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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직딩제스 Jul 26. 2017

생얼로 글쓰기

지인 중 누가 물었다.
"페이스북도 하고, 블로그도 하세요?
"네"
"와~ 정말 부지런하시네요."
"그냥 심심해서 하는 거예요."
"블로그는 네이버인가요?"
"아뇨. 브런치라고..."
"그게 뭐죠...?" 사실 대부분 잘 모른다.
"제 카톡에 늘 주소를 써 놓는데, 사람들은 모르더라구요. 하하"
"아~ 나중에 한번 들어가 볼게요." 늘 그렇게 말하고 들어 오지는 않는다.
"그런데, 페북이랑 그 블로그랑 글이 달라요?"
"네, 다르죠."
"어떻게 다른데요? 사람들이 더 많나요?"
"음.. 아뇨. 제 느낌이 다른거죠. 예로 들어서 페북은 화장하고 밖에 나갈 옷 차려 입고 글을 쓴다면,
블로그는 내 방에서 늘어난 티 입고 츄리닝 바지 입고 쓰는 느낌이죠."
"아~ 더 솔직한 글들을 쓴다는 말이네요?"
"네, 그렇죠. 남들한테 보여지는 글이 아닌 제가 쓰고 싶어서 쓰는 글요. 마치 화장 지운 생얼 같은 거죠. 하하"

그렇다. 여기는 내 방이다. 나의 글을 쓰는 공간.
그리고 나는 또 다른 곳에 글을 또 쓴다. 폰과 노트북 메모장에.. 그곳에 옷도 차려 입지 않고 속 옷만 입고 글을 쓰는 곳이다. 내 일기장에는 알몸으로 글을 쓴다. 욕도 쓸 때도 있다. 화장, 사진, 인증샷.. 남들에게 보여지기 위해 또는 보여주기 위해 우리는 참으로 많은 노력을 한다. 그러나 글이라는 것은 남들에게는 보여주기 위한 글이 아닌 정말 나를 위한 글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람은 타인이 모르는 것들로 인해 살아간다'라는 말이 있다. 우리의 모든 것이 공개되지는 않는다. 오히려 남이 모르는 타인에게는 공개되지 않은 시공간 속에서 우리는 대부분 살아간다. 내면으로 들어갈수록 타인에게 노출은 줄어들고 나만 아는 공간이 더 커진다.
자신이 남에게 보이는 것은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그리고 그중에서도 온라인에 올라가는 것은 매우 일부, 빙산의 일각 중에서도 가장 끝 부분만이 온라인에 노출된다. 특히, SNS는 그중에서도 자랑하고 싶은 부분만 업데이트된다. 그렇게 SNS라는 가상공간에는 빙산의 끝 부분 중 가장 자랑하고 싶은 꼭짓점만 공유하고 있다. 우리는 그런 꼭짓점을 보고 그 사람과 이 세계를 이해하려 한다. 아무것도 모른다고 하는 게 오히려 더 맞는 것 같다.
빙산의 일각의 끝. SNS의 허상. 공허함만 맴돌 뿐, 진심은 없고 고뇌도 없고 고통도 없는 허무한 공간이다. 그런 허무한 공간에서 아무리 노력해도 공허함만 깊어질뿐이다.


사람은 모두 자기 방처럼, 자신의 내면의 공간이 필요하다. 온라인의 아바타는 내적 공간이 될 수 없다. 어디까지 사이버 공간은 사이버 상에 존재하는 (존재하지 않는) 가상의 공간일 뿐이다. 그렇다면 나의 내면은 어디에 존재할까. 나의 경우는 머리 속에, 기억 속에, 핸드폰 메모장에, 공책에, 나의 일기장에..


다시 한번, 사람은 타인이 모르는 것들로 인해 살아간다. 그리고 타인이 모르는 공간에 내면이 쉴 수 있는 공간이 있다. 아무도 들어오지 않는 내 방 침대 같은 곳에 내면의 보금자리가 있다.

우리는 그 내면의 공간을 가꿔야 한다. 외적 치장이 아닌 나의 영혼을 가꾸기 위해 더 노력해야 한다.


#생얼로글쓰기 #직딩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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