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나에게

by 가치지기

누나,


가난하던 어린 시절—

동생들의 빈손을 바라보며

자신의 작은 용돈을 모아

새우깡 한 봉지 내어주던 사람.

그 따스함을

나는 지금도

선명히 기억합니다.


아버지를 따라

낯선 벽지 학교로 전학 가던 날,

물갈이로 엉망이 된 피부에도

단 한 번도

원망하지 않았던 소녀.

묵묵히 견뎌낸

그 속 깊은 마음을

나는 오래 기억합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부모님을 돕겠다며

힘겨운 병원 일을 시작하고,

붓고 지친 다리를 끌면서도

동생들 앞에서는

늘 웃던 누나.


그러다 너무 힘든 날이면

“내일은 그만둘래…”

말하곤 했지요.


그때마다 아버지는

말없이 자전거 뒤에 누나를 태워주시며

“오늘만 견뎌보자.” 하셨다지요.


그 ‘오늘만’이 쌓여

누나의 세월이 되었습니다.


어느 날,

아버지께 암 선고가 내려졌을 때,

누나가 쌓아온 성실함을 기억한 병원은

아버지를 가족처럼 돌봐주셨습니다.

그리고 시한부라던 아버지는

지금도 우리 곁을 든든히 지키고 계십니다.

누나 덕분입니다.


내가 최전방에서 군 생활을 하던 시절—

다섯 시간을 넘게

구불구불한 길을 따라

어머니 손을 잡고 찾아오던

그 고마운 발걸음.

나는 잊지 않고 있습니다.


힘든 직장 속에서도

늦깎이 공부를 시작하고,

부모님 도움 없이 대학에 들어가고,

지금의 남편을 만나

드라마 같은 사랑을 이루어낸 사람.

멜빵 치마가 잘 어울리던

그렇게 예뻤던 누나.


꽃이어야 할 신혼에

조용히 밀려온 어려움 속에서도

쓰러질 수 없어서

더 단단해져야 했던 사람.

두 아이의 잠든 얼굴을 보며

눈물을 삼켜야 했던

그 시간들조차

누나는 묵묵히 이겨냈습니다.


세월이 흘러

행복을 누릴 일만 남았다고 믿던 순간

암이라는 불청객이 찾아왔어도

누나는 ‘절망’이 아닌

‘희망’을 붙들었습니다.

그리고 결국…

그 고통마저 이겨내셨습니다.


누나는

배우기를 멈추지 않았고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았고

항상 부지런했으며,

36년이라는 긴 세월을

정직하게,

따뜻하게 걸어왔습니다.


그리고 이제,

그 여정을 마무리하고

새로운 길로 나아가려 합니다.


누나의 36년을 보내는 이날—

이 글이

누나의 지난 시간을 비추는 작은 등불이 되기를,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살며시 떠밀어주는

따스한 바람이 되기를

진심으로 기도합니다.


누나를 사랑하고 존경합니다.

그리고

감사합니다.


누나가 있어

행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