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이야기
"대리님 일 다 끝났어요?" 퇴근 무렵 자리에서 조용히 일어나는 엄대리에게 내가 물었다.
"아니." 당연하다는 듯 그가 대답했다.
"오~ 그런데 이렇게 일찍 가요?"
벽에 있는 시계를 가르키면 내가 물었다. 시계바늘은 6시 8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이 시간이면 우리 팀 대부분은 구내식당으로 저녁 먹으러 가는 시간이다.
"원래 일을 안 끝내고 퇴근하는거야~"
"네?" 의아해서 물었다.
"잘 봐봐." 옷 매무새를 고쳐 잡으며 엄대리는 말을 이었다.
"일이라는 것은 원래 끝날 수가 없어. 일이 어디 끝날거 같애? 회사에서는 끝나는 일이라는 건 없어. 일이 계속 있는거지. 없으면 또 생기고 또 주고. 끝 나는 일 같은 건 없어. 다들 그냥 적당히 윗 사람 구색 맞출 수 있는 수준에서 끊고 집에 가는거야. 그리고 다음날 이어서 하는거지."
"아~" 나는 고개를 끄덕거리며 참 일리있는 말이라고 생각했다.
"저녁먹고 한 두 시간 더 일 한다고 엄청 많이 하는 것도 아니라고"
그는 턱으로 사무실에 앉아 있는 사람들을 은근슬쩍 가리키며 말을 이었다.
"빨리 퇴근하고 내일 아침에 집중적으로 하는게 낫지. 남아서 해도 별 업무 효율이 안나~"
"아.. 그러네요." 나는 연신 고개만 끄덕이고 있었다.
"너두 일찍 퇴근해라. 그럼, 나 갈게."
손바닥을 찡긋 들어 보이고는 그는 엘리베이터 쪽으로 유유히 걸어갔다.
멀어져가는 그의 뒷모습을 한 동안 바라보다 그의 손에도 등에도 가방은 없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는 가방을 가지고 다니지 않았다. 언제든 어디서든 퇴근 할 준비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멋지다.
일을 끊고 퇴근하는 그의 뒷모습은 멋졌다.
자리로 돌아와 열심히 타이핑을 치고 있는 팀원을 보았다. 그들은 일을 멈출 생각을 하지 않았다.
'꼬르르..' 배가 고파왔다. 다들 밥 먹으러 언제 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