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서른 살이 심리학에게 묻다

by Jess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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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책 서른살이 심리학에게 묻다 / 김혜남




P53 우리는 항상 도망을 꿈꾼다. 자신이 원한 삶이든, 어쩔 수 없이 흘러오다 보니까 살게 된 삶이든 간에 현실은 언제나 도망을 꿈꾸게 만든다. 현실을 견딜 수 있는 것은 어쩌면 늘 도망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품고 살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중략)

그러나 도망은 회귀를 전제로 한다. 도망친다는 것은 자신의 본거지가 지금 머물고 있는 그곳임을 인정한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선택한다고 할 것이지 굳이 도망이란 말을 사용할 필요가 없을 테니까. 다른 삶을 선택하는 것과 현재의 삶으로부터 도망하는 것은 분명히 다르다.


도망을 꿈꾸는 것이, 결국 현실을 견디기 위한 자연스러운 행동이었다는 사실이 위로가 되는 순간이었다.

나약하고 비겁한 스스로를 책망하던 시간들이 이 한 구절로 인해 충분히 위로받고 있었다. 현실은 누구에게나 벅차고 힘든 것이라는 그 사실 하나가, 나에게만 혹독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 위안이 된다.





P114

‘슬픔을 이겨 낸 후에는 관념이 찾아온다. 슬픔이 관념으로 바뀔 때 우리의 심장을 후벼 파는 슬픔은 그 힘의 일부를 상실한다. 그리고 이러한 변화 자체는 비록 순간적이라 해도 약간의 즐거움을 내뿜게 된다’

이 과정이 끝나면 우리는 비로소 잃어버린 것에 대한 추억을 내면에 깊이 간직한 채 새로운 만남을 향해 출발할 수 있게 된다.








P119

“누군가와 가까워지려는 소망은 자신의 가장 깊은 자아를 다른 사람과 나누려는 소망이다”








P259

결국 어떤 삶의 형태를 취하든 완전히 자유로우면서도 외롭지 않은 삶이란 없다. 그저 조금 더 자유로우면서도 조금 덜 외로운 삶이 있을 뿐이다.


자유와 외로움은 평행선상에 놓여진 두 가지의 다른 가면, 한 가지를 선택하는 것은 또 다른 무언가를 포기하는 법을 배우는 것이라는 것을 나는 매일 그렇게 알아가는 중이었다. 조금 더 철저하게 외로운 사람이 되고 싶었다외로워야 비로소 아름다워지는 사람이 있었고, 어쩌면 나는 그런 사람들 중 하나라고 믿고 싶었는지도 몰랐다.







P301

“원하는 것을 가질 수 있다면 그것은 커다란 행복이다. 하지만 그보다 더 큰 행복은 갖고 있지 않은 것을 원하지 않는 것이다”







P311

젊음과 나이 듦의 장점이 서로 만나고 섞이기 시작하는 나이인 서른의 당신은 당신의 미래를 만들어갈 수 있다. 어떤 것이든 당신의 결정과 판단이 옳다고 확신한다면, 그리고 실수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그것으로부터 배울 준비가 되어 있다면, 당신의 미래는 많은 가능성을 향해 열려 있을 것이다. 그러니 당신 자신을 믿고 세상을 향한 발걸음을 힘차게 내디뎌라. 왜냐하면 당신은 언제나 옳으니까!


서른이라는 나이가 주는 중압감에 눌려 작은 꼬마가 되어버린 지 꽤 오래였다. 호기롭게 돌아온 서른의 한국 그리고 일년이라는 시간이 흘러 어느덧 서른 한살이라는 나이의 타이틀을 달고 살아가는 중이었다. 새롭게 시작한 일도, 인간관계도 모두 저마다 서른의 무게를 요구하고 있었지만 정작 내가 자유롭게 지내온 바깥생활에서 배워온 것은 그런 종류의 무게가 아니었기에 짧지 않은 시간동안 나에게 던져지는 시선은 나를 꽤나 주눅들게 만들고 있었다. 서른이라는 나이는 물론 무척이나 무겁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실수와 배움이 스무살과 가히 다르지 않음을, 단지 스무살이라는 나이와 다른 점이 있다면 그 간의 경험을 통해 쌓아진 깨달음들이 조금 더 나은 선택을 하는 기준을 만들어주었다는 사실, 그 것이 아닐까.


언젠가 선배 언니가 그런 이야기를 한 적이있다.


"서른이라는 나이가 얼마나 아름다운지 알아? 이십대 때 채 영글어지지 않은 것들이 조금씩 성숙해져가고 있고, 다양한 경험들로 인해 삶에 대한 맷집이 생겨난 나이거든. 그래서 나는 스무살로 돌아가고 싶지 않은 것 같아. 서른은 그 간의 것들을 쌓아올려 무언가를 새롭게 시작하는 나이니까, 난 그 새로운 시작을 응원하며 예쁘게 쌓아가고 싶어"


삶의 다양한 시선이, 또 그런 시선을 가지고 있는 누군가와 깊은 대화를 할 수 있다는 것 또한 서른 즈음에야 비로소 가능해지는 일이 아닐까. 나이 먹음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더욱 성숙해지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 곁에서 나도 오랫동안 아름답게 나이를 먹는 사람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