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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답게: 나만의 속도, 나만의 방식

각자의 리듬이 모여 만드는 거대한 교향곡

by jeromeNa
본 내용은 개인 창작에 관한 내용입니다. 기업내 창의적 업무와는 거리감이 있습니다. 기업은 일정안의 속도가 중요하며, 기업의 속도에 맞춰가야 합니다.


새벽 다섯 시에 일어나 글을 쓰는 사람이 있습니다. 첫 햇살이 창문을 두드리기도 전에 펜을 들고, 세상이 아직 잠들어 있는 고요 속에서 문장을 빚어냅니다. 그런가 하면 자정이 넘어서야 비로소 영감이 찾아온다는 사람도 있습니다. 도시의 불빛이 하나둘 꺼지고 정적이 내려앉을 때, 그들의 창작은 막 시작됩니다.


매일 조금씩 꾸준히 그리는 화가가 있는가 하면, 몇 달의 침묵 끝에 폭발적으로 작품을 쏟아내는 화가도 있습니다. 하루에 천 줄의 코드를 거침없이 작성하는 개발자가 있고, 일주일을 고민한 끝에 열 줄의 간결한 알고리즘을 완성하는 개발자도 있습니다. 이들 중 누가 더 옳은 방법을 택했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창작의 길에는 정답이 없습니다. 있다면 오직 자신에게만 맞는 답일 뿐입니다. 신발처럼, 아무리 비싸고 좋은 것이라도 발에 맞지 않으면 고통스러울 뿐입니다. 창작의 방식도 같습니다. 다른 사람에게는 완벽한 방법이 나에게는 족쇄가 될 수 있고, 누군가에게는 비효율적으로 보이는 과정이 나에게는 가장 자연스러운 흐름일 수 있습니다.


창작은 세상과 소통하는 행위이면서 동시에 자신을 발견해 가는 여정입니다. 빈 화면 앞에서, 텅 빈 캔버스 앞에서, 백지 위에서 단순히 무언가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자신만의 언어와 리듬을 찾아갑니다. 그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외부의 시선이나 기준이 아니라, 내면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일입니다.


시간의 주인이 되는 법


생산성에 관한 책들은 대부분 아침형 인간의 미덕을 찬양합니다. 새벽의 맑은 정신으로 하루를 시작하라고, 성공한 사람들은 모두 일찍 일어난다고 말합니다. 이런 조언들이 틀렸다는 것은 아닙니다. 분명 많은 사람들에게 새벽은 특별한 시간이며, 건강에도 좋은 영향을 미칩니다. 하지만 창작의 관점에서만 봤을 때 모든 사람에게 그런 것은 아닙니다.


어떤 작가는 첫 햇살과 함께 펜을 들어야만 문장이 살아난다고 말합니다. 새들이 지저귀기 시작하는 시간, 세상이 막 깨어나는 그 순간의 에너지가 글에 스며든다고 합니다. 반면 밤의 정적 속에서만 진정한 자신과 만날 수 있다고 말하는 작가도 있습니다. 낮 동안 흩어졌던 생각들이 밤이 되어서야 하나로 모이고, 그 속에서 비로소 쓸 수 있는 문장들이 떠오른다고 합니다.


생체시계는 사람마다 다르게 설정되어 있습니다. 마치 꽃이 피는 시간이 제각각인 것처럼, 창작의 에너지가 최고조에 달하는 시간도 사람마다 다릅니다. 아침에 피는 나팔꽃이 있고, 저녁에 향기를 내뿜는 야래향이 있듯이, 각자에게는 가장 생산적이고 창의적인 시간대가 있습니다.


계절의 영향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봄의 생동감 속에서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하고 싶은 충동이 생기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가을의 쓸쓸함 속에서 더 깊은 사색과 창작이 가능하다는 사람도 있습니다. 여름의 활기가 창작 에너지를 북돋는 사람이 있고, 겨울의 고요함 속에서 집중력이 극대화되는 사람도 있습니다.


주기적인 리듬도 존재합니다. 창작의 에너지가 파도처럼 밀려왔다가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것을 경험하는 창작자들이 많습니다. 한 달에 한 번씩 찾아오는 극도의 생산성, 일주일 주기로 반복되는 창작의 고조와 침체. 이런 패턴을 파악하고 나면 불안해하지 않게 됩니다. 침체기는 실패가 아니라 다음 도약을 위한 준비 기간임을 받아들이게 됩니다.


중요한 것은 자신의 리듬을 찾고 그것을 존중하는 일입니다. 남의 시간표를 따르려 억지로 애쓰기보다는, 자신의 몸과 마음이 보내는 신호에 귀 기울이는 것이 먼저입니다. 물이 가장 낮은 곳으로 흐르듯, 창작도 가장 자연스러운 시간과 방식으로 흘러갈 때 가장 아름답습니다.


속도의 압박에서 벗어나기


디지털 시대는 창작의 속도에 대한 압박을 더욱 가중시킵니다. SNS를 열면 누군가는 벌써 세 번째 책을 출간했고, 누군가는 이번 달에만 다섯 개의 프로젝트를 완성했다는 소식이 실시간으로 전해집니다. 깃허브의 초록색 잔디밭을 빼곡히 채운 개발자들의 프로필을 보며 조바심이 생기고, 매일 새로운 작품을 올리는 크리에이터들을 보며 자신이 너무 느린 것은 아닌가 의심하게 됩니다.


하지만 보이는 것이 전부는 아닙니다. 빠르게 많이 만드는 것이 반드시 좋은 것도 아닙니다. 물레방아가 천천히 돌며 곡식을 빻듯, 어떤 창작은 시간이 필요합니다. 하루에 한 편씩 시를 쓰는 시인도 있지만, 일 년에 한 편을 쓰되 그 한 편에 영혼을 담는 시인도 있습니다. 매주 새로운 기능을 추가하는 개발자도 있지만, 몇 달을 들여 하나의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개발자도 있습니다. - 참고로 개인의 창작에 관한 내용이지, 기업 내에서 몇 달을 들여 문제를 해결하면 사직서를 준비해야 합니다. 기업은 일정 안에서 속도입니다. -


속도에는 각자의 이유가 있습니다. 빠른 사람은 그 순간의 열정을 놓치지 않기 위해 서두르고, 느린 사람은 충분한 숙성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기다립니다. 와인이 오랜 시간 숙성되어야 깊은 맛이 나듯, 어떤 작품은 시간이 지나야 만 제 빛을 발합니다. 반대로 갓 구운 빵처럼 즉시 완성되어야 그 신선함과 따뜻함을 전할 수 있는 작품도 있습니다.


자신만의 속도를 찾기 위해서는 먼저 외부의 시선에서 자유로워져야 합니다. "이 나이에는 이 정도는 해야 한다", "이 경력이면 이만큼은 만들어야 한다"는 사회적 기준은 창작자를 옥죄는 올가미가 됩니다. 나무마다 자라는 속도가 다르듯, 창작자마다 성장과 결실의 시간이 다릅니다. 대나무는 4년 동안 땅속에서만 자라다가 5년째에 갑자기 하늘로 솟구칩니다. 그 4년의 시간은 무의미하지 않습니다. 보이지 않는 성장의 시간도 존중받아야 합니다.


비교는 창작의 독이 됩니다. SNS는 타인의 하이라이트만 보여줍니다. 그 뒤의 수많은 실패와 좌절, 고민과 방황은 보이지 않습니다. 무대 위의 화려한 공연만 보고, 그 뒤의 피나는 연습 과정은 보지 못하는 것과 같습니다. 자신의 과정 전체를 타인의 결과와 비교하는 것은 불공평한 게임입니다. 중요한 것은 어제의 나보다 오늘의 내가 한 걸음이라도 앞으로 나아갔는가입니다.


나만의 방식을 구축하는 용기


창작의 도구와 방법은 무수히 많습니다. 세상은 끊임없이 새로운 도구와 방법론을 제시하고, 이것이 최선이라고 말합니다. 최신 프레임워크를 써야 한다는 압박, 유행하는 스타일을 따라야 한다는 부담, 특정한 워크플로우를 채택해야 한다는 강요. 하지만 진정으로 좋은 도구는 자신의 손에 가장 잘 맞는 도구입니다.


어떤 개발자는 최신 IDE의 화려한 기능들 속에서 생산성을 높이지만, 또 어떤 개발자는 수십 년 된 텍스트 에디터의 단순함 속에서 집중력을 찾습니다. 어떤 작가는 최신 워드프로세서의 다양한 기능을 활용하지만, 또 어떤 작가는 종이와 펜의 아날로그적 감성 속에서만 진정한 글쓰기가 가능하다고 합니다. 어떤 화가는 디지털 태블릿의 무한한 가능성을 탐험하고, 또 어떤 화가는 물감과 붓의 물성에서 창작의 본질을 찾습니다.


방법론도 마찬가지입니다. 체계적인 계획 하에 단계별로 진행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직관적으로 시작해서 과정 속에서 방향을 찾아가는 사람도 있습니다. 포모도로 테크닉 - 25분 동안 집중하고 5분 쉬는 테크닉 - 이 누군가에게는 집중력을 높여주는 마법 같은 도구이지만, 누군가에게는 자연스러운 흐름을 방해하는 장애물이 됩니다.


자신만의 의식을 만드는 것도 의미가 있습니다. 작업 전에 차를 한 잔 우려내는 시간, 특정한 음악을 듣는 습관, 산책을 하고 돌아와 시작하는 루틴. 이런 의식들은 단순한 습관이 아니라 일상에서 창작으로 전환하는 신호가 됩니다. 마치 무대에 오르기 전 배우가 심호흡을 하는 것처럼, 창작자도 자신만의 준비 과정이 있습니다.


공간의 설정도 개인차가 큽니다. 완벽하게 정리된 책상에서만 일할 수 있는 사람이 있고, 창조적 혼돈 속에서 영감을 찾는 사람도 있습니다. 카페의 적당한 소음 속에서 집중력이 높아지는 사람이 있고, 완전한 고요 속에서만 창작이 가능한 사람도 있습니다. 이 모든 차이는 틀림이 아니라 다름입니다.


지속가능한 창작을 위한 균형


창작은 단거리 달리기가 아니라 평생 걸어가는 긴 여정입니다. 때로는 빠르게 달리고, 때로는 천천히 걷고, 때로는 잠시 멈춰서 숨을 고르며 나아갑니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자신만의 페이스를 찾고 유지하는 일입니다.


번아웃은 창작자들이 흔히 겪는 위험입니다.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야 한다는 압박, 항상 최고의 퀄리티를 유지해야 한다는 부담, 남들과의 경쟁에서 뒤처지면 안 된다는 두려움. 이 모든 것들이 창작자를 지치게 만듭니다. 하지만 휴식도 창작의 일부입니다. 밭을 계속 갈기만 하면 땅이 메마르듯, 쉬지 않고 창작만 하면 내면이 고갈됩니다.


휴경지가 다음 농사를 위해 필요하듯, 창작자에게도 의도적인 공백이 필요합니다. 그 공백은 게으름이 아니라 재충전입니다. 샘물이 마르면 다시 차오를 때까지 기다려야 하듯, 창작의 에너지도 회복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 공백 속에서 새로운 씨앗이 뿌리를 내리고, 다음 창작을 위한 힘이 자라납니다.


완벽주의와 적당주의 사이에서 균형을 찾는 것도 중요합니다. 모든 작품을 걸작으로 만들려는 집착은 창작을 멈추게 하고, 반대로 너무 쉽게 완성이라고 선언하는 것은 성장을 멈추게 합니다. 때로는 70%의 완성도로 세상에 내놓는 용기가 필요하고, 때로는 99%에서 100%를 만들기 위해 며칠을 더 투자하는 집념이 필요합니다. 이 판단을 할 수 있는 것은 오직 창작자 자신 뿐입니다.


작은 성취도 축하해줘야 합니다. 큰 목표만 바라보다가 작은 진전을 놓치면, 창작의 기쁨을 잃어버립니다. 오늘 쓴 한 문장, 오늘 해결한 작은 버그, 오늘 그린 한 줄의 선. 모든 것이 축하받을 만한 성취입니다. 계단을 오를 때 정상만 보면 숨이 차지만, 한 계단 한 계단을 의식하며 오르면 리듬이 생깁니다.


자신만의 성공 기준을 갖는 것도 필요합니다. 상업적 성공, 대중적 인기, 전문가의 인정. 이 모든 것이 의미 있지만, 그것이 유일한 잣대는 아닙니다. 어떤 개발자에게 성공은 많은 사람이 사용하는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이지만, 또 어떤 개발자에게는 자신이 필요로 했던 도구를 완성하는 것이 성공입니다. 어떤 작가에게 성공은 베스트셀러가 되는 것이지만, 또 어떤 작가에게는 마음속에 품었던 이야기를 온전히 담아내는 것이 성공입니다.


각자의 리듬이 모여 만드는 거대한 교향곡


나만의 속도와 방식을 찾는다는 것은 자기 자신과 화해하는 과정입니다. 남들보다 느려도 괜찮고, 다른 방법을 써도 괜찮으며, 다른 목표를 가져도 괜찮다는 것을 받아들이는 과정입니다. 이것은 고립이나 독선을 의미하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자신의 고유함을 인정할 때, 타인의 고유함도 존중할 수 있게 됩니다.


오케스트라를 떠올려봅니다. 바이올린은 바이올린만의 음색을, 첼로는 첼로만의 울림을, 플루트는 플루트만의 경쾌함을 가지고 있습니다. 어떤 악기도 다른 악기를 흉내 내려하지 않습니다. 각자의 음색과 리듬으로 자신의 파트를 연주하고, 그것들이 모여 하나의 아름다운 화음을 만들어냅니다. 창작의 세계도 이와 같습니다.


빠른 템포로 경쾌하게 창작하는 사람들이 있기에 세상은 활기를 띱니다. 느린 템포로 깊이 있게 창작하는 사람들이 있기에 세상은 깊이를 갖습니다. 실험적인 방식으로 새로운 길을 개척하는 사람들이 있기에 창작의 지평이 넓어지고, 전통적인 방식을 고수하는 사람들이 있기에 창작의 뿌리가 단단해집니다.


창작의 길 위에서 가장 용기 있는 선택은 자기 자신으로 남는 것입니다. 유행을 좇지 않고, 압박에 굴복하지 않으며, 비교의 늪에 빠지지 않는 것이 쉬운 길은 아닙니다. 때로는 외롭고, 때로는 의심스러우며, 때로는 불안합니다. 하지만 그것이 유일하게 지속가능한 길입니다.


나답게 만든다는 것은 자신의 속도로, 자신의 방식대로, 자신의 길을 걸어가는 것입니다. 그 길이 구불구불하든 곧든, 빠르든 느리든, 나만의 창작이 탄생하는 유일무이한 길입니다. 그리고 이 모든 다양한 길들이 교차하고 만나면서, 창작의 세계는 더욱 풍성하고 아름다워집니다.


때로는 혼자 걷고, 때로는 함께 걸으며, 때로는 쉬어가는 이 길의 모든 순간이 창작의 일부이며, 모든 과정이 나답게 만드는 여정입니다. 남의 발자국을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자신만의 발자국을 남기는 것입니다. 그 발자국들이 모여 새로운 길이 되고, 그 길 위에서 또 다른 창작자들이 자신만의 여정을 시작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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