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주가 될거야
알바만 해서 먹고살 수 있을까?
물론 가능은 하겠지요. 정말 내가 가진 모든 욕구를 줄인다면요. 옷 하나를 살 때나, 여행지 숙소를 정할 때나 돈에 따른 선택이 들어는 순간 힘들어집니다. 별 차이 안나는 돈 때문에 살까 말까, 갈까 말까를 고민하는 내 시간을 투자 할바에는 나는 늘 돈을 포기하는 걸 선택해오곤 했습니다. 물론 흥청망청은 아닙니다. 그럴만한 돈은 나에게 있지 않아요.
알바만으로 삶을 살아본 적이 없으니, 얼마를 어떻게 아껴야 하는지도 모르는 채 평소처럼 살아버린 나는 몇 달간 나의 신용카드 명세서를 보고 이렇게 살아선 안 되겠구나. 계획성 있게 살아야겠구나 뒤늦게 깨달았습니다. 보통 삼십 대의 사람이라면 미리 알바인생이 되기 전에 어느 정도 미래의 계획을 해놓고 내가 쓸돈 분배를 잘해놓는 게 마땅할 지언데. 저는 역시 몸으로 부딪혀봐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으로 이번에도 카드값과 정면으로 부딪히면서 한발 한발 나아가고 있습니다.
최근 나와 같이 알바인생 된 친구와 지금 삶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알바인생이 되고 나서 우리는 회사 때문에 그 전날부터 가슴에 돌덩이를 올려놓은 듯 기분이 무거운 일도, 다음날 아침이 오는 게 무서운 일도, 직장 상사의 전화에 괴로운 일도, 회식 때문에 벌벌 떨 일도, 우는 일도 없습니다. 친구와 아침 출근 인사 문자를 나누며 우리는 그래도 지금 행복하다고 했습니다. 마음이 가장 편한 상태라고요. 출근길이 마냥 싫지만은 않다구요. 최저시급 8,350원만 받고 딱 그만큼의 업무강도를, 그만큼의 책임감. 늘 그 이상을 감당해내던 삶은 고달프고 행복하지 않았습니다.
"8,350원"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 밥 한 끼면 사라지는 돈인데 이것이 티끌처럼 쌓여 가벼운 한 줌의 월급이 됩니다. 그리고 나는 이걸로 한 달 카드값, 보험료, 차비, 식비, 휴대폰요금, 나리씨 약값을 내고 남은 돈으로 살아갑니다. 하, 귀여운 파우치와 키링을 마음껏 사고 싶은데. 무언갈 살 때마다 자꾸만 최저시급과 비교를 하게 됩니다. 밥을 먹을 때도, 가방을 살 때도, 맛있는 커피 한잔을 먹어도 이거 내 2시간짜리 시급인데, 이거 내 하루 일급인데 자꾸만 비교하는 나를 발견합니다. 오늘 점심도 시급 한 시간짜리 밥을 먹고 말았네요. 나와 전혀 무관하다고 생각했던 8,350원이란 숫자는 제 나에게 가장 가까운 숫자가 되었습니다.
2020년부터는 최저임금이 240원 올라 8,590원이 된다고 합니다. 분당 따지면 '4원'이라는 금액이라고 하는데. 살면서 '4원'을 본 적 있으신가요? 물성으로 손에 쥐어 본 적이 없는 '4원'이란 돈. 이 돈으로 난 뭐를 더 할 수 있을까요? 저는 재테크로 지금 시급에서 남은 4원을 차곡차곡 모아 빌딩 하나 사보려고 합니다. 제2의 빙하기가 오고 인류가 다시 지금의 업적을 이루어 냈을 때 저도 건물주에 제 이름 석자 써볼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