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essie Yun Nov 27. 2017

어쩌다 성우가 되다

평범한 일상의 '일탈'

시계처럼 매주 반복되는 시간표에 따라 살아가야 했다.

학교 내부를 돌아다니며 일정한 수업을 들어야 했고, 점심시간이 되면 정해진 식단에 따라 식사를 해야 했으며,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하교를 해야 했다. 주말이 되면 그나마 자유가 주어진다. 하지만 아무 일도 하지 않고 빈둥빈둥 놀 때면 부모님은 공부를 하라고 한다. "대학 가야 한다"라고 하시면서.


그런데 어쩌다가 한 취미를 잡았다.

어쩌다가 성우가 되었다.




'일탈'의 시작

모든 일은 단순한 관심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어릴 때부터 그 유명한 픽사와 디즈니 애니메이션을 보고 자랐고, 또 라디오 드라마를 극히 좋아해서 옛날에 읽었었던 유명한 어린이 소설들을 기반으로 제작된 라디오 드라마를 꾸준히 들었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저절로 성우들의 목소리를 듣고 자라게 되었습니다.


그러면서 저는 직접 성우를 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길로 첫걸음을 내딛을 수 있도록 해 주었던 것이 바로 Librivox라고 하는 커뮤니티였습니다. Librivox는 저작권이 상실된 책들을 다양한 방식으로 오디오북으로 제작해서 무료로 배포하는 커뮤니티였으며, 자원봉사자들이 책을 읽어주는 공동체였습니다. 그중에서도 '드라마 리딩'이라는 오디오북 장르에 참여했는데, 한 사람당 책의 한 캐릭터를 맡아 녹음을 하는 곳이었습니다. 저는 그곳에서 2년간 활동하며 조금씩 자그마한 내공을 쌓았습니다.


어떤 과정을 겪었는지는 제 다른 브런치 매거진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그 후 고등학생이 되고 나자, 저는 뉴그라운즈에 재방문했습니다. (뉴그라운즈는 애니메이터, 게임 개발자, 성우, 음악가, 화가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을 하고 있는 창조인들이 모이는 웹사이트입니다. 전 세계에 사는 수많은 사람들이 함께 새로운 창작물을 만드는 '창조의 장'이기도 합니다.) 원래는 중학생 시절에 '지오메트리 대시'라고 하는 게임에 음악을 올려 레벨을 만드는 목적으로 가입을 했지만, 이제는 다른 목표가 생기게 되었습니다.



'일탈'을 즐기다

2017년 5월, 저는 무심코 이제까지 갈고닦았던 (?) 목소리 연기를 녹음해서 뉴그라운즈에 올려보기로 결심했습니다. 그와 동시에 저보다 훨씬 경험이 많으신 성우분들에게서 피드백을 받고 싶었습니다. 그렇게 제 첫 데모를 올린 지 얼마 되지 않아, 한 엄청난 캐스팅 콜이 들어왔습니다.


목소리 연기 잘하시네요.
저는 지금 아시아계 주인공을 맡을 성우를 찾고 있는데요,
제 애니메이션 시리즈에 참여해 주시겠어요?


'애니메이션 시리즈?!'

저는 이 분이 보내온 캐릭터 그림과 여러 가지 콘셉트들을 보고 왠지 좋은 애니메이션이 나올 것 같다는 생각을 많이 하였습니다.


내년에 나올 예정인 '팀 파이' 애니메이션 시리즈 케릭터 디자인. 제가 맡은 역할은 가운데에 있는 '파이(Pi)'라고 하는 여주인공과 오른쪽에 '딸기(Talgi)'.



저는 그 이후로 많은 캐스팅 콜을 받아왔습니다. 뉴그라운즈에서 애니메이션을 잘 제작하시는 많은 분들에게서 캐릭터 연기를 맡아달라는 청을 받았고, 저에게 가지고 있는 것이라곤 애플 이어 팟과 아이폰이라는 녹음 도구와 함께 성우 생활을 즐기게 되었습니다. 특히 뉴그라운즈에서 굉장히 유명한 마스코트인 'Nene'라는 역할에 캐스팅이 되었으며, 뉴그라운즈 역사상 가장 큰 오디오 드라마에서 한국어와 영어로 동시에 연기를 해서 한국어를 뉴그라운즈에도 알리는 역할을 수행하게 되었습니다.

뉴그라운즈 마스코트 "Nene(네네)" 유저 아트

그러면서 저는 성우 활동이 가장 저를 열정적이게 하는 활동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고등학생들은 무조건 공부를 해야 한다고 하지만, 그것을 통해서 열정과 행복을 얻을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보이는 것은 대학교뿐일 겁니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나라도 찾아서 하면, 고등학생들의 삶은 더욱더 나아지지 않을까요?
작가의 이전글 내일로 - One Day More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