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 홀릭

8 식물밖에 난 몰라

by 정글안

원 없이 보고 싶고, 모든 것을 카메라에 담고 싶다는 욕구를 느껴 본 사람이라면 식물원에서 내 기분이 어떤지 알 것이다. 정말 딱 하루만이라도 머물고 싶다는 생각은 생각에서 그쳐야 하기에 눈알을 동서남북 굴리며 걸음을 앞으로 재촉했다.


UNADJUSTEDNONRAW_thumb_53f0.jpg

눈앞에 이런 야자수 같은 선인장이 장관을 이루고 있으면 왼발 오른발 앞으로 척척 나가기가 힘들다. 식물원 온실에는 온식 위로도 볼 게 많았다. 저 푸른 하늘이란, 무엇이든 해결해줄 것만 같은 힘을 가졌다. 미세먼지에 찌든 곳에서 살다온 나에게는 천국 같은 그곳에서 호흡하던 그 순간이 비교 불가한 인생 최고의 순간이었다.



UNADJUSTEDNONRAW_thumb_53bf.jpg

식물원 로비


세계 제3대 식물원이라 불릴 만했다. 'THE PLANT ODYSSEY'라는 말은 식물 덕후인 내 마음에 더 불을 지핀다. 식물이 지나온 긴 여정을 담고 있는 곳이니 얼마나 매력적이겠는가. 더 많은 식물과 각각의 생태 일대기를 파보아야겠다는 의지와 열정이 불타올랐다.


UNADJUSTEDNONRAW_thumb_542a.jpg

양치식물


갈색 포트에 담긴 화분으로만 보다 이렇게 숲을 이룬 양치식물을 보니 감탄이 안 나올 수 없다. 마음으로는 식물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 음지의 식물까지 세세하게 다 보았다. 바위틈 사이에 식재된 다양한 고사리(양치식물)들은 화원에서 보던 작고 여린 식물이 아니었다. 사방으로 뻗어나가는 줄기는 제법 탄력이 있는 나뭇가지로 보였다.

UNADJUSTEDNONRAW_thumb_5426.jpg

이 어마어마한 잎들을 보라. 뚜렷한 잎맥과 그 주변에 흐르는 희미한 선들은 신비로움 그 자체다. 만지지 않을 수 없다. 촉감은 보이는 그대로다. 매끈한 벨벳이 손 끝에 닿은 기분이랄까. 국내 화원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잎들을 바라보고 있으니 식물과 나만이 세상에 있다는 착각에 계속 허우적거릴 뿐이었다.

매거진의 이전글셀카를 부르는 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