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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답게: 멈추지 않는 여정

여정의 아름다움

by jeromeNa

해가 지고 다시 뜨듯이, 창작은 끝나지 않습니다. 마지막 줄의 코드를 작성하고 엔터를 누르는 순간, 마침표를 찍고 펜을 내려놓는 순간, 붓을 씻고 팔레트를 정리하는 순간. 이 모든 순간이 마치 무대의 막이 내리는 것처럼 보이지만, 다음 막을 위한 잠깐의 쉼에 불과합니다.


창작은 목적지를 향해 달려가는 단거리 경주가 아닙니다. 오히려 강물이 바다를 향해 흐르듯, 때로는 빠르게 때로는 천천히, 때로는 잠시 머물러 있는 듯하지만 결코 멈추지 않는 흐름과 같습니다. 그 흐름 속에서 만들고, 부수고, 다시 만들기를 반복하며 조금씩 앞으로 나아갑니다.


어린 시절부터 경험을 가지고 있습니다. 블록으로 탑을 쌓고 무너뜨리고, 다시 다른 모양으로 조립하기를 반복했던 그 시간들. 완성의 기쁨은 잠시뿐, 곧이어 찾아오는 것은 '다음엔 무엇을 만들까'하는 설렘이었습니다. 끝은 언제나 새로운 시작을 부르는 신호입니다.


완성이라는 환상, 시작이라는 진실


흔히 무언가 '완성했다'고 말합니다. 프로그램을 배포했을 때, 책이 출간됐을 때, 전시회가 끝났을 때. 그 순간만큼은 정말로 무언가가 끝난 것 같은 안도감과 허탈함이 동시에 밀려옵니다. 시간이 조금만 지나면, 완성이 아니라 단지 한 단계를 통과한 것에 불과했음을 알게 됩니다.


버전 1.0을 힘들게 출시한 날, 축하 메시지가 오가고, 서로를 격려하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지만, 다음 날 아침이면 어김없이 버그 리포트가 도착합니다. 사용자들의 새로운 요구사항이 쏟아지고,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케이스들이 발견됩니다. 1.1이 나오고, 1.2가 나오고, 어느새 2.0을 준비하게 됩니다. 소프트웨어는 살아있는 생명체처럼 계속 자라고 변화합니다. '영원한 베타'라는 말이 농담처럼 들리지만, 어쩌면 가장 정직한 표현인지도 모릅니다.


글쓰기도 다를 게 없습니다. 마침표를 찍고 원고를 저장하는 순간, 분명 무언가 끝난 것 같습니다. 하지만 다음 날 글을 다시 읽어보면 고치고 싶은 부분이 눈에 들어옵니다. 더 나은 표현이 떠오르고, 빠뜨린 생각이 아쉬워집니다. 발표하고 나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독자의 반응을 보며 '아, 이렇게 썼어야 했는데'하는 깨달음이 찾아옵니다. 그리고 그 아쉬움과 깨달음이 다음 글의 씨앗이 됩니다.


그림을 그리는 일도 다르지 않습니다. 화가들 사이에 전해지는 오래된 격언이 있습니다. "그림은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포기하는 것이다." 붓을 들면 언제나 한 획을 더 그을 수 있고, 색을 한 번 더 덧칠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도 어느 순간 붓을 내려놓는 것은, 완벽해서가 아니라 이만하면 됐다는 타협 때문입니다. 혹은 새로운 캔버스가 더 매력적으로 보이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보면 창작에는 진정한 의미의 완성이란 없는 것 같습니다. 있다면 오직 창작 자체를 멈추는 순간뿐인데, 한 번 창작의 맛을 본 사람에게 숨을 멈추는 것만큼이나 어려운 일입니다. 손이 근질거리고, 머릿속에는 아이디어가 맴돌며, 가슴은 표현하고 싶은 충동으로 뛰기 때문입니다.


휴지기라는 이름의 준비 시간


창작의 강물도 때로는 말라버린 것처럼 보일 때가 있습니다. 아무것도 만들지 못하는 날들, 아무것도 쓰지 못하는 날들, 아무것도 그리지 못하는 날들이 이어집니다. 사람들은 슬럼프라고 부르며, 창작자들은 이 시기를 견디기 힘들어합니다. 마치 숨을 쉬지 못하는 것처럼 답답하고, 자신이 창작자가 맞는지 의심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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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 시기의 반 이상을 개발자로 살아왔습니다. 앞으로의 삶은 글과 창작자, 후배 양성으로 살아가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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