으로 홍보팀 직원들에게 있어 마이너 매체 기자는 우선순위가 아니다. 오해하지 말아야 하는 게, 홍보팀이 해당 기자를 무시해서 그렇다기보다는 현실적으로 유력 매체 기자들을 먼저 챙길 수밖에 없다. 따라서 기사에 활용하기 위해 홍보팀에 자료를 요청해도 제 때 받지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심한 경우 홍보팀 직원이 "알겠다"라고 답변만 하고 쌩을 까는 경우도 적지 않다. 마이너 매체 기자가 자괴감을 느끼고 스트레스를 받는 지점이 바로 이 부분이다. '내가 무시당하고 있다'는 기분이 들면 화가 날 수밖에 없으나, 당장 복수(표현이 좀 과격하긴 하지만)할 수 있는 방법은 별로 없다. 일부 개념 없는 마이너 매체 기자의 경우 홍보팀에 욕을 하거나 협박을 하는 등 '안하무인'격으로 행동하기도 하는데, 당장은 기분이 풀릴 수 있겠으나 길게 보면 본인에게 득이 될 것이 하나도 없다.


필자는 그래서 애초에 내가 스트레스를 받을 만한 일을 되도록이면 만들지 않는 편이다. 즉, 홍보팀에 자료 요청을 하는 등 기대지 않으면 홍보팀으로부터 무시를 당할 일도 생기지 않는다는 뜻이다. 홍보팀 입장에선 자신들에게 기대지 않고 기사를 써대는 기자가 가장 무섭고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메이저 매체 기자라면야 어차피 자신이 속한 매체가 힘이고 권력이기 때문에 이런 고민을 별로 안 해도 된다. 마이너 매체 기자일수록 남들과 다른 기사로 업계에 존재감을 드러내고 스스로를 브랜드화할 수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