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가치 있다는 감각을 느끼지 못했던 거였다.
6년 동안, 일주일에 다섯 번 같은 곳으로 출근 도장을 찍으면서도
나는 이 공동체에 속해 있다는 감각을 좀처럼 느끼지 못했다.
'회사에 정을 붙이지 못했던 것 같다'는 문장을 초안으로 저장해 두었다가,
[일과 인생]이라는 책을 읽고 나서야 내 마음을 정확히 짚는 단어를 찾았다.
사실 나는 정을 붙이고 싶었다.
그래서 내 I성향을 숨기고, 사회성을 끌어다 써가며 '몸에 잘 맞는 옷을 입은 사람'처럼 연기했다.
그러나 내가 끝내 느끼지 못했던 것은 '공헌감'이었다.
하루 8시간, 6년이라는 시간을 쏟았는데도
내가 회사에, 이 서비스에, 우리 고객에게 도움이 되고 있다는 감각이 없었다.
스스로 해냈다는 느낌이 없으니 힘들고 괴로웠던 것이다.
아들러 심리학에서는
'내가 가치 있다고 느낄 때에만 용기를 낼 수 있다.'고 한다.
여기서 말하는 '용기'란 인간관계 속으로 들어갈 자신감이다.
관계에는 언제나 마찰이 따른다.
인간은 타자와의 관계 속에서만 행복해질 수 있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관계를 맺으며 살 수 밖에 없다고 한다.
결국 나는 회사에서 '가치 있다'는 감각을 얻지 못해
용기를 내지 못했고, 괴로움 끝에 밥벌이를 내려놓았다.
그래서일까.
회사에서 농담처럼 자주 했던 말이 있다.
"저 이젠 사람이 싫어요. 어디 골방에서 혼자 일하고 싶어요."
오늘, 고용노동센터에서 직업 심리상담을 받았다.
그 안에는 성격검사도 포함되어 있었다.
도덕성, 배려, 겸손에서는 성인 평균 점수(40점~60점 사이)가 나왔는데,
사교성과 대인관계지향 점수는 평균보다 낮았다.
아마 스스로가 무가치하다고 여겼기 때문에 사람들과 교류하고 싶지도 않고 홀로 있고 싶었던 것 같다.
며칠 전, 함께 일했던 팀장님이 이직한 회사에 TO가 났다며
"적극 추천해줄 테니 지원해보라"고 제안해 주셨다.
주말 내내 고민하다가 오늘, 정중히 거절의 메시지를 보냈다.
서비스 이름만 들어도 알 만한 회사였기에 망설였지만,
공헌감을 느낄 수 있는 일과 시장을 스스로 찾아보고 싶었다.
꼭 '회사'가 아니어도 상관없다.
괴로웠지만 버텨온 6년의 자금이 지금의 나를 지탱해주고 있다.
조급해하지 말고, 내면을 바라보는 시간을 조금 더 갖자.
2025.10.27
그저 생존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잘 살고 싶은 30대 백수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