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0화. 나에게도 우울이 찾아왔다.

제시의 어설픈 육아일기

by Jessie


언젠가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있었습니다. 우울이라는 것은 바쁘지 않아서, 여유가 많아서 찾아오는 것이라고 말이죠. 막상 ‘우울’을 마주했을 때 저는 꽤나 정신없는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습니다. 빈틈없이 바빴다는 말이 어울리는 정도였죠. 아침 6시면 어김없이 시작되는 하루 일과와 ‘안아’를 입에 달고 사는 아이를 두고 화장실도 마음대로 가지 못하는 상황 속에서 여유라는 것은 저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단어였을 것입니다. 아이가 잠든 후에도 잔뜩 쌓인 설거지와 잔뜩 어질러진 거실을 둘러보며 한숨이 절로 흘러나왔고 때론 제대로 씻지 못해 땀냄새가 풀풀 풍기는 스스로에게 진절머리가 나기도 했습니다. 전쟁 같은 아침을 보내고 나면 강아지 산책을 나가고 다시 집으로 돌아가 어질러진 집을 치우고 빨래를 하고 설거지를 끝내고 잠시 자리에 앉아 커피를 마시고 있으면 어느덧 아이가 하원할 시간이었습니다. ‘살아야 해서’ 사는 그런 날들이었노라고 말할 수 있을 것도 같네요.






늘 빈틈없이 바쁜 와중에도 무기력했습니다. 해야만 하는 일들을 겨우겨우 끝내고 나면 누구도 만나고 싶지 않았고 세상에 혼자 덜렁 남겨진 기분이 들기도 했습니다. 친구들의 연락도 달갑지 않았고 남편과도 할 이야기가 없어서 늘 바쁘다는 핑계를 대며 통화를 미루고 또 미루기를 반복했을 뿐이었습니다. 무기력에서 벗어나기 위해 정말 있는 힘껏 노력했지만 심바와 산책을 해도, 맛있는 커피를 마시러 가도, 책을 읽어도 늘 제자리에 머물러 있기만 했고 어떤 밤에는 사라지고 싶다는 생각이 찾아오기도 했습니다. 펑펑 울기라도 했으면 좋았을 텐데 눈물도 나지 않는 상황이 원망스러울 때도 있었고 말입니다.


그러던 어느 날, 누군가의 도움이라도 받아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찾았던 상담센터. 처음 보는 사람에게 저의 속내를 조금 꺼내놓아 보았습니다. 어떤 날은 잊고 있던 기억을 되찾기도 하고, 내 감정의 뿌리가 어디에서 비롯된 것인지 깨닫게 되기도 하고, 찔끔 눈물을 찍어내기도 하면서 정말 아주 조금 나아졌습니다. 이런 감정을 마주하는 게 난생처음 있는 일이라 꽤나 당황스럽고 힘들었지만 누군가의 도움으로나마 어둠을 딛고 나올 수 있음에 감사하게 되는 시간들이었습니다.


6주의 상담이 비로소 끝났지만 여전히 저의 감정은 현재진행형입니다. 오늘의 글은 이 감정에서 꼭 나아가리라는 의지로 쓰는 글이고 말입니다.





매거진의 이전글139화. 무거운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