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로리다에 있다. 선거 다음 날 일을 나왔다. 원래는 사나흘 쉬는 일정이었다. 도착 전날 오전에 브라이언에게서 전화가 왔다. 지금 일이 많으니 집에 가는 것을 미루면 150달러씩 보너스를 주겠단다.
“안 돼. 나는 지금 투표하러 집에 가는 길이야.”
“그러면 투표만 하고 일을 나갈 수 있겠나?”
“재선과 의논해볼게.”
재선 형님은 다음날 오후 5시면 괜찮다고 했다. 브라이언에게 그렇게 문자를 보냈더니 좋다고 했다.
그날 저녁 리파워 지시가 왔다. 펨브로크에서 다른 트레일러와 교환해 뉴햄프셔로 가란다. 몇 시간 자고 배달할 여유가 있었는데, 밤새 달리게 생겼다.
눈발이 날렸다. 재선 형님은 길이 잘 안 보여 힘들어했다. 내가 운전대를 잡았다. 고민 끝에 배달시간에 맞추기 위해 버몬트 국도 산길을 택했다. 고속도로보다 60마일 이상 거리가 짧다. 눈 오는 날 산길을 택하는 건 상식에 어긋난다. 괜찮을 것 같다는 직감을 믿었다.
눈발은 폭설로 바뀌었다. 앞이 안 보일 정도다. 차가 달리는데도 서 있고 눈발만 창으로 몰려오는 것 같다. 위험하다. 늦더라도 고속도로로 갔어야 했나. 눈발 사이로 보이는 최소한의 시각 정보를 이용해 나아갔다.
미국 전역이 맑다. 가상 레이더 앱에는 북동부에 두 개의 점처럼 생긴 구름만 보였다. 하필 그게 여기다.
어렵게 산을 넘으니 눈이 그쳤다. 약속 시각 10분 전에 배달처에 도착했다.
짐을 내리고 집으로 향했다. 보통은 뉴저지 저지시티에 트레일러를 내려놓고 밥테일로 집에 간다. 오늘은 곧장 집으로 향했다. 집 근처 I-295 클리어뷰 익스프레스웨이 갓길에 세우기로 했다. 유튜브 트럭커인 오스틴 킴이 이 동네에 살 때 그쪽에 세웠다는 얘기를 들었다. 전화로 정확한 위치를 확인했다. 도착 후 오스틴 킴이 알려준 장소보다 더 나은 공간을 찾았다. 찻길에서 거리가 충분하다. 갓길에 주차하고 집에 간 적은 처음이라 불안했다. 하루 정도는 괜찮겠지.
아내가 차로 우리를 데리러 왔다. 재선 형님을 집에 내려주고 치과로 갔다. 스케일링 예약이 있다. 충치가 있으니 사랑니 하나를 빼고 어금니를 때우란다. 내년 초에 일정을 잡기로 했다.
투표는 9시까지다. 집 근처 초등학교에 마련한 투표소로 갔다. 어둑해진 무렵이라 기다리는 줄은 짧았다. 대여섯 명 정도 기다려 투표소에 입장했다. 아내는 이번이 처음 투표다. 신분 확인 후 투표용지를 받고 기표소에서 후보자를 선택한 후 스캐너에 용지를 넣으면 된다. 대통령 말고도 주상원의원, 연방하원의원, 시의원 등 몇 개의 선거가 더 있다.
오랜만에 식구가 모여 집에서 저녁을 먹었다. 밤에는 새로 산 50인치 삼성 TV로 아내와 넷플릭스 영화를 봤다.
다음날은 신동기 목사님 내외와 브런치에 이어 점심까지 먹으며 시간을 보냈다.
매사추세츠에서 플로리다로 가는 화물이 들어왔다.
출발 채비를 마치고 트럭에 오니 멀쩡했다. 냉장고에는 재선 형님이 갖다 놓은 음식이 들었다. 낙엽 치우는 송풍기로 트레일러를 청소하고 있자니 재선 형님도 도착했다. 출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