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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재혁 Nov 03. 2022

"흥국생명 때문에"… 보험사 자본확충 수단 막힌다

https://biz.newdaily.co.kr/site/data/html/2022/11/03/2022110300049.html

5억 달러 콜옵션 포기 후폭풍

글로벌 채권시장서 신뢰도 급락

당장 내년 만기 12억달러 비상


뉴데일리경제 정재혁 기자


보험사들이 가장 유효한 자본확충 수단을 잃을 처지다.


전날인 2일 흥국생명이 "5억달러 규모의 외화 신종자본증권에 대해 콜옵션(조기상환)을 행사하지 않겠다"고 밝힌데 따른 후폭풍이다.


흥국생명이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은 이유는 단순하다. 금리 상승으로 인해 차환을 위한 채권 발행에 실익이 없기 때문이다. 


보험사들은 자산건전성 규제인 지급여력(RBC)비율을 관리하기 위해 회계상 자본으로 인정받는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지난 수 년 간 지속해 왔다. 저금리 상황에선 영구채로 취급받는 신종자본증권의 평가이익이 증가하기 때문에 RBC비율을 높이는 데 큰 도움이 된다.


문제는 이러한 신종자본증권의 평가이익이 고금리 시기엔 손실로 바뀐다는 점이다. 흥국생명의 경우 지난 6월말 기준 RBC비율이 157.8%로 금융당국의 권고치(150%)를 겨우 넘겼다.


RBC비율 관리를 위해 신종자본증권을 새로 발행하는 것이 고금리 시기인 현재엔 오히려 불리하고, 기존 저금리 시기 발행한 신종자본증권을 지금 갚는 것 또한 흥국생명 입장에선 더더욱 불리하다.       


흥국생명이 시장에서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하려면 최소 9% 이상의 금리를 제시해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고 발행 조건상 '스텝업(금리 상향 조정)'을 하는 것이 더 유리하다. 실제로 기존 4.475% 수준인 금리는 스텝업 후 6.75%(미국채 5년물 금리+2.472%) 수준이다.


신종자본증권은 만기가 없는 영구채라는 점에서 이번 콜옵션 미행사는 원칙적으론 문제가 없다. 


하지만, 글로벌 채권시장에선 신종자본증권에 부여된 첫 콜옵션 행사 시점을 사실상 만기로 보는 것이 관행으로 여겨지고 있어 흥국생명이 시장의 플레이어들 간 신뢰를 깼다고 보는 시각이 대다수다.


금융권에서는 흥국생명이 레고랜드 사태로 불이 난 국내 채권시장에 기름을 끼얹은 것은 물론이고, 해외 시장에서 국내 기업들이 신종자본증권을 통한 자금조달에 당분간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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