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모든 엄마들과 나누고 싶은 책
엄마가 되고 요즘은 그림책을 읽을 기회가 꽤 많아졌다. 아이가 잠들기 전에 책을 읽어주다 보니 도서관에 들르면 아이와 함께 읽을 책을 고르기도 하고 대게는 내가 읽을만한 그림책을 고르기 위해 어린이 자료실에 머무는 편이다. 육아를 하면서 바쁘고 정신없는 시간을 쪼개어 후루룩 읽기 좋은 책. 예전에는 그림이 많고 글이 적어서 어른은 읽지 않는 책이라고 으레 단정 지어 버리곤 했는데 진짜 어른이 되어 펼쳐본 그림책은 글자가 빼곡한 어른의 책 보다 더 많은 깨달음이 들어있다.
지난 4월에는 가족들과 함께 제주에서 한 달 살기를 하면서 제주에 살고 있는 나의 제일 친한 친구와 제주 시내에 있는 독립 책방이나 북카페에 들러 종종 시간을 보냈다. 유모차를 끌고 중앙로에 위치한 '무화과 한 입'이라는 따뜻하고 소박한 북카페에 머물렀을 때 나는 처음으로 그림책을 읽고 큰 충격을 받았다. 친구가 너무도 좋아하는 책이라며 나에게 건네준 그림책 <언제나 우리는 다시 만나>. 나는 그 책을 넘기다 눈가가 시큰해져서 카페에 서서 한참을 훌쩍거렸더랬다. 남편의 백 마디 말보다 그림책 한 권이 그간 육아를 하며 잔뜩 지쳐버린 내 마음을 따뜻하게 위로했다. '엄마'로 살아본 사람만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가 그림책에 가득 담겨있었다. 그날 이후, 나는 주변의 '엄마'인 이들에게 종종 그림책을 선물로 보내곤 한다. 때론 힘내라는 진부한 말보다 잔잔하게 쓰인 몇 개의 문장이 더 큰 위로가 되는 법이니 말이다.
p51.
내 삶 속에는 얼마나 많은 ‘엄마’가 있었을까요. 엄마가 되었다는 건 엄마를 부르는 일보다 엄마라고 불릴 일이 더 많아졌다는 뜻입니다.
p52.
대추 한 알 자라는 데도 그렇게 견딜 것들이 많은데, 아이 한 사람 자라는 일이니 얼마나 많은 것을 견뎌야 할까요. 나의 시시한 시간들은 그래서 시시할 수 없습니다. 아이가 눈부시게 영글어 가는 시간이니까요.
p89.
내 삶이 볼품없다고 볼멘소리만 할 것이 아니라 한 송이 풀이라도 심어 봐야겠습니다. 나를 가꾸고, 내 생활을 가꾸지 않으면 끊임없이 소진되는 일상에 마음이 너덜너덜해질 것이 분명하니까요. 무엇을 심고 돌본다는 건 애정을 갖고 삶을 반들반들하게 윤내는 일과도 같습니다. 그렇기에 내 일상에 무엇을 심고 돌보고 있는지 수시로 돌아봐야겠습니다.
p114.
내 아이는 어떤 기억들을 평생 안고 살아갈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아이 마음속을 떠돌 수많은 기억의 조각 중에 첫 조각은 부디 따뜻하고 포근한 것이길 바랍니다.
p129.
불안이 우리를 조종하니까요. 우리를 틀 안에 넣는 것은 불안입니다. 불안한 마음에 세상의 리듬을 따라가다 보면 생각할 시간이 없게 됩니다. 뒤로 물러나서 생각할 시간을 확보하고 투쟁하는 방식으로 그 간극을 이겨낼 수밖에 없죠. 아이들은 모두 시인으로 태어납니다. 아이의 시선에서 배우세요. 성과주의의 논리가 통하지 않는 세계가 거기 있습니다. 아이를 안고 책을 읽어 주면 부모 역시 자연스럽게 이야기 안으로 가담됩니다. 그런 순간을 더 자주 가지세요. 그렇게 세상이 강요하는 리듬을 거부할 힘을 차곡차곡 쌓으십시오
/ 유럽의 그림책 작가들에게 묻다
p170.
부모가 되면 아이에게 내가 해줄 수 있는 최고의 것을 해주리라, 부족함 없이 해주리라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부모가 되고 보니 그렇게 못해 줘서 미안한 마음뿐입니다. 그런데 “이 세상 최고의 딸기”를 보면 부족한 것이 꼭 미안한 일만은 아닌 듯합니다. 부족하기에 우리 안에서 꺼내어 볼 수 있는 지극히 귀한 마음들이 있습니다. 소중히 여기는 마음, 아끼고 나누는 마음, 채우기 위해 분투하는 마음, 그 어떤 마음이든지, 부족한 것은 우리 안에서 좋은 마음을 꺼내는 마중물이 되어 줍니다. 아이 안에 정말 좋은 것들을 스스로 꺼낼 수 있도록 돕고 싶다면, 때때로 부족함으로 키워야 할 때도 있다는 것을 기억합니다.
p229.
두 번은 없다.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아무런 연습 없이 태어나서 아무런 훈련 없이 죽는다
/ <두 번은 없다> 시 중에서, <끝과 시작>
요즘은 더 좋은 그림책을 알아보는 안목을 기르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적어도 2주에 한 번은 도서관에서 시간을 보내는 편이다. 이번에도 역시 책이 가득 꽂힌 책장을 여행하는 중이었는데 '세종 도서(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 주관하는 세종 도서 교양도서)' 코너에서 이 책을 발견하곤 잠시의 망설임도 없이 품에 안고 집으로 왔다.
꽤 늦은 나이에 아이를 낳게 된 작가가 진솔하게 써 내려간 일상과 육아를 하며 힘든 고비를 지혜롭게 견딜 수 있는 용기를 준 그림책들이 챕터마다 소개되고 있다. 1년이 채 되지 않아 부족함이 많은 초보 엄마인 나도 이 책을 읽으면서 '나만 그런 것이 아니구나', '이럴 때는 이런 그림책을 읽어보면 좋겠구나'라는 생각들을 하며 아이를 다시 한번 들여다보게 하는 마법 같은 책이다.
육아를 하면서 나는 종종 그 누구도 위로가 되지 않고 외롭다는 생각을 종종 하곤 했다. 그럴 때마다 말없이 집어 든 그림책들은 늦은 밤 잔뜩 지친 나의 어깨를 두드려주는 것만 같았다. 아이가 눈을 뜨면 시작되고 아이가 잠들면 끝이 나는 육아 전투에서 쓰러지지 않기 위해서 이 책 속의 책들을 하나씩 따라가며 읽어볼 요량이다. 내일은 이안이에게 부디 더 좋은 엄마가 되기 위해서.
세상의 모든 부모님에게 추천해주고 싶은 책이예요!
몇 번을 읽어도 읽다보면 목이 메는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