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식물밖에 난 몰라
원 없이 보고 싶고, 모든 것을 카메라에 담고 싶다는 욕구를 느껴 본 사람이라면 식물원에서 내 기분이 어떤지 알 것이다. 정말 딱 하루만이라도 머물고 싶다는 생각은 생각에서 그쳐야 하기에 눈알을 동서남북 굴리며 걸음을 앞으로 재촉했다.
눈앞에 이런 야자수 같은 선인장이 장관을 이루고 있으면 왼발 오른발 앞으로 척척 나가기가 힘들다. 식물원 온실에는 온식 위로도 볼 게 많았다. 저 푸른 하늘이란, 무엇이든 해결해줄 것만 같은 힘을 가졌다. 미세먼지에 찌든 곳에서 살다온 나에게는 천국 같은 그곳에서 호흡하던 그 순간이 비교 불가한 인생 최고의 순간이었다.
식물원 로비
세계 제3대 식물원이라 불릴 만했다. 'THE PLANT ODYSSEY'라는 말은 식물 덕후인 내 마음에 더 불을 지핀다. 식물이 지나온 긴 여정을 담고 있는 곳이니 얼마나 매력적이겠는가. 더 많은 식물과 각각의 생태 일대기를 파보아야겠다는 의지와 열정이 불타올랐다.
양치식물
갈색 포트에 담긴 화분으로만 보다 이렇게 숲을 이룬 양치식물을 보니 감탄이 안 나올 수 없다. 마음으로는 식물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 음지의 식물까지 세세하게 다 보았다. 바위틈 사이에 식재된 다양한 고사리(양치식물)들은 화원에서 보던 작고 여린 식물이 아니었다. 사방으로 뻗어나가는 줄기는 제법 탄력이 있는 나뭇가지로 보였다.
이 어마어마한 잎들을 보라. 뚜렷한 잎맥과 그 주변에 흐르는 희미한 선들은 신비로움 그 자체다. 만지지 않을 수 없다. 촉감은 보이는 그대로다. 매끈한 벨벳이 손 끝에 닿은 기분이랄까. 국내 화원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잎들을 바라보고 있으니 식물과 나만이 세상에 있다는 착각에 계속 허우적거릴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