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해경 Aug 09. 2024

자동차 교통사고

둘째 딸의 아이들을 수영장에서 데리고 오다가 자동차 사고가 났다. 돌아오는 길은 자주 다니는 길이 아니었다. 그래서 5개의 차선 중 2개만 우회전 차선인데 3번째 차선으로 가다가 갑자기 우회전 차선으로 변경했다. 나는 뒤늦게 우회전 차선이 아님을 알고, 차선변경을 위해 계속 깜빡이를 넣었다. 나는 옆차가 당연히 조금 양보하리라 생각하고 차선변경을 해서 들어오는데  "꽝" 소리가 나고 옆차가 나의 차의 오른쪽 앞 문짝을 들이받고 갔다. 


나는 어안이 벙벙했다. 물론 차선변경 구간은 아니었지만 당연히 조금 속도를 낮추어줄 줄 알았는데, 상대방의 차는 달리는 속도를 그대로 유지한 채 내 차를 박은 것이다. 


상대방은 30대의 젊은 남자이고, 차량은 제네시스 SUV이다. 그 차가 높고 탄탄해서인지 내 차의 오른쪽 앞 문에 검은 바퀴자국이 선명하게 그어졌고 찌그려졌다. 상대방의 차량은 앞 범퍼가 약간 긁혔다.


서로 가입한 보험사를 불렀다. 날씨는 후덥지근 더운데, 나는 차를 길가에 주차한 채 밖에서 둘째 딸과 두 손자를 데리고 현장담당자를 기다리고 있고, 이 젊은 남자는 차 안에서 에어컨을 켠 채 시원하게 출동요원을 기다리고 있다. 사건을 대하는 방식에서 확연하게 차이가 난다. 나는 아직도 약간 어안이 벙벙한 상태에서 '도대체 어떻게 해서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를 생각하고 있는데, 딸이 "엄마, 우리도 차 안에 들어가 에어컨 켜고 기다려요. 이 무슨 궁상이에요!" 한다. 우리의 모습이 처량해 보이는 것이 싫은 것 같았다. 더구나 길가에 나란히 주차한 두 대의 차량에서 나의 찌그러진 K3는 상대방의 차량에 비해 너무 초라해 보이는 것도 딸아이의 마음을 상하게 한 것 같았다.   


25분 정도 후, 현장조사 담당자가 와서 블랙박스 확인과 사진을 찍는 작업을 한다. 그사이 내가 상대방의 남자에게 물었다.

"도대체 누가 잘못한 건가요? 제가 계속 깜빡이를 넣었는데~(속으로 '왜 좀 속도를 늦추지 않았나요?')"

"제 폰으로 블랙박스 영상 보실래요? 100% 잘못하신 겁니다. 그 구역은 차선변경 구간이 아닙니다. 들어오심 안되죠!"

'아니, 차선변경 구간이 아니더라도 나는 상대방이 깜빡이를 켜고 들어오려고 하면 양보해 주는데 무슨 이런 말을 하나?' 하는 생각이 들어 상대방을 쳐다보니, 이 남자는 개선장군처럼 의기양양하기까지 했다. 


일단 보험으로 처리하기로 하고 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왔다. 조금 있다가 상대방의 보험담당자가 나에게 전화를 했다.

"저의 차량운전자가 대인 접수를 원합니다. 접수해도 되죠?"

"네? 무슨 말씀인가요?"

"지금 병원에 입원해 계십니다."

"아니 무슨 그런 일이? 제 차가 더 약하고, 제차에는 6살짜리 아이까지 타고 있었는데도 아무도 아프지 않은데, 상대방은 더 튼튼한 차에, 그것도 젊은 30대가 입원이라니요?"

"그래도 사람마다 다르니 아플 수도 있지 않습니까?"

"이건 아닌 것 같습니다. 대인 접수는 아닌 것 같습니다. 물론 차량 훼손은 당연히 제가 물어줘야죠? 대인 접수는 아닌 것 같습니다."

"그래요? 그럼 경찰서에 신고할 겁니다. 경찰서에 전화번호를 넘겨도 되겠죠?"

"네, 넘기세요!"


전화를 끊고 나니 기가 찼다. 그래서 명함으로 받은 현장조사 담당자에게 전화를 했다. 

"왜 저의 보험사에서는 아무도 전화를 하지 않죠? 상대방의 보험사에서 저에게 전화를 했어요."

사고 직 후 도착한 현장조사 담당자가 현장에서 나에게 이렇게 말했었다. 

"이 차량은 160만 원 정도 수리비가 나올 것이고, 상대방 차량은 60~70만 원 정도 수리비가 나올 겁니다. 곧 차량 정비소에게 전화할 겁니다. 그곳에 맡기세요. 대신 무상으로 차량리스도 수리받을 때까지 해줄 겁니다."

"그래요? 그런데 저, 보험료가 올라가나요?"

"대인접수는 반드시 벌칙 포인트가 적용되어서 올라가고, 차량 수리비는 합쳐서 200만 원이 되면 올라갑니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곧 정비소에서 아주 명랑한 목소리로 차량을 맡기라는 전화가 왔다. 조금 전에 현장조사 담당자로부터 들은 말이 있어서, 상대방 차량의 수선비를 보고 내 차를 맡기겠다고 대답했다. 그 결과를 알고 있어서인지 전화를 다시 받은 현장조사 담당자은 정말 아주 무성의한 목소리로, 시큰둥하게 대답한다.

"저는 현장조사 담당자이고 대물담당 직원이 전화할 겁니다."


그런데 조금 있다가 경찰서에서 전화가 왔다.

"교통사고 처리 담당자입니다. 대인접수를 해 주지 않았다면서요?"

"네, 당연하죠. 이건 사기입니다. 전혀 아프지 않은 사람이 왜 병원에 입원을 하죠? 이건 법에 위배되지 않나요?"

"아, 그런데 블랙박스 영상을 보니 차량변경 금지지역에서 변경을 했더라고요. 만약 대인접수를 해 주시지 않으면 재판을 받고 벌금을 물게 됩니다."

"벌금이 얼마인가요?"

"그건 모르죠. 판사가 정하는 것이니까요. 그런데 상대방이 대인접수를 해 주면 고소를 취하하겠다고 하는데요?"

"아니, 아프지도 않은 사람이 입원하는 건 올바른 일이 아니잖아요!"

"물론 그럴 수도 있는데, 결국 대인접수해줘야 할 겁니다. 그리고 벌금은 벌금대로 내셔야 하고요."

"누가 신고를 했나요?"

"상대방 남자분이 직접 오셔서 신고했습니다!"

"아니 무슨 이런 법이 다 있나요? 저의 보험담당자와 먼저 이야기해 볼게요.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알지 못해서요."

"그래요. 11시까지 제가 근무하니까 그전에 전화해주셔야 합니다."


나의 보험사에 전화를 했다. 대인담당자가 그제야 나에게 연락을 한다.

"대인접수를 해 줘야 하나요?"

"해 주셔야 합니다. 아님 벌금을 내야 하는데 이, 삼백만 원은 내셔야 할지도 모릅니다."

"이, 삼백만 원요?"

"네. "

"아프지도 않은 사람을? 이게 말이 됩니까?"

"어쩔 수가 없습니다. 특히 이 사람은 전력이 있는 사람입니다. 지금 일반병원이 아니라 한방병원에 입원해 있습니다. 훨씬 비쌉니다. 그래서 물어보니 그전에도 이런 경험이 있다고 합니다."

"아니, 제가 매달 보험료를 꼬박꼬박 내는데 보험사가 저를 위해 무엇을 해 주시나요?"

"지금 이렇게 협상하지 않습니까? 그리고 고객님을 생각해서 최소한의 벌점인 1점만 올렸습니다.(대물에서의 벌점처리는 아직 남아있다.)"


대물담당자가 연락이 왔다.

"과실 비율이 90:10으로 나왔는데 상대방에서 100:0으로 해주지 않으면 경찰서에 사건을 신고하겠다고 합니다. 고객님 어떻게 할까요?"

"90:10으로 하면 어떻게 되나요?"

"그럼 경찰서에 벌금을 내셔야 할 겁니다."

또 벌금 이야기를 한다. 나는 교통사고 한 건으로 벌금을 내야 하는 중대 과실을 범한 사람이 된 것이다. 도대체 이 보험사는 나를 위해 무엇을 협상하는지 화가 났다. 모두 상대방의 주장을 그대로 수용하는 것 밖에 다른 아무 일도 할 생각을 하지 않고, 자기들은 보험료만 올리면 된다는 식으로 일을 처리하고 있는 것이다.

'내년에는 절대 이 보험사를 이용하지 않으리라'는 생각까지 강하게 들었다.

"그래요. 100:0으로 처리하세요!"


이 일이 8월 7일 수요일에 있었다. 그런데 다음날 즉 8일에 아는 사람을 만났는데, 이 사람도 교통사고로 지금 차량정비 중이라고 했다.

"어떻게 교통사고 났나요?"

"다른 사람이 내 차를 뒤에서 박았어요."

나의 사고 경위를 이야기하니 이 사람도 너무 의아한 일이 많았다고 한다. 즉 자신은 대인 접수할 생각이 전혀 없는데, 보험사에서 계속 대인접수를 하라고 전화가 왔다는 것이다. 그러나 자신은 다친 곳이 없기 때문에 거절했다고 했다. 

특히 그분의 말.

"나는 예수님 믿는 사람으로서 그런 양심에 어긋난 일을 할 수가 없어요."

그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그 사람의 보험사에서 전화가 왔고, 통화 후 싱글벙글하면서 왔다.

"왜, 좋은 일이 있나요?"

"차량 리스를 하라고 하는데 지금 학교가 방학중이고 차를 사용할 일이 없어 안 했더니만, 교통료로 27만 원을 입금했다고 말하네요. 갑자기 공돈이 생겼어요!"


우리나라 대한민국의 차량보험 실태를 위의 두 가지 사건에서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내가 경찰관에게 따지듯이

"이런 사기꾼은 오히려 처벌해야 하지 않나요?"

"증거가 불분명하니까 어쩔 수가 없습니다. 이게 현실의 법 상황입니다."


지금 그 젊은 남자는 시원한 한방병원에서 그동안의 힘든 생활에서 벗어나 보약을 지어먹으면서 몸관리를 하고 있을 것이다. 영업직 사원인 것 같았다. 차량은 본인 차량이 아니고 리스 차량이라고 나의 보험사 직원이 나중에 말해 주었다. 아무리 차량 수리를 해 봐야 본인에게 아무런 이득이 없다. 그러니 이런 방법으로 본인의 주머니를 채우는 상습범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상대방 보험담당자의 전화가 생각이 난다.

"경찰서에 신고하기 전에 저의 고객과 전화하실 생각은 없으신가요?"

"아뇨. 왜 전화를 하나요? 없습니다!"


그 남자는 내가 보험료를 올려내는 것보다 그에게 직접 보상비를 주기 원했다는 생각이 뒤늦게 든다. 사회의 정의를 위해서는 내가 오히려 벌금을 내야 하는 것이 옳았을까? 그러나 대인접수를 안 할 수만 있다면 몰라도 경찰관의 말로는 벌금과 관계없이 대인접수는 해줘야 한다고 하니, 도대체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행동해야 이 나쁜 관행을 고칠 수가 있을까?



P.S. 이 글을 마치면서 나의 대인접수 보험담당자에게 전화를 해봤다. 젊은 남자는 190만 원의 합의금을 받고 1박 2일의 입원을 끝냈다고 한다. 아직 한방병원비의 지급처리는 끝나지 않았다고 하면서 "그 병원에 가면 거의 90%의 환자가 경미한 교통사고로 누워 있을 것이다"라고 말한다. 자신도 어떻게 할 수 없는 문제라고 말한다. 


그럼 도대체 누가 이런 부조리한 문제를 해결할 수가 있을까?














작가의 이전글 우리 가족의 헤어지는 법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