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장 역할을 못하겠으면 태도라도 좋아야죠, 팀장님
타 직군에서 커리어를 쌓아온 사람이 우리 팀의 팀장이 되었다.
기존 팀장님의 퇴사로 우리팀 겸직을 맡게 된 것이다.
이전 팀장님은 경영진과 조직원들을 설득해 조직 구조를 개편했다.
회사의 최상위 KPI와 얼라인된 KPI를 설정해 5개월간 운영했지만, 대표님은 "목표가 너무 많고 비효율적이다"라며 회귀를 선언했다.
조직 개편은 최소 1년 이상을 보고 신중히 결정해야 할 중요한 사안인데, 이렇게 쉽게 뒤집히는 것이 의아했다.
'우리가 뭔가 아주 단단히 잘못하고 있는걸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100% 회귀도 아니었다.
팀장님은 조직원들의 질문에 “그냥 똑같이 하면 돼. 뭐 달라지는거 없어.”라며 대답했다.
나에게 월급을 주는 사람이 기존의 방식이 틀렸다는데, 팀장님은 똑같이 하라니 모순적이었다.
우리 회사의 상황과 문화에 맞게 커스텀된 방식이 아니라, 방치된 조직이었다.
조직 구조와 조직 문화, 팀의 역할과 책임, 권한에 대해 무심한 팀장은 역할의 경계를 뭉갰고, 그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들에 대해서는 개개인의 탓으로 돌렸다.
조직에 안정감은 없었고 책임을 전가하는 팀장을 신뢰하긴 어려웠다.
자연스레 그의 결정에 자꾸 질문했다.
"지금 XX를 하는게 회사가 원하는 방향과 맞나요?"
"대표님 OO를 해야 한다고 말씀하시는데, 우리는 여전히 XX를 하는게 맞나요?"
여러 달 동안 팀장님과 싱크하려고 애썼다.
납득은 안되더라도 경영진과 합의된 내용일 거라 믿으며 장단을 맞췄다.
그러나 중요한 순간에 그는 빠지거나, 설득력 없는 결정을 내렸다.
결국 감정이 쌓여 그를 미워하기 시작했다.
맞는 말을 해도 꼴보기 싫었고, 표정 관리조차 되지 않았다.
'서로를 미워하는 조직은 망한다'고 한다.
내가 그러고 있었다.
조직과 나를 위해 하루 빨리 벗어나야 할 것 같았다.
퇴사 준비를 하던 중, 팀장님이 우리를 '다루기 어려운 애들', '개선이 필요한 애들'이라 평가했고 권한이 있다면 퇴사시키고 싶은 인원으로 꼽았다는 소문을 들었다.
우리와 함께 일하는 타 직군 동료들에게 이런 이야기를 했고, 결국 우리 귀에도 들어왔다.
몰입도를 높여 생산성을 이끌어야 할 팀장이 의사결정도 못하고, 업무 분배도 못하고, 팀원 뒷담화를 하며, 때로는 조직원들에게 욕설과 분노를 쏟아냈다.
마치 자신의 무능을 감추려 화를 내는 것 같았다.
그러한 태도에는 보통 맞대응을 하지 않으니까.
만약 태도라도 좋았다면, '나도 모지리, 너도 모지리, 우리 같은 모지리끼리 열심히 해보자!‘ 하는 마음이 생겼을지도 모른다.
좋은 리더의 정의는 유튜브에서 봤지만, 현실엔 있을까 싶다.
그리고 내가 과연 그런 리더가 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하지만 두 가지는 꼭 지킬테다.
1. 조직원들에게 안정감을 주고 장애물을 치워주며 업무에 잘 몰입할 수 있게 도와야지.
2. 내 그릇에 담기지 않는 상황이 닥쳤을 때일수록, 더욱 내 태도를 신경써야지.
2025.10.03
리더가 머지 않은 30대 백수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