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장. 협동조합 기업의 경제적 성과
6장. 협동조합 기업의 경제적 성과
신고전파의 접근
협동조합 기업이 시장에서 자본주의 기업과 정말 잘 경잴할 수 있는가?
첫번째 포인트는 기업이란 주어진 생산 프로세스에 필요한 요소를 공급하는 사람들의 연합이라는 점이다. 이 사람들과 기업의 관계는 본래부터 불완전한 계약에 의해 좌우되기 때문에, 그들 중의 누군가가 생산 활동을 감독하는 일을 맡아야 한다. 중요한 사실은 권한의 귀속이 언제나 암묵적으로 권한을 남용할 위험을 수반한다는 것이다. 견제와 통제를 할 수 있는 최종 권력을 가진 사람은 다른 사람들에 대해 비용을 부과하거나 혜택을 축소할 수 있지만, 비용을 부과받는 사람들이 그에 대응해서 실제로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다.
근본적인 차이는 자산 소유 방식에 있는 것이 아니라(둘 다 사적 소유다), 자본 공급자와 노동 공급자 중에 누가 궁극적으로 기업을 통제하느냐에 달려 있다.
두번째 포인트는 그런 시장이 현실적으로 존재할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우리는 조합원들의 출자 지분을 거래하는 시장을 형성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가장 큰 장애물은 조합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취약한 재정 능력이다.
경제학 연구에서 두 기업 형태 사이의 비교 작업을 똑같은 조건에서 하지 않았다는 사실은 틀림없다. 폴 새뮤얼슨이 1950년대에 밝혔듯이, 완전히 경쟁적인 환경이나 똑같은 조건에서는 누가 누구를 고용하는지는 아무런 차이를 가져오지 않는다. 이 결론은 30여년이 지나 드레즈의 정식으로 증명되었다. 하지만 두 기업 형태의 상대적 성과에 대한 어떤 토론에서도 이 결론이 인용된 적은 없다.
신제도학파의 접근
신제도학파는 협동조합이 무너지기 쉬운 주원인으로 조합원 선호의 이질성을 들고 있다.
조합원총회에서 뚜렷이 다른 견해나 이해를 가진 그룹들로 견해가 나누어지는 경우, 1주 1표 원칙이 적용되는 자본주의 주식회사와 달리 협동조합에서는 필연적으로 조직이 마비될 위험에 처하거나 경영자에게 결정권이 사실상 이전되는 일이 벌어진다.
협동조합의 성과를 추측하기 위해서는 조합원들의 가입 동기를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아마르티아 센은 자신이 말하는 공감이 기업 성과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가를 처음으로 보여주었다. 여기서의 공감이란 한 ㅗ합원이 자신의 효용함수 안에서 다른 조합원들의 효용에 부여하는 중요성이다.
3장에서 살펴본대로 공동 행동이란 언제나 지역의 공공재를 생산한다는 것을 의미하고, 결국 무임승차 문제를 필연적으로 야기한다는 사실로 설명할 수 있다. 협동조합원들은 무임승차가 결국에는 공공재의 불충분한 생산을 가져와 자신의 편익을 감소시킬 것이라는 점을 알고 있지만, 조합원들의 기여를 늘리고 그에 따라 산출량을 확대할 수 있는 인센티브를 갖고 있지 못하다. 자본주의 기업에서는 사정이 다르다. 소수의 주주라도 다수의 주식을 갖고 있다면, 다수의 주주가 반대하는 의사결정을 할 수 있다. 이것은 주주들이 의사 결정권을 구입하기 위해 기업에 자원을 출연할 인센티브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인센티브는 자본주의 기업에도 마찬가지로 존재하는 무임승차의 문제를 극복할 수 있게 한다. 결국 자본주의 기업과 협동조합 기업의 차이는 자본주의 기업 주주들이 비대칭적으로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에 기인한다. 만약에 주식회사의 주주들이 모두 같은 지분, 같은 수의 주식을 갖고 있다면, 그들도 협동조합 조합원들과 마찬가지로 행동할 것이다.
협동조합의 노동자 조합원의 효용함수는 독립적인 개인의 가치를 표현하는 추가 독립변수를 반드시 포함해야 할 것이다.
논점은 이렇게 전개된다. 조합원들이 납입한 출자금이나 배당하지 않고 쌓은 내부 유보금이 기업 확장 자금으로 충분하다면, 협동조합 형태는 아무 문제가 없다. 그러나 외부 자금 유치가 필요할 때, 잠재적 투자자가 궁극적 통제권을 쥔 노동자 조합원의 권한 남용을 우려한다면 충분한 금액의 투자가 성사되기 어려울 것이다.
자본주의 기업도 마찬가지로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 직원들이 갖고 있는 정보와 암묵적 지식을 업무에 최대한 활용하도록 동기를 부여해야 하는 과제다. 여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고용안정이며 다음으로는 회사 내 급여 제도의 공정성,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다. 이 세가지 요소가 바로 협동조합의 작동 원리를 정확하게 보여 주는 것이 아닌가?
암묵적 지식을 왜 그렇게 강조하는가? 첫째, 오늘날 암묵적 지식은 명시적 지식보다 전략적으로 중요하다. 둘째, 강력하고 지속적인 경쟁 우위는 결코 복제 가능한 요소에서 나올 수 없다. 작업 환경 안에서 생겨난 사회적 관계 및 관계재는 복재될 수 없다. 여기에서 협동조합 조직의 뛰어난 비교우위가 생겨나는 것이다.
자본의 투입과 노동의 투입 간에 뚜렷한 불균형을 인식해야 한다. 자본의 소유권은 한 사람에게서 다른 사람에게로 쉽게 이전될 수 있지만 노동의 힘은 양도할 수 없다. 기업은 소유하고 있는 상품 재고나 임차한 서비스의 흐름으로부터 필요한 자본을 얻을 수 있다. 그런데 노동 서비스는 오직 흐름의 형태로만 이용할 수 있고, 노동자의 재고란 있을 수 없다.
노동을 제공하는 사람들이 통제권을 쥐고 있는 협동조합 기업에서는 A의 노동을 B의 노동으로 대체하지 않는 한 A의 통제권을 B로 이전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그러나 자본주의 기업에서는 그 회사의 자본재에 아무 변화를 일으키지 않고도 주식의 의결권을 A에서 B로 옮길 수 있다. 요약하면 자본주의 기업과 협동조합 기업의 결정적인 차이를 만들고, 그래서 상대적 효율성의 차이를 일으키는 것은 비양도성과 자본의 양도성이다.
정태적 효율성이 부적절한 잣대인 이유
첫째로 '효율성'이라는 개념은 가치중립적이지 않다. 효울성은 기술적이지 않고 규범적이다. 공리주의에서 효율성의 개념이 도출되었기 때문인데 이는 경제 원칙이 아니라 윤리적 원칙이다. 시장경제는 공리주의보다 훨씬 오래전에 존재했으며, 공리주의도 그 자체로 오늘날 철학적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둘째로 분명한 이상주의적 동기를 감안하는 것이 여러모로 협동조합에 유리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효율성을 비교 측정하면서 협동조합 가입의 동기가 된 요소들(개인 주도성의 확대, 소외의 완화, 목표의 공유와 공동 행동, 공정성 우선)을 배제한다면, 명백하게 자본주의 기업에 유리한 편견을 갖고 접근하는 셈이 된다.
셋째로 협동조합 기업이 일으키는 긍정적인 사회적 외부성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그중 가장 큰 것은 사회의 민주화다. 우리가 사회의 민주주의가 제 성장의 목적에 기여한다고 인정한다면, 이 점을 빠뜨린 채 이뤄지는 두 기업 형태의 비교 분석은 실로 부당하고 편파적이다.
비교가 의미 있고 유용하기 위해서는 동태적 효율성 개념이 판단 척도가 되어야 한다. 경제 발전이 경제 영역에 속하지 않는 요소들에 많이 좌우된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뒤르켐은 사회적 가치는 경제 주체들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왜냐하면 사회는 경제적 타산만으로 움직이지 않으며, 경제적 타산에 기인하지 않은 방식으로 사회 구성원들이 행동하도록 도덕적인 의무를 지울 수도 있기 때문이다.
협동조합이 세계 여러 나라로 확산되어 나가는데 왜 어려움을 겪는지, 그 한계가 무엇인지 가늠해보면 적극적 자유를 향한 열정이 아직은 많은 사람의 가장 소중한 가치가 아닌 것이다. 자유가 우등재의 영역에 있기 때문이다. 경제학에서 우등재는 소득 탄력성이 1보다 큰 재화다. 이는 소득이 일정한 한계 이상으로 올라서야만, 즉 기본적 필요가 충족되고 난 뒤에야 사람은 자유라는 재화를 보다 더 중히 여기게 된다는 의미다.
자유가 우등재가 될 수 있는 조건을 우리 사회가 더 넓게 확장할수록, 협동조합이라는 기업 형태가 새로운 존재 이유를 보다 더 많이 갖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