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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나는 Aug 05. 2020

[오로빌+26] 날씨와 온수의 상관관계


인도의 전기공급이 원활하지 못하다는 건 모두가 아는 얘기니까. 

오로빌도 예외일 수가 없지.


이 곳으로 출발하기 전에 _전기밥솥을 가져갈까요?라고 물었더니

_전기가 자주 나가서 소용없어요.라는 대답을 들었었어.

그래서 각오를 하고 오긴 했지. 


우리가 머무는 게하에서는 2가지 전기공급 시스템이 있는데

하나는 (아마도) 한전 같은 (국영?) 공급일 테고 (일반 전기라고 하자.)

오로빌인 만큼 태양열(솔라) 에너지도 함께 사용하고 있어. 

그러니까 우리 게하의 방 2개와 화장실은 태양열이고

거실은 일반 전기인 거지. 


새벽 3시에 도착하고, 게하에 대해 안내를 받기 전에 

머리를 감고 드라이기로 실컷 말렸는데 갑자기 전기가 나갔어. 

화장실에서 머리를 말렸는데 2000W에 달하는 드라이기를 

솔라 에너지가 감당을 못해서 전기가 내려간 거야. 


그리고 게하 매니저가 이것저것 설명해주면서

솔라에너지는 오로지 전등과 핸드폰, 노트북 충전만 가능하고

다른 건 절대로 사용하면 안 된다고 알려주더군. 

만약 또 그런 이유로 전기가 내려간다면 복구비용을 우리가 내야 하고, 

그 비용이 아주 비싸다는 말도 해줬어. 




형광등이 아닌 백열등이 방 하나에 보통 2,3개씩 있어. 그래서 각각 스위치도 다르고. 각 전구의 스위치 위치를 기억하는 것도 벅찬데 저 충전기를 꽂은 후에 그 스위치를 또 ON 시켜줘야 해. 안 그럼 충전기에 꽂아봐야 소용이 없어. 이게 익숙하지 않아서 몇 번을 당황스러웠던지.... 오른쪽에 동그란 건 천장 팬의 ON/OFF와 속도조절기. 





지금 우리 게하에 있는 전자제품들 

냉장고, 인덕션, 토스터기, 전기포트는 모두 거실(부엌 겸용)에서만 사용하지.


그리고, 거실의 일반 전기는 정말 수시로 내려가. 

낮이고, 밤이고 상관없이 내려갔다가 다시 들어오곤 하지. 


냉장고가 거실에 있다고 얘기했지?

얼음을 얼렸어. 그래서 얼음 모아두는 통에 담아놓고 또 얼렸지.

전기가 나갔어. 어떻게 됐겠어? 모두 녹았지.

그리고 다시 전기가 들어왔어. 어떻게 됐게? 녹은 물이 다시 그대로 얼었지. ㅎㅎㅎ


이후로 우리는 얼음을 얼음통에 모아두지 않아. 

그냥 틀에서 하나씩 빼서 먹고, 틀에 다시 물을 채워두지.^^


인덕션, 전기포트, 토스터기 등은 모두 공동부엌에서 대체할 수 있으니.

나머지는 별 문제(?) 없이 잘 지내고 있었지. 




이번 몬순은 아주 길었어. 

보통 11월에 끝났다는데, 이번엔 12월 말까지 비가 오락가락했어. 

비가 안 오면 물이 부족하니까. 곡식이 자라기 힘드니까 다들 아주 좋아했지. 

나도 뭐~ 워낙 비를 좋아하는 사람이라. 

비옷 입고 자전거 타기, 비 온다고 영어수업 째기, 

이런 것들을 하며 잘 지냈지.


어느 날, 이틀 연속 비가 왔어. 

보통은 비가 오다가도 해도 비추고 하는데 

그 이틀은 내내 흐리고 비가 오더군. 


이틀째 되는 날, 

저녁에 샤워를 하는데 갑자기 온수가 안 나오는 거야. 

매니저에게 말했지. _온수가 안 나와요. 

매니저가 들어와서 쓱~ 보더니

_비가 와서 그래요. 어쩔 수 없죠. 


그래... 솔라 에너지잖아. 해가 안 뜨면 전기를 만들 수가 없어.

비가 오면 온수를 쓸 수가 없는 거지..


이후로 비가 오는 날이면, 

우리 가족은 누구(다른 방들)보다도 일찍 샤워를 하곤 하지. 

날이 채 저물기도 전에 말이야. ^^



빨래를 말리는 중. 이렇게 길바닥에 놓고 말려. 재미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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