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평가

by 정재혁

작년 10월, 현 회사 대표와 새로운 매체를 론칭해 지금껏 운영하면서 느낀 점들을 두서 없이 몇 가지 적어본다.


우선, 언론사를 운영해 돈을 버는 일은 정말 쉽지 않다. 다만, 그 어려운 지점을 어떻게든 통과하고 안착한다면 이보다 더 쉬운 사업이 또 없을 것 같긴 하다. (물론, 우리 회사는 아직 갈 길이 멀다...)


위에서 언급한 '어려운 지점'이라 함은 결국 '매출'을 일으키는 일이다. 동네 구멍가게만도 못한 인터넷 매체 입장에서 돈 나올 구석은 기업체 말곤 또 없다.


기업으로부터 협찬(또는 광고)을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1)기사를 잘 쓰거나 2)인적 네트워크가 있거나 둘 중 하나는 갖춰져 있어야 한다. 여기서 '기사를 잘 쓴다'는 것은 기업 입장에서 '아픈' 기사를 잘 쓴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 매체의 대표(국장)가 여러 기업에 인맥이 탄탄하고, '아픈' 기사를 잘 쓰는 기자를 여럿 데리고 있으면 그 매체는 당연히 돈을 잘 벌 수밖에 없다. 그런데 안타까운 점은 이러한 '아름다운' 조합이 현실에선 잘 나오지 않는다는 점이다.


우리 회사 대표의 경우 기자가 아닌 기업 홍보팀 출신이어서 주요 매체 편집국장급에게 기대되는 인적 네트워크, 즉 매출로 직결되는 인맥은 거의 없다고 보는 편이 맞다. 나 또한 그런 사실은 어느 정도 알고 있었고, 대표도 자신의 약점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내게 손을 내밀었다고 볼 수 있겠다.


나는 기자 연차(오는 9월에 만 5년)에 비해 매체 비즈니스가 어떻게 돌아가는지에 대해 너무 빨리 눈을 뜬 케이스다. 내가 쓴 기사가 삭제되거나 수정되는 것을 보고서 기분이 나쁘다기 보다는 '과연 얼마를 받았을까'가 더 궁금했다. 그래서 내 기사가 내려가는 것 자체는 참을 수 있어도, 아무런 대가 없이 내려가는 것은 참을 수가 없었다.


지금 매체를 시작하면서 내가 쓴 취재기사 대부분은 포털이나 홈페이지에서 찾아볼 수 없다. 검색해서 나오는 기사는 거의 보도자료들 뿐이어서 이따금 '내가 뭘 하고 있는 건가' 하고 현타가 오는 일도 있긴 하지만, 고만고만한 매체에서 아등바등 발제한다고 스트레스받고 선배들에게 개갈굼 당하는 것 보다야 훨씬 낫다고 본다.


주위 후배 기자나 동료 기자들의 경우 나더러 '더 좋은 매체로 이직할 생각을 왜 안 하느냐'라고 묻기도 하는데, 내 입장에선 조금 이름 있는 경제지 간다고 해서 삶이 드라마틱하게 달라질 거 같지 않았다. 어차피 조직 내 구성원 중 하나가 될 바에는 작은 조직이라도 내가 주축이 되는 편이 미래를 봐선 더 낫다고 생각했다.


실제로 10개월 정도 지난 현재, 내 판단은 틀리지 않은 것 같다. 스트레스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회사가 성장하는 과정에서 겪어야 하는 스트레스여서 장기적으론 나에게도 이로운 스트레스다. 또 이러한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충분히 주어져 있다는 점도 내겐 상당한 이점이다.


사실 이런 것보다 더 큰 메리트는 매일매일 발제 걱정이 없다는 점이다. 회사의 매출을 책임져야 하는 입장에서 '아픈' 기사를 쓰기 위해 매시간 고민하고 있긴 하지만, 이걸 스트레스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내가 누리고 있는 것이 있기 때문에 그만큼 책임감을 가져야 함은 당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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