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너 (경제) 매체에서 기자 생활을 시작해 어느 정도 적응을 잘 마친 상태라면, 이제 내가 쓴 기사에 대해 기업(홍보팀)에서 피드백이 오기 시작한다. 특정 기업을 비판하거나 다소 민감한 부분을 건드리는 기사를 썼을 때 "잘 봤다"며 칭찬하는 경우도 종종 있지만, 대부분은 기사 내용에 대한 '해명' 내지는 '부탁' 전화가 온다.
기업 홍보팀에서 기사 내용과 관련해 전화가 왔을 때, 경우의 수는 크게 그 기업이 1)우리 매체에 광고를 집행하느냐 2)우리 매체에 광고를 집행하지 않느냐 2가지로 나뉜다.
광고를 집행하는 곳이라면 그들의 해명을 기사에 충실히 반영해 주는 것은 물론이고 그들의 부탁에 따라 제목 수정 및 기사의 포털 송고 끊기, 극단적으로는 기사 삭제까지 해주는 상황이 발생하게 된다. 사안에 따라서는 취재 단계에서 기사를 써보지도 못하고 막히는 경우도 허다하다.
그럼 '우리 매체에 광고를 집행하지 않는 회사면 기사가 지워지지 않고 살아남느냐?' 묻는다면 꼭 그런 것도 아니다. 우리 매체와 해당 기업과 새로 관계를 트기 위해서는 '기브 앤 테이크'가 필요하고, 이 과정에서 광고를 받는 대가로 기사가 이리저리 난도질당하거나 삭제당하게 된다.
마이너 매체 초짜 기자는 여기에서 사실상 '멘붕'이 온다. 내가 열심히 쓴 기사가 내 뜻과 관계없이 수정되거나 삭제되는 상황을 접하면서 기자 생활에 회의를 느끼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는 사실 마이너 매체 기자의 일만은 아니라서 큰 메이저 매체의 기자들의 상황도 크게 다르진 않다.
다만, 마이너 매체 기자 입장에서 1)과 2)는 하늘과 땅 차이라고 볼 수 있다. 애초에 우리 매체와 관계가 잘 맺어져 있는 기업의 홍보팀은 출입 기자에게 기사 관련 이런저런 부탁을 하기가 쉽다. 그만큼 우리 매체에 기여하는 바가 있기 때문에 그들의 부탁을 내가 또는 매체가 들어줄 수밖에 없다는 확신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2)의 경우는 다르다. 기사 내용에 틀린 게 없다면 해당 기업의 요청을 굳이 들어줘야 할 이유가 없고, 그 기업도 기사를 쓴 기자(매체)가 부탁을 들어주지 않을 것이란 사실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기업이 기자에게 전화를 걸어 부탁을 한다는 것은 앞으로 관계를 맺을 의향이 있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기자 입장에선 기사를 통해 자신이 속한 매체에 비즈니스적으로 커다란 기여를 한 셈이다.
내 얘기를 하자면, 나는 내가 쓴 기사가 회사의 비즈니스에 도움이 된다고 하면 수정되거나 삭제되는 것에 크게 개의치 않는 편이다. 기자로서의 사명감과는 별개로 월급을 받아가는 직장인으로서 밥값은 해야 한다는 생각을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상충되는 두 가지 가치를 모두 충족시키기 위해 노력을 하고는 있으나 현실적으로 두 개를 모두 충족시키기는 어렵다는 생각이 요즘 더욱 강해지고 있다.
결국 하고 싶은 말은 마이너 매체 기자로 일하면서 내가 쓴 기사가 삭제되는 경우를 생각보다 많이 보게 될 것이라는 점, 그리고 이런 부조리함을 견디기 어려울 정도로 스트레스를 받는 성격이라면 애초에 마이너 매체에서 기자를 시작하지 않는 편이 낫다는 점이다.
내가 4년 가까이 일을 계속해오고 있는 것은 이런 점을 감수하기로 나 자신과 적당히 타협을 했기 때문이고, 그랬기 때문에 스트레스 덜 받으면서 나름대로 즐기며 일을 하고 있다. 기사 쓰기나 취재 능력이 어느 정도 갖춰졌다는 가정 하에, '기자뽕'만 조금 덜 맞고 비즈니스적인 시각으로 접근하면 마이너 매체 기자 생활도 꽤나 할 만하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