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essie Jan 16. 2020

사주에 화火가 많다고 나왔다

0. 사람이 언제 주술과 역학에 의지하게 되냐면 인력(人力)으로 안될 때다. 내가 열심히만하면, 기개를 뻗치면 다 될줄 알았는데 보란듯이 무릎꿇게 되는 순간 아 내가 놓치는게 있나 하기 때문이다.


2016년 이후로 사주나 타로 종교같은 것들(물론 각각 속성은 다 다르겠지만)에 관심을 가지게 됬는데 그 이후로 꾸준히 본다. 얼마 전에 한솔선배가 사주공부한다고 내 생년월일 생시를 봐 줬는데 화(불의 기운)이 엄청 많고 물이 신기할 정도로 없다고 했다.


불이 많은 성향이라고 나에 대한 설명을 들어봤는데 맞는 것 같다. 그리고 실제로 마음 속에 화가 많아서 빡칠때도 많다...

 

화火의 기운이 강한  사주팔자는 뜨거운 불처럼 정열적이고 폭발적인 에너지가 강하므로 표현력이 뛰어나며 활동적이고 적극적이다. 또한  자신을 드러내고  싶은 욕망도 강하므로 사랑하는 사람이 있으면 자신의 감정을 숨지지 않고 거리낌 없이 표현하는 경우가 많다. (출처 - http://www.hynews.kr/default/article_print.htm?part_idx=381&idx=45704 )



1. 엄마 나 사주봤는데 내조 잘하는 남자랑 결혼하면 좋대! 그리고 불이 많대.

자랑하듯 엄마한테 그날 밤에 말해줬다.

엄마는 어휴 물이 많아야 되는데, 물이 없으면 본인이 힘들어 라고 했다.


그리고 불의 기운이 강한 딸은 방금 또 전화로 엄마랑 싸우고 와서 이따가 사과 전화를 해야한다.



2.  물이 없어서 힘들었던 걸까. 많이 울었던 것 같다.

아니 눈물 흘리는걸 좋아하지 않아서 그저 속으로 악에 받치듯 마음으로 울음을 참았었나.


여행을 가도 허하고, 매일 타오르다가 타오르는 이유를 모르겠어서,

주위에서 오해하는 시선에 지쳐가는데 내 안에서 그 이유를 딱히 찾을 수 없어서,

그럼에도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일을 포기할 수 없어서 힘이 들었었다.


어느순간 삶을 조금씩 단단하게 만들어갈수 있었던 건

그저 즐길 거리가 아닌 삶을 향기롭고 내 안의 내공을 더욱 쌓아 올리는 것들을 찾으면서 였다.


도시를 느끼는 법을 배우고,

내가 좋아하는 것을 흠뻑 느끼고 타오르는 것 같은 감정으로 글을 쓰거나

아름다움이 느껴지는 찰나의 순간을 드로잉으로 담아내기까지,

적지 않은 시행착오가 있었다.


2-1. 마음의 양식이 독서라고 하지만 실제로 허한 마음을 책으로 채워보지 않은 사람은 그 말뜻을 모를수밖에 없다.


파리의 아름다움 중 하나가 와인이라고 하지만 인생의 삭막함 속 아름다움의 진가를 알지 못하는 사람은 와인을 진심으로 느낄 수 없는 법이다.


내 사주에 없는 물을 어디서 찾아야 할 지 모르겠지만 내가 가진 화火 는 어떻게 타올려야 아름다운지는 배워가고 있는 것 같다.


앞으로 시니어가 되면 더 많이 외로워 질텐데 그 외로움을 피하지 않고 묵묵히 친구삼을 수 있는 내공을 잘 쌓아놔야지.



3. 그 어떤 성향도 절대적으로 좋고 나쁨이 있지 않다.

그저 특정 환경에 유리한 성향이, 불리한 기질이 선호로 이어져서 평가받는 것 뿐이다.


예전에 몇몇 어른들이 어렸을 때 변덕 많은 것 좀 줄이라고 했는데 광고판에서 일할때는 빠르게 트렌드에 맞춰서 그때그때 변할 수 있었던 기질이 오히려 타고난 장점이었던 기억이 난다.


요즘같은 시대에 결국 중요한건 자신의 기질을 죽여버리거나 환경에 길들이기보다는

자기만의 특성과 기질을 잘 살릴 수 있는 환경에 나를 노출 시키는 게 맞는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4. 내가 할수 있을까... 그리고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

삶의 이유를 "남들 하는 만큼"으로 잡지 않았으며 이미 내 인생에서 출사표를 던진 지금

잠잠히 꾸준히 열심히 하다가도, 순간 벌컼 화가 나고, 그 충동을 이기지 못해 실수를 하고, 그 감각적인 직관이 뜻밖의 행운을 가져다 주기도 한다.


2년 전 내 생일날 어떤 차장님은 "1994년 IMF 어려운 때 태어나셨으니까, 앞으로 헤쳐 나갈 힘은 평생 가지고 가지 않겠어요. 너무 불안해하지 말아요." 라고 해주셨는데 그 한마디가 참 감사했다.


수많은 외로움 속에 내 인생을 원하는대로 계속해서 이끌어갈 수 있는 힘을 놓지 않으려고 아득바득 살았던 날들. 아직도 내 뼛속에 박혀있는 지난날들은 지금 돌아봐도 참 악착같았다.


이제 와서 생각해보면, 인생을 개척하나가는 힘과 외로움은 어쩌면 상충하거나 방해하는 존재가 아니라

같이 보다듬고 가야 하는 것들인 것 같다.



강하고 담대하라 (여호수아 1:9)
작가의 이전글 링겔 아래서는 늘 생각이 잠잠해진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