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리즈번의 일상 4

by 김해경

여기 호주는 일찍 해가 뜨고 일찍 해가 지는 것 같다. 새벽 6시(한국시간은 5시) 면 밖이 환하고, 저녁 5시 30분(한국시간은 4시 30분)이면 컴컴해지기 시작한다. 그래서 새벽 6시에 남편과 나는 산책을 나간다.(이때가 덥지 않아 산책하기에 딱 좋은 시간인데, 거리에는 산책하는 사람이 거의 없다, 간혹 보이는 사람은 다 동양사람들이다. 이들은 뛰거나 아니면 걷기를 하고 있다.)


아래 사진은 아침이 밝아오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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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이 밝아진다. 카드를 잃어버린 길을 따라 여기저기를 가보고 있지만, 카드는 보이지 않는다. 카드를 찾기에는 시간이 너무 흘러버린 것일까?


6시 30분인데, 벌써 출근하는 사람들이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이 호주땅, 특히 브리즈번은 교통체계가 잘 되어 있지 않아서 차가 꼭 필요한데, 차 없이 이곳에 살고 있다는 것은 불편함을 감수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요즈음, 전쟁과 이로 인한 석유값 인상으로, 버스이용을 장려하기 위한 버스값 인하 때문에(단돈 5백 원이다), 버스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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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간은 집주인이 활발하게 활동하기 전이라, 우리는 좀 더 가까이에서 그 집들을 구경하고 있다. 이 집은 무슨 과일인지는 모르겠지만, 열매가 아주 튼실하게 매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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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집들은 타운하우스로, 외양은 한국의 빌라같이 지어졌으나, 아파트같이, 관리인이 있어 그곳을 관리해 준다. 그래서 바깥에 또 다른 문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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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 집에서 내가 머물고 있는 방의 창문으로 항상 보는 앞집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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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때에 딸이 호떡을 만들어달라고 한다. (정말 기대하는, 설레는 표정으로 이 말을 했다)

(호주산모가 미역국 대신 이런 거 먹어도 되나?)

어쨌든 '호떡믹스'라는 제품을 뜯어, 동봉된 밀가루에 이스트를 넣고, 따뜻한 물 180ml를 붓고 치대어, 동그란 모양을 만들고, 프라이팬에 굽기 시작한다.

"엄마! 이거 아니잖아!"

호떡을 굽다가 깜짝 놀라 딸을 보니, 딸이 화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다.

"뭐가 아니야?"

"엄마, 지금 밀가루만 굽고 있잖아! 밀가루 안에 이 동봉된 설탕(나중에 먹어보니 설탕에 땅콩 부순 것이 들어 있었음)을 넣어서 구워야 호떡이지!"

"어! 맞네! 엄마는 팬케이크를 생각했나 보다(설탕을 넣어야 한다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았다. 치매증상인가?) 그런데 밀가루떡을 굽고, 그 설탕은 녹여서 찍어먹으면, 똑같이 되는 것 아니야?"(나는 합리화를 시도한다)

" 엄마, 나는 호떡이 먹고 싶단 말이야!"

"알겠다."(이 가스나야!) 물론 이 말은 내속으로 했다. 내가 뭔가 딸이 마음에 들지 않을 때, 딸에게 잘 사용하는 단어가 이 "가스나야"이다. 그러면 우리 딸도 지지 않고 꼭 한 마디를 한다 "왜, 이 가스나 엄마야!"라고.


설탕이 든 호떡을 원하는 딸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일단 구운 밀가루떡 안에 설탕을 쑤셔 넣고, 이렇게 반으로 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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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됐지? 됐지?"

"엄마~ 나는 제대로 된 호떡이 먹고 싶단 말이야!"

"그래, 알겠다.(모양이야 어떻든 맛이 같으면 되지 않나? 하는 나의 두리뭉실 이론을 억누르며) 이제부터 제대로 된 호떡을 만들어 줄게"

그래서 나온 것이 이 호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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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은 설탕은 녹여서 이렇게 만들어, 찍어먹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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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땅에 와서 산후조리로 호떡을 만들 줄은 몰랐다. 한국에서는 호떡 파는 데가 흔하고 흔한데, 이 호주땅에는 호떡 파는데도 없나 보다.

'한국 와서 호떡 실컷 먹어라. 엄마가 사 줄게!('가스나야' 하려다가 좀 측은한 맘이 들어서 침묵. 낯선 땅에 살다 보니, 어릴 적 먹었던 것들이 먹고 싶을 때가 종종 있나 보다. 에고! )


리아를 데리러 갈 시간이다. 이 호주땅에서는 아이를 꼭 데려다주고, 데려와야 한다. 참 번거로운 나라이다.


어찌 되었든, 좋아서 펄쩍 뛰어나오는 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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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께서는 하루동안의 리아의 일상에 관해, 몇 가지 말씀을 해 주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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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아는 위의 사진에 있는 한국 어린이집(Day Care)에 4일을 가고, 호주 어린이집(Child Care)은 하루 간다. 데이케어에서는 한글, 산수, 영어까지 광범위한 기초 교육을 받고 있으나, 차일드 케어에서는 아이를 보호하고 돌보는 기능에 더 집중하는 것 같았다.

"엄마, 데이케어를 월, 화, 목, 금 가요. 그런데 월, 화는 언니, 오빠들이 있어서 말을 많이 배우는 것 같은데, 목, 금은 리아가 제일 큰 아이예요. 그래서 차일드 케어에 하루 더 보낼까 생각 중이에요"(딸과 나는 언어를 중요시한다.)

"아이고, 그냥 놔둬라. 영어는 어차피 학교 가면 다 한다. 한글이 더 중요하다. 찬유(미국에 있는 손자) 봐라. 유치원을 미국 유치원에 보냈더니(둘째 딸아이가 직장을 마치고 올 때까지, 봐줄 한국 유치원이 없었다) 그 아이가 우리말을 잘하지 못해서, 매년 한국에 오잖아! 어릴 적에 언어를 배워두지 않으면, 커서는 힘들 수 있다."


한국에 사는 엄마들은 영어공부에 목을 매고, 외국 사는 한국인들은 한국어교육에 관심을 많이 갖는다. 아이들이 클수록 영어에 익숙해져, 한국에 있는 할머니, 할아버지, 심지어 한국어를 사용하는 부모와도 나중에는 소통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말이 안 통하니 정이 생길 수가 없다. 찬유도 전화통화를 하면 우리말이 술술 나오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영어를 말할 때처럼 생각을 해서 말해야 하니, 전화받기를 좋아하지 않는다. (분명히 한국에서는 우리말을 잘하고 갔다. 그런데 그 유효기간이 약 한 달 정도라고 하니, 기가 찰 노릇이다. 언어는 그 언어를 사용하는 환경에 많이 접촉될수록 고착화가 일어나는데, 한국어보다 영어를 더 많이 사용하다 보니, 영어 고착화가 이루어지는 것이다.)

"집에서는 우리말을 사용하게 해라!"

"엄마, 그게 쉽지 않아요. 형제끼리, 자기들끼리 있을 때는 영어만 한다니까요! 그러니 곧 또 한국어를 잊어버려요. 말을 알아듣기는 하는데, 말하기가 잘 되지 않나 봐요"


돌아오는 길에 장을 보면서, 박서방은 장을 어디서 봐야 되는지를 설명해 준다. 주로 Coles(콜스)나 Woolworths(울워스, 호주인들은 줄여서 Woolies 울리스라고 더 많이 부른다)에서 장을 본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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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람베일 쇼핑센터 안에 콜스, 울워스, 그리고 한국마트인 K마트, 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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쇠고기는 한인이 운영하는 Sanai Mart(사나이마트)에서 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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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채는 한인가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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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로는 쇼핑센터에서 조금 떨어진 이 야채가게에서도 산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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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 쇼핑센터 안에, 바로 마트 옆에, 도서관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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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꽤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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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코너도 따로 마련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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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본 후, 엄마, 아이가 다 컴퓨터로 무언가를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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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사진의 두 남자아이는 컴퓨터로 게임을 하면서, 한국말로 옆에 있는 아빠에게 뭔가를 계속 물어보고 있었다. (그런데 아무도 한국어를 몰라서, 그들의 말이 소음으로 들리지 않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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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아도 컴퓨터를 켜고, 3세용의 프로그램 중 하나인, '손으로 색칠하기'를 시작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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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사역하시는 어떤 한국인 선교사님이 낯선 땅에 온 아이들을 도서관과 친숙하게 만들기 위해, 도서관 옆에 가서 배드민턴 치기, 도서관 옆에 있는 놀이터에서 놀기, 심지어 도서관 옆 공터에서 라면 끓여 먹기까지도 시도하면서, 도서관은 재미있는 곳이라는 생각을 불어넣어, 아이들이 도서관과 친숙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 아이들이 도서관을 드나들면서 많은 책을 읽게 되었고, 결과적으로 좋은 대학뿐만 아니라, 다양한 상식을 갖춘 인재를 길러내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나는 육적인 양식은 마트에서 사고, 정신적인 양식은 이 도서관에서 사야 한다고, 이 두 개념을 연결한 호주인의 아이디어에 감탄했다. 마트에 꼭 와야 하듯이, 도서관에도 꼭 와야 한다는 이 두 개념의 연결성은 논리적 사고를 하는 사람들의 발상에서나 나올 법한 생각이어서, 나는 참으로 이들의 생각에 박수를 보내고 싶었다. (이들의 논리성을 입증하는 또 다른 예는 임금체계에서 볼 수 있다. 정규직은 시간당으로 그 임금을 계산할 때, 가장 시급이 낮다. 그러나 다른 복지가 잘 되어 있고, 실업에 대한 불안이 없다. 그다음 시급이 높은 사람은 비정규직이고, 가장 시급이 높은 사람은 캐주얼, 즉 고용주가 필요할 때만 부르는 사람들이다. 캐주얼은 이런 임금체계가 아니면 살아갈 수가 없다. 캐주얼이 흔들리면, 사회는 불안해지고, 범죄율은 높아진다. 나는 호주의 이 임금 체계가 사회를 안정시키며, 모든 사람들이 서로서로를 이해하고, 서로서로를 배려하는 좋은 제도가 아닐까 하고 생각한다.)


그래서인지, 도서관에서 내가 좋아하는 그림책(Children's picture book)을 한 권 읽고, 쇼핑센타를 나서는 내 마음이 참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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