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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 혼자 해내는 힘, 함께 나누는 배움

by jeromeNa

창작은 고독과 연결의 조화로운 춤과 같습니다. 창작의 길에는 언제나 두 가지 시간이 공존합니다. 하나는 새벽, 모니터의 푸른 빛만이 방을 밝히는 고요 속에서 홀로 몰입하는 시간이고, 다른 하나는 타인과 만나 시선을 나누는 시간입니다. 전자는 창작의 뿌리를 내리게 하여 내면의 깊이를 만들고, 후자는 가지를 뻗게 하는 햇빛처럼 시야의 넓이를 확장합니다.


혼자 해내는 힘과 함께 나누는 배움은 서로 대립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를 보완하며 창작자의 성장을 이끄는 양 날개와 같습니다. 이 두 날개가 조화를 이룰 때, 창작자는 비로소 더 높이, 더 멀리 날아오를 수 있습니다.


혼자 해내는 힘


창작은 본질적으로 고독한 작업에서 시작됩니다. 개발자가 새로운 언어를 익히거나 알고리즘을 구현할 때, 글쓴이가 원고를 앞에 두고 문장을 고치고 또 고칠 때, 화가가 작업실에서 홀로 캔버스와 마주할 때, 이 시간은 외부의 간섭이 없는 순수한 몰입의 순간입니다.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오롯이 자기 자신과만 대화하며 내면의 흐름에 집중하는 이 과정에서, 창작자는 자기만의 리듬을 발견합니다. 요리사가 재료 본연의 맛을 알기 위해 아무것도 첨가하지 않은 상태로 먼저 맛을 보듯, 창작자는 자신만의 공간에서 순수한 아이디어와 마주합니다.


혼자 해내는 힘은 흔히 '끈기'로 설명되지만, 단순한 인내 이상의 의미를 가집니다. 그것은 본질적으로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입니다. 코드가 예상치 못하게 멈췄을 때, 검색 엔진을 뒤지고 공식 문서를 파고들며 스스로 실험해야 합니다. 이 고독한 디버깅 과정을 거치며 개발자는 단순히 답을 찾는 것이 아니라, 문제를 해석하고 논리의 흐름을 파악하는 눈을 기릅니다.


표현이 막힌 작가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수십 번 같은 문장을 고쳐 써보며 자신만의 언어를 찾아야 합니다. 원하는 구도가 나오지 않을 때, 화가는 혼자 수없이 시도하며 손끝의 감각을 익힙니다. 이렇게 혼자서 해결한 문제는 뼛속 깊이 남고, 이후의 창작에도 단단한 기반이 되어줍니다.


이 시간은 창작의 근육을 키우는 시간이기도 합니다. 처음에는 문장 하나, 직선 하나, 함수 하나를 완성하는 것도 어렵지만, 매일 조금씩 반복된 연습을 통해 원하는 형태를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게 됩니다. 특히 코드를 실행하면 바로 에러 메시지나 결과가 나오는 것처럼, 혼자만의 작업에서는 즉각적인 피드백 루프를 만들 수 있습니다. 자신이 쓴 글을 소리 내어 읽어보거나, 그림을 거울에 비춰보는 행위는 학습을 가속화하는 빠른 피드백입니다.


물론 혼자 작업하다 보면 반드시 막히는 순간이 옵니다. 며칠째 같은 버그를 잡지 못해 좌절하고, 다음 문장이 떠오르지 않아 멍하니 화면만 바라봅니다. 하지만 이 막힘의 순간이 성장의 전조입니다. 운동을 할 때 근육이 찢어지고 회복되며 더 강해지듯, 창작의 근육도 이런 고통스러운 과정을 거쳐 단단해집니다.


때로는 며칠 동안 고민하던 문제가 단 한 줄의 코드로 해결되기도 합니다. 산책을 하다가, 샤워를 하다가, 혹은 잠들기 직전에 떠오르는 그 한 문장이 전체 글의 흐름을 바꿔놓기도 합니다. 이런 돌파의 순간은 혼자만의 시간 속에서 충분히 고민하고 몰입했기에 가능합니다.


혼자 해내는 힘은 자기만의 목소리를 찾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외부의 영향 없이 자신의 내면과 대화하며, 무엇이 나다운 것인지를 탐구합니다. 이 과정은 때로 외롭고 힘들지만, 창작자로서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필수적인 시간입니다.


함께 나누는 배움


혼자의 힘만으로는 성장의 속도가 더딥니다. 자신만의 세계에 깊이 몰입하다 보면, 때로는 편협한 시야에 갇히거나 한계에 부딪힙니다. 이때 '함께 나누는 배움'이 필요합니다. 다른 이의 시선은 내가 미처 보지 못한 부분을 드러내 주는 거울이 됩니다.


개발 문화의 핵심인 코드 리뷰는 단순한 오류 검출 과정이 아닙니다. 동료가 "이 부분은 이렇게 리팩토링하면 어떨까요?"라고 제안할 때, 처음에는 자신의 코드에 대한 비판처럼 느껴져 방어적이 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피드백을 통해 더 나은 구조, 더 효율적인 방법, 더 이해하기 쉬운 표현을 배우게 됩니다.


"왜 이렇게 복잡하게 짰어요?"라는 질문이 처음엔 자존심을 상하게 했지만, 결국 '더 간단하게 할 수 없을까?'를 고민하게 만드는 성장의 계기가 됩니다. 이런 경험들이 쌓이면서 코드를 작성할 때 자연스럽게 다른 개발자의 관점을 고려하게 되고, 더 읽기 쉽고 유지보수하기 좋은 코드를 작성하게 됩니다.


글쓰기 모임에서 자신의 글을 낭독하는 것은 큰 용기가 필요하지만, 듣는 이들의 반응을 관찰하며 글의 강점과 약점을 명확히 파악할 수 있습니다. "이 부분이 이해가 안 돼요"라는 피드백은 처음에는 좌절감을 주지만, 이를 통해 독자의 입장에서 글을 바라보는 법을 배우게 됩니다. 화가에게 크리틱은 작품을 새로운 관점에서 바라보게 하고, 다음 작업의 방향을 제시하는 나침반이 됩니다. 건설적인 비판은 성장의 가장 큰 동력이 됩니다.


함께하는 배움은 기술적인 보완을 넘어, 창작자의 태도에도 변화를 줍니다. 혼자 있을 때는 자칫 완고해지고 자기 세계에 갇히기 쉽지만, 타인과의 대화를 통해 유연해지고 새로운 가능성을 받아들일 수 있게 됩니다.


오픈소스 프로젝트는 이런 커뮤니티의 힘을 가장 잘 보여주는 예입니다. 전 세계의 개발자들이 하나의 프로젝트에 기여하며 혼자서는 불가능했을 거대한 결과물을 함께 만들어냅니다. 누군가는 버그를 수정하고, 누군가는 새로운 기능을 추가하고, 누군가는 문서를 개선합니다. 각자의 강점이 모여 하나의 완성도 높은 프로젝트가 탄생합니다.


페어 프로그래밍은 함께하는 배움의 또 다른 형태입니다. 두 명의 개발자가 하나의 컴퓨터 앞에 앉아 함께 코드를 작성하면서, 실시간으로 서로의 사고 과정을 공유합니다. 처음에는 어색하고 비효율적으로 느껴질 수 있지만, 상대방의 접근 방식을 보면서 새로운 문제 해결 방법을 배우게 됩니다.


멘토와 멘티의 관계도 함께하는 배움의 중요한 축입니다. 먼저 그 길을 걸어간 이의 조언은 시행착오를 줄여주고, "나도 처음에는 그랬어"라는 한마디는 큰 위로가 됩니다. 선배 개발자가 "에러 메시지가 나오는게 좋은거야"고 조언했을 때, 처음에는 이해하지 못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에러가 문제 해결의 단서를 제공하는 길잡이임을 알게됩니다.


그리고 어느 순간, 자신도 누군가의 멘토가 됩니다. 후배에게 조언을 하면서 자신의 지식을 정리하게 되고, 설명하면서 더 깊이 이해하게 됩니다. 가르치는 것이 최고의 학습이라는 말이 실감나는 순간입니다.


다양성 속에서 찾는 영감도 함께하는 배움의 큰 장점입니다. 프론트엔드 개발자와 백엔드 개발자가 만나면 전체 시스템을 이해하게 되고, 시인과 소설가가 만나면 장르의 경계가 흐려집니다. 각자 다른 배경과 경험을 가진 사람들이 모이면 예상치 못한 시너지가 발생합니다.


실패를 나누는 것도 중요한 배움입니다. 개발 커뮤니티의 포스트모템(post-mortem) 문화처럼, 실패를 분석하고 공유할 때 개인의 좌절을 넘어 공동체의 귀중한 학습 자료가 됩니다. 성공을 나누는 것은 쉽지만 실패를 나누는 것은 어렵습니다. 하지만 실패를 공유할 때 얻는 배움이 더 큽니다.


성장의 순환


혼자의 힘과 함께하는 배움이 균형을 이루는 순간, 창작의 리듬은 가장 아름답게 흐릅니다. 깊이만 있으면 고립되고, 넓이만 있으면 피상적이 되기 때문입니다. 두 가지가 함께할 때, 창작자는 단단하면서도 유연한 존재로 성장합니다.


중요한 것은, 이 두 시간이 단순히 번갈아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서로를 강화하며 '순환'합니다. 혼자의 시간 속에서 깊이 탐구한 결과물을 공동체와 나누면, 새로운 피드백과 배움이 돌아옵니다. 그리고 그 배움을 다시 혼자의 시간 속에서 소화하고 내면화하여 더 깊은 결과물을 만들어냅니다.


이 순환이 멈추지 않고 이어질 때, 창작은 계속해서 확장됩니다. 나무가 뿌리를 깊이 내리는 고독의 시간을 통해 단단해지고, 가지를 넓게 뻗어 햇빛을 받는 연결의 시간을 통해 성장하는 것과 같습니다. 뿌리와 가지가 조화를 이루며 나무는 더 크게 자라고 더 많은 열매를 맺습니다.


이 순환을 위해서는 '열림의 태도'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혼자의 시간에는 자기 내면의 목소리에 솔직해야 하고, 함께하는 시간에는 타인의 비판과 조언에 마음을 열어야 합니다.


혼자 작업한 결과물을 처음 공개할 때의 두려움은 누구나 경험합니다. 자신이 고민해서 만든 것이 비판받을까 봐, 인정받지 못할까 봐 걱정됩니다. 하지만 그 두려움을 넘어서 공유할 때, 예상치 못한 격려와 조언을 받게 됩니다. 때로는 자신이 미처 보지 못한 장점을 다른 이가 발견해주기도 합니다.


반대로 피드백을 받고 다시 혼자의 시간으로 돌아갈 때도 중요합니다. 모든 피드백을 그대로 수용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만의 기준으로 걸러내고 소화해야 합니다. 어떤 조언은 받아들이고, 어떤 것은 참고만 하고, 어떤 것은 과감히 버릴 수 있어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창작자는 자신만의 스타일과 철학을 확립해갑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만남도 이런 순환의 일부입니다. 온라인에서는 지리적 제약 없이 전 세계의 창작자들과 연결될 수 있고, 오프라인에서는 더 깊이 있는 교류가 가능합니다. 각각의 장점을 활용하며 성장의 기회를 넓혀갑니다.


이 순환 속에서 창작자는 점점 더 성숙해집니다. 처음에는 피드백에 상처받고 방어적이었던 사람이, 시간이 지나면서 피드백을 성장의 기회로 받아들이게 됩니다. 혼자만 작업하려던 사람이 협업의 가치를 발견하고, 반대로 타인에게만 의존하던 사람이 혼자만의 시간의 중요성을 깨닫게 됩니다.




창작자는 혼자와 함께, 두 세계를 모두 자유롭게 오가야 합니다. 혼자의 시간은 나를 단련시켜 깊이를 더하고, 함께하는 시간은 나를 확장시켜 넓이를 키웁니다. 고요 속에서 다져진 힘은 공동체 속에서 빛을 발하고, 공동체 속에서 얻은 배움은 다시 고요 속에서 단단해집니다.


이 두 가지가 조화를 이룰 때, 창작은 더 이상 고통스러운 의무가 아닌 즐거운 여정이 됩니다. 혼자 해내는 힘과 함께 나누는 배움, 이 두 날개로 창작자는 계속해서 성장하며 앞으로 나아가게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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