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4화. 버티는 삶에 대하여

제시의 어설픈 육아그림일기

by Jessie

‘버티다’

1. 어려운 일이나 외부의 압력을 참고 견디다.

2. 어떤 대상이 주변 상황에 움쩍 않고 든든히 자리 잡다.

3. 주위 상황이 어려운 상태에서도 굽히지 않고 맞서 견디어 내다.


‘견디다’

1. 사람이나 생물이 일정한 기간 동안 어려운 환경에 굴복하거나 죽지 않고 계속해서 버티면서 살아 나가는 상태가 되다.

2. 사람이나 생물이 어려운 환경에 굴복하거나 죽지 않고 계속해서 버티면서 살아 나가는 상태가 되다.



‘견디다’와 ‘버티다’. 둘의 의미는 비슷한 듯 하지만 저는 요즘 ‘버틴다’는 의미에 조금 더 가까운 삶을 살고 있는 듯합니다. 조금 더 단순하게 눈앞의 일들을 하루하루 헤쳐나가는 시간들. 저보다는 저의 보살핌이 필요한 두 존재와 살아가고 있기에 그들의 욕구와 필요를 채워주는 보호자의 역할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적절하겠네요.


어떤 날은 다 내려두고 이불속으로 파고들어 세상에 등을 돌리고 고요하게 숨어버리고 싶지만, 그럴 수 없는 것이 바로 엄마의 삶이기에 아이가 바스락거리는 소리에 함께 눈을 뜨고 무거운 몸을 일으켜 뜨거운 믹스커피 한 잔으로 잠을 깨우는 아침을 보냅니다. 어린이집 차량에 아이를 태워 보내는 날에는 잠시의 자유시간이 생기지만 요즘처럼 폐렴으로 아이가 고생을 할 때면 하루는 24시간이 아니라 48시간이 되어버리는 것 같기만 합니다.







아침일정을 빠르게 해결하고 나면 제일 먼저 클라이밍장으로 향합니다. 두 시간쯤 운동을 하고 돌아와 쑥대밭이 되어버린 집을 정리하고 한껏 쌓여있는 설거지도 억지로(?) 끝내죠. 그러고 나면 산책을 간절히 기다리고 있는 심바를 데리고 20분 정도의 짧은 산책을 다녀옵니다. 점심을 대충 때우고 잠시 지친 몸을 뉘어 도서관에서 빌려온 책을 몇 장 읽다 보면 어느새 아이가 하원할 시간이 돌아옵니다. 클라이밍을 하거나 책을 읽지 않았더라면 금세 ‘엄마’로서 살아가는 삶에 회의를 느끼지 않았을까요.


친정이 있는 동네에 부모님의 따스함을 떠올리며 돌아왔지만 지난 몇 십 년의 버릇을 쉬이 고치지 못한 아빠의 술주정에 친정과는 연락도 하지 않은 지 꽤 시간이 흘렀고, 몇 안 되는 친구들도 저마다의 삶을 사느라 바빠서 요 몇 달 동안의 저는 샛별이 그리고 심바와 함께 오래 고립되어 지내는 중입니다. 클라이밍장에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면 잠시 명랑해지지만 집으로 돌아오면 어느새 눈앞에 쌓여있는 하루치의 집안일들을 하느라 금세 회색빛으로 돌아가곤 합니다. 힘든 마음을 애써 일으켜 하원하는 아이를 데리러 나갈 때면 저는 다시 명랑함을 주워 입고 아이와 함께 놀이터나 주변 공원으로 향합니다. 밝게 웃는 아이를 보면서 지금의 시간이 빨리 흘러가길 바라는 이 마음에 죄책감을 느낄 때가 많은 요즘입니다.


엄마의 울적함이 아이에게까지 닿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늘 그렇게 ‘밝음’을 노력하며 지내는 시간들입니다. 얼마 전까지는 극심한 스트레스로 위장 장애까지 겪었지만 시간이 약이라는 말처럼 몇 주가 지나고 나니 다시 잃었던 식욕도 조금씩 돌아오고 있어요. 이렇게 힘든 시간들 속에서도 꾸준히 클라이밍장으로 향하고 도서관으로 그림책 만들기 수업을 나가는 제 자신이 요즘은 조금 기특하게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지금을 잘 이겨내서 곧 누군가에게 ‘괜찮아요. 다 지나갈 거예요’라는 위로를 건넬 수 있는 시간들이 오겠죠. 요즘은 그런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삽니다.





소중한 산책 메이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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