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시의 어설픈 육아일기
남편이 얼마 전 한국으로 짧은 휴가를 다녀갔습니다. 롱디로 지낸 지 두 달 반만의 일이었는데요, 아이는 그새 훌쩍 자라서 남편을 깜짝 놀라게 하고 말았지요. 일주일의 시간은 무척이나 짧아서 한국에서 해결해야 되는 것들을 해치우고 나니 금세 작별인사를 할 시간이 되었습니다. ‘그만하자’는 말로 시작된 큰 싸움 이후 얼굴을 처음 보는 거라 부부임에도 어색한 적막이 흐르더군요. 세상에서 가장 가까운 사람이라 여겼던 이가 가장 멀게만 느껴졌던 시간들이었습니다. 그의 출국 하루 전, 부부상담으로 휴가의 마침표를 찍고 이른 새벽, 그를 데려다주러 김해공항으로 향했습니다. 상담을 하며 선생님과 나누었던 이야기들, 서로가 가진 생각들을 머금고 공항으로 향하는 길은 꽤 오래 적막이 머물렀습니다.
심한 감기로 골골거리는 아이는 공항으로 향하는 동안 착한 아이처럼 쌔근쌔근 잠들었습니다. 공항에 도착했을 때, 남편은 잠든 아이를 애써 깨우지 말고 차를 돌려 가라고 했고요. 출발이라고 쓰인 게이트 앞에서 캐리어를 꺼내는 남편을 보고 있노라니 울컥거리는 마음을 숨길 수가 없어 눈물을 펑펑 쏟고 말았지요. 그렇게 남편을 공항에 남겨두고 정신없이 집으로 돌아오는 길, 아빠를 찾는 아이의 목소리를 들으며 고속도로를 달리는 내내 눈물을 훔쳤습니다. ‘잘 살고 싶어서’하는 지금의 선택들을 통해 나는 과연 ‘잘 살고 있는 것’인지 몇 번이고 의문을 가지면서 말입니다.
출국을 앞둔 사람도, 남편을 공항에 내려주고 집으로 돌아오는 저도 각자의 이유로 무거운 마음이었을 겁니다. 남편을 보내고 며칠 동안 아무도 만나지 않고 연락도 받지 않은 채 오래간만에 찾아온 우울에 한껏 빠져 지냈습니다. 누군가 툭-하고 건드리기만 해도 눈물이 쏟아질 것 같았거든요. 그러는 동안에도 육아는 늘 변함없었고 매일 해야 하는 일들은 쌓여갔습니다. 청소기를 밀고, 바닥을 닦고 밥솥에 밥을 하고 아이를 등하원시키면서 조금씩 일상이 돌아오기 시작했습니다. 비바람이 멈춘 월요일, 며칠째 어두컴컴했던 하늘이 거짓말처럼 개였습니다. 주말만 해도 그칠 겨를 없이 비가 쏟아지고 또 쏟아지는 시간들이었는데 말이죠. 강아지와 함께 산책을 하며 하늘을 올려다보다, 우리도 지금의 시간을 이겨내고 언젠가는 분명히 따뜻한 봄을 맞이하게 될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짧은 안녕을 통해 우리가 조금 더 성숙한 가족이 되길 바라봅니다.
나의 인생은 ‘기어이’가 많아질수록 풍성해질 거라 믿는다.
기어이 무언가를 저질러도, 인생은 크게 잘못되지 않는다는 걸 깨달아 버렸다. 크게 잘못되기에는 우리가 너무 작은 존재다.
/ <작고 기특한 불행 _ 오지윤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