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편 '새애기'의 등장과 첫번째 아깽이들

길고양이 애꾸눈 짹 장가들고 새끼들이 태어나다.

by 클라라쏭짱

짹이 우리와 터고 지내고 나서 얼마 후에 예쁘고 작은 갈색 고양이가 나타났어. 며칠 계속해서 보이더니 밥자리를 알고부턴 단골손님이 되었지. 물론 짹처럼 우리 마당에서 자거나 쉬지는 않았어. 늘 경계심이 가득해서 사료만 먹고는 잽싸게 없어지곤 했지. 어느 날 짹이 그 갈색 고양이를 올라타고 있었어. 목덜미를 살짝 물어서 움직이지 못하게 하고 꽤 오랜시간 그러고 있더라고. 그때 이름이 지어졌지. 우리 집 며느리 ‘새애기’라고.

이제 우리는 새애기가 짹의 새끼들을 낳는 것만 기다리면 되었지. 새애기는 배가 불룩해서도 밥을 먹으러 왔어. 고양이의 임신기간은 대략 65일이라 이맘때쯤 낳지 않을까 하면서, 집 앞 뒤 여기저기에 종이박스를 갖다 놓았어. 한동안 보이지 않으면 ‘새끼 낳으러 갔나 보다’하고 ‘드디어, 드디어’했지. 어느 날 배가 홀쭉해져서 나타났어. 젖이 축 져지고 몸은 많이 말라 있었어. 살금살금 멀리서 뒤따라 가보니 길 건너 폐가 방앗간에 몸을 풀었더라고. 괜히 들여다보다가 예민한 새애기가 새끼들 보호한다고 어찌할까 봐 싶어서 가 보지도 못하고 수유를 위한 영양식을 준비해 주었어. 신기하게도 새애기가 어미가 되더니 그 맛있는 닭가슴살 덩어리를 바로 먹지 않고 물고 가더라고. 한 달 이상 지난 후에야 폐가 방앗간 창문에 올라가 자고 있는 아깽이(아기 고양이의 애칭)들을 확인할 수 있었는데 1,2,3, 세 마리였어. 우리집 식구들은 환호성을 지르고 망원경까지 동원해서 서로 보려고 다투었어.

새애기가 아기들을 데리고 우리집으로 온 건 거의 세 달은 다 되어서였어. 충분히 나다닐 수 있을 때까지 보호하다가 드디어 길을 건너 온거지. 저녁 해가 어스름하게 질 때였는데 귀여운 아기 고양이 세 마리가 천방지축 집 앞 잔디밭을 뛰어놀고 있는 거야. 새애기는 근처에 앉아 연신 아기들이 눈 밖을 벗어날까 감시하고 있었어. ‘너무 예뻐! 너무 예뻐!’ 소리가 입에서 끊이질 않고 나왔어.

짹의 흰색과 새애기의 갈색이 묘하게 어우러져 있는 세 마리의 아기 고양이들의 이름은 이렇게 지어졌어. 짹의 흰색을 가장 많이 갖고 있는 ‘짹만이’. 목부분만 유난히 하얀 ‘짹목이’ 그리고 흰색이 꼬리에만 살짝 덮어 있는 ‘짹꼬리’. 이름을 지어주고 나니까 분명히 더 구별이 되었지. 고양이들의 이름을 지어주는 것은 아주 중요해.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는 시구처럼 길에서 태어난 작은 생명들이 우리 가족과 엮어지는 순간이거든.

짹목이가 없어진 것은 이름을 지어주고 얼마 안 돼서야. 새애기는 하루에 두 번 정도 새끼들을 데리고 길을 건너와서 사료와 캔을 먹고 갔었는데 언제부턴가 짹목이가 보이지 않았어. 새애기는 원래부터 새끼가 두 마리였던 것처럼 짹만이와 짹꼬리만 데리고 다녔어. 어디다 물어본 들 누가 대답해 줄 수 있을까? 짹목이는 우리가 겪은 첫 번째 상실이었어. 그 이후에도 많은 길 고양이들하고의 만남과 헤어짐이 있을 거라는 걸 그때는 상상할 수도 없었지.

새애기와 아깽이 세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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