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시의 어설픈 육아일기
용기 내어 그렸던 지난 그림일기 이후, 오랜만에 반가운 인연들의 연락을 받았습니다. (이렇게나 다양한 인맥들이 제 그림일기를 보고 계실 줄은 꿈에도 몰랐는데 말이에요) 대학교 동기, 산티아고를 함께 걸었던 동생, 브런치 구독자님, 호주에서 함께 살았던 룸메이트와 함께 일하던 언니까지. 삶에 지쳐 연락조차 하지 못하고 마음의 부채를 안고 살던 중이었는데 선뜻 손을 내밀어 안부를 건네어 준 그 마음에 운전을 하다가, 아이를 돌보다가, 커피를 마시다가도 울컥 눈물이 나곤 했습니다.
그중에서도 특히 호주에서 함께 살았던 룸메이트 동생이 전화를 걸어왔을 때는 7년 만에 찍혀있는 이름을 보자마자 울음이 왈칵 터졌는데요, 연락조차 하지 못하고 지냈던 지난 시간 동안 동생은 벌써 두 아이의 엄마가 되어있었습니다. 낯선 것들이 가득한 타국에서 두 아이를 키우며 한껏 단단해진 동생을 보면서 안타까움과 대단함을 건네던 중에 동생이 문득 말을 건넸습니다.
"언니, 언니는 내가 살면서 본 사람 중에서 몇 안 되는 멋진 사람이야. 언니는 물론 호주에서 힘들 때도 많았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니 눈은 늘 반짝반짝 빛이 났어. 그런 언니를 보면서 늘 멋있다는 생각을 했었고 말이야. 언니는 내 기억 속에는 하고 싶은 일들을 이루며 사는 사람이야"
이 말을 건네기 위해 몇 년의 공백을 깨고 망설임 없이 전화를 걸어준 동생이 너무나 고마워서 목이 메었던 날이었습니다. 누군가의 기억 속에 반짝이는 모습으로 기억된다는 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요. 육아를 하며 잊고 있던 저의 반짝이던 시절을 잠시 꺼내어봅니다. 그 기억을 동력 삼아 다시 앞으로 나아가게 될지도 모를 일이니까요.
오랫동안 꿈꾸던 '디즈니 월드 인턴쉽'을 위해 130번이 넘는 자기소개를 몇 날, 며칠이고 연습했던 일.
전지로 만든 포트폴리오를 짊어지고 인터뷰를 보던 날의 기억.
아름다운 친구들과 핼러윈 파티를 즐기고 마이애미로 여행을 떠났던 일.
나를 멋진 사람이라고 일깨워 준 고마운 인연을 만난 일.
도서관에서 우연히 집어든 책 한 권으로 시작해 5년 동안 꿈꾸던 산티아고로 떠났던 일.
33일 동안 정직하게 걸으며 산티아고를 오롯이 완주한 일.
다른 사람의 아픔에 진심으로 공감하며 함께 울며 걸었던 일.
마음 깊이 미워하던 사람을 용서한 일.
소아암 아이들을 위해 자전거로 사막을 건넌 일.
학교에 가지 못하는 아프리카 아이들의 모금을 위해 자전거 횡단을 떠나온 아이들을 돕던 일.
다양한 직업을 가진 사람들과 호주를 지구 세 바퀴 반만큼 여행한 일.
지구의 역사를 탐험하기 위해 아웃백으로 밥 먹듯 떠났던 일.
꿈에도 그리던 '꽃보다 청춘'을 찍었던 일.
인생은 아주 길고도 길 테니 그때의 기억들을 동력 삼아 조금 용기를 내야겠습니다.
글을 쓸 수 있도록 용기를 주시는 분들께도 감사의 인사를 살며시 전해봅니다.
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