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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rmit Trucker Sep 12. 2020

다시 글쓰기

팀 드라이빙 5개월째

다시 글쓰기

     

9/11     


재선 형님과 팀을 이뤄다닌 지 5개월이 넘었다. 마지막 트럭킹 포스팅은 석달하고도 20여일이 지났다. 2년 넘게 거의 매일같이 써왔던 글쓰기를 멈췄다. 몇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은 너무 바빴다. 물리적으로 글 쓸 시간이 부족했다. 글쓰기 어려운 환경이다. 흔들리는 트럭에서 글쓰기를 몇 번 시도했다가 포기했다. 노트북 화면이 요동치는 바람에 불가능했다.     


체력이 부친다. 팀 드라이빙은 하루 중 대부분의 시간을 달리는 트럭에서 보낸다. 잠도 달리는 트럭에서 잔다. 숙면은 기대할 수 없다.      


벌이는 나아졌지만 늘어난 업무와 낮아진 삶의 질을 따지면 그만한 가치가 있나 싶다.   

   

좋은 점도 있다. 누군가 옆에 있어서 위안이 된다. 재선 형님이 내 식사도 잘 챙겨주신다.      


팀 드라이빙을 시작하고 한 달에 세 번 정도 동부와 서부를 오간다. 캘리포니아를 세 번 다녀오면 집에 갈 때다. 사막을 지나고, 높은 산을 넘고, 평원을 달리다보면 한 달이 지나간다.      


한동안 재선 형님과 서너 시간마다 교대로 운전하는 편법을 썼다. 그러다 재선 형님이 트럭스탑에서 다른 트럭을 받는 사고를 낸 이후로 중단했다. 책임 소재로 문제가 복잡해질 수 있다 싶었다. 마침 그때는 재선 형님 이름으로 등록한 시간이었다. 천만 다행이었다. 그 이전에도 내 이름으로 등록하고 재선 형님이 운전하다 차량 전복 위험 경고를 받은 적이 있었다. 회사에는 내 이름으로 Critical Event 기록이 남았다.      


백마디 말보다 한번의 경험이 낫다. 재선 형님에게는 사고가 트라우마가 됐는지 트럭스탑에서 운행할 때 무척 조심스럽다.      


편법운행은 내딴에는 장시간 운전을 힘들어하는 재선 형님의 편의를 봐주느라 시작했는데 결과적으로는 재선 형님의 발전을 막은 꼴이 됐다. 장거리 트럭커는 하루 11시간 이상을 최소한의 휴식으로 운전할 수 있는 지구력을 요한다. 운전을 안 할 때에도 충분한 휴식을 취해 다음 교대에 대비해야 한다. 초보 트럭커인 재선 형님에게는 그런 요령과 지구력이 부족하다. 조수석에서 동영상보며 시간 보내다 운전대를 잡으면 존다. 결국 몇 시간 안 가서 고속도로 램프에 세우고 잠깐이라도 자야 했다. 배달 시간이 촉박할 때는 답답한 노릇이다.      


시간이 답이다. 수련 기간 중 네이슨이 내게 해줬던 많은 얘기들은 시간이 지난 후에야 다가왔다. 그때는 이미 숱한 사고와 실수를 겪은 후였다. 프로 트럭커는 운전을 기막히게 잘하는 사람이 아니라 사소한 실수를 안 하는 사람이다. 꼼꼼한 사전준비가 실수를 줄인다.     


사람은 적응하고 진화한다. 재선 형님도 이제 밤운전을 곧잘 한다.      


글쓰기를 멈췄던 또다른 이유는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이다. 세상이 달라졌다. 바깥에서 답을 찾을 수 없었다. 내면으로 들어갔다. 글쓰기는 내 속을 밖으로 드러내는 작업이다. 내 안에 든 것을 먼저 정리하고 싶었다. 나는 누구인가? 어떤 사람인가? 내가 진짜로 좋아하는 게 뭐지?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책을 읽었고, 영화를 보고, 동영상을 시청했다. 그렇게 백일을 넘기니 다시 글을 쓰고 싶어졌다. 모두가 유튜브 채널에 열광하는 시절이지만 나는 글을 쓰기로 했다. 오랜만에 쓴 글이라 두서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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