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시의 어설픈 육아그림일기
불현듯 삶에 찾아온 우울을 털어내기 위해 시작한 크고 작은 일들. 그중 하나는 바로 또 다른(?!) 생명을 들이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100% 완전한 자의는 아니었고 장난감 반납과 그림책 대여를 위해 들렀던 육아종합지원센터에서 선착순으로 방울토마토 모종을 나눠준다는 소식을 들었던 이유에서였지요. 그저 모종을 나눠준다고 했더라면 가벼운 마음으로 덜렁 받아 들고 와서 키우다 말았겠지만 이 작은 씨앗을 선뜻 받아 들고 온 것은 바로 모종을 키우며 느낀 바를 글로 풀어내는 에세이 공모전도 함께 주최한다는 소식에서였습니다. 우울을 털어내기 위해서는 삶에 크고 작은 긴장들을 주어야 함을 경험을 통해 깨닫게 된 지라 크게 부담이 되지 않는 이 공모전이 어찌나 반가웠던지요.
아이의 첫 반려식물이 되어 준 방울토마토. 아이가 첫 사회생활을 시작한 19개월에 심었는데 벌써 아이는 23개월의 어린이가 되었습니다. 식목일에 결석을 하는 바람에 어린이집 화단에 아이의 식물만 없어서 등원할 때마다 조금 섭섭한 마음이었는데 뒤늦게 아이만의 작은 식물이 생겼고 아이는 자주 창가로 달려가 방울토마토와 해바라기를 들여다보곤 했습니다. 그렇게 5개월이 눈 깜짝할 새 흘렀고 공모전 지원을 위해 아이가 방울토마토 모종과 함께 찍은 사진들을 꺼내어보다가 가슴 한편이 뭉클해지고 말았습니다. 작고 여리던 아이가 어느 세월에 이렇게 자라난 것일까요.
처음 모종을 심었을 땐 ‘엄마’라는 말만 겨우 할 수 있었던 꼬마였는데 방울토마토 모종이 쑥쑥 자라 여름의 냄새가 짙어진 요즘은 생각지도 못한 말들로 저를 행복하게 만드는 아이가 되었습니다. 얼마 전 도서관에 들러 엄마 고래와 함께 바다를 헤엄치는 아기 고래 책을 보고선 아이는 문득 “아기 고래는 행복해요”라고 말을 꺼냈습니다.(아이에게 처음으로 듣는 ‘행복하다’는 말이었어요!) 아이가 문장을 구사할 수 있다는 것도 무척이나 신기한데 ‘행복하다’는 말까지 할 수 있게 되다니 엄마로서는 이 순간이 얼마나 고맙고 또 감격스러웠던지요. 매일 밤, 잠자리에서 함께 읽었던 책들이 아이의 말그릇에 하나 둘 담겨 감동스러운 순간을 선물해 주었습니다. 엄마와 함께 있는 시간들을 행복하게 여기는 아이의 눈에 엄마 고래와 함께 바다를 유영하는 아기고래는 얼마나 행복해 보였던 것일까요. 아이와 함께 읽어내려갈 아름다운 그림책들이 도서관에 가득 꽂혀있다는 사실이 너무나 감사해지는 시간들입니다. 앞으로는 또 어떤 아름다운 말들을 알려주어야 할까요:)
시간은 분명 순식간에 흘러서 이내 지금의 녹음을 그리워하게 될 테지요. 힘들고 외로운 ‘엄마’의 성장기도 가만히 들여다보면 이렇게 반짝이는 순간들로 점차 단단해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방울토마토도, 아이도 그리고 저도 여름과 함께 자라고 있는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