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장

by 가치지기

일기장



한 장의 종이 위에

나는 나를 불러낸다.


오늘의 나는

어제의 나를 감췄고,

내일의 나는

오늘을 비껴간다.


진실은

쓰는 손끝에서 머뭇거리고

마음은

솔직한 단어 앞에서 주춤댄다.


내가 쓴 말이

정말 내 속말인지,

내가 느낀 감정이

정말 그것이었는지—

모호해진다.


때로는

나조차 알지 못하는 나를

잘 알고 있는 듯 적고,

조금은 괜찮은 사람처럼,

조금은 억울한 사람으로

남기고 싶어

진실은 포장된 글자 속에 묻어 둔다.


나에게 가장 진실하고 싶은 순간에도

숨은 고르지 못하고,

내 안의 진실을 마주하는 일이

이렇게도 부끄럽다면—

차라리

하지 말까.


그래도,

나를 나답게 하는 길이

이 길뿐이라면.


하루의 숨결을 꾹꾹 눌러 담아

솔직한 문장 하나,

겨우

완성해 본다.



ai-generated-8800538_1280.png




keyword
작가의 이전글아버지 가출 사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