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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rmit Trucker May 22. 2020

어쨌든 캘리포니아에 왔다.

5월 21일

화요일 아침, 스프링필드 터미널에서 캘리포니아 베이커스필드로 가는 트레일러를 연결해 나왔다.      

재선 형님은 월요일 오전에 신체검사를 받았다. 1년짜리 검사증을 받아 왔다.      


“어? 2년 아니었어요?”

“젠장 혈압약 먹는다고 했더니 1년짜리 주네.”

“그런 것도 있었어요? 다 2년짜리 주는 줄 알았는데.”

“그래도 나는 다행이야. 3개월짜리 받는 사람도 있다더라고.”     

“우리 인터네셔널 서비스센터로 가야 해요.”

“거긴 왜?”

“아까 전화 왔었어요. 오라고. 무슨 일인지는 저도 모르겠어요.”     


인터네셔널 서비스센터는 회사 가까이 있다. 접수창구에 가니 내가 오는 줄 알고 기다리고 있었다. 서너 가지 이슈에 대한 리콜이었다. 내가 스프링필드 본사에 온 줄은 어떻게 알고 전화했는지 모르겠다. 트럭을 맡기고 드라이버 라운지에서 TV를 보며 시간을 보냈다.     


문자가 왔다. 드라이버 라인에 전화하거나 방문해보란다. 우리를 위한 화물이 준비돼 있다고. 전화를 거니 안 받는다. 트럭 수리가 끝나 터미널로 돌아갔다. 드라이버 라인에 들러 물어보니 캘리포니아 베이커스필드로 가는 화물이었다.      


“트레일러가 점검이 필요하니 수리가 끝났는지 확인하고 가져가기 바랍니다.”     


밤에 출발하기로 하고, 샤워, 빨래, 식사 등 필요한 일을 했다. 트레일러 샵에 전화해 보니 아직 수리중이었다. 오래 걸릴 것 같아 내일 아침에 떠나기로 했다. 금요일 오전까지 가는 화물이라 시간은 넉넉하다. 솔로 드라이버도 부지런히 달리면 가능한 일정이다. 다른 화물이 없으니 이거라도 받아서 떠날 밖에.      


다음날 아침, 트레일러 샵에 전화하니 출발 가능하단다. 트레일러는 간밤에 수리가 끝나 야드로 옮겨졌다.      


드라이브 라인에 가서 서류를 받았다. 로드락도 새것 두 개를 받아 트럭에 달았다. 하나에 35달러씩 70달러가 청구됐다. 원래 내 로드락은 다른 트레일러에 들었다. 브라이언이 크레딧을 줘야 로드락 비용을 환급받는다. 브라이언은 지난 토요일에 결혼을 해서 수요일에 복귀한다. 터미널 내근직은 대부분 재택근무한다. 결혼이라고 해봐야 결혼식도 못 치뤘을 것이고, 신혼여행도 못 갔을 것이다.      


I-44를 따라 서쪽으로 천천히 향했다.      


“시간 여유도 많으니 58마일로 천천히 갑시다요.”     


오클라호마에 들어섰을 때 전화가 왔다. 스프링필드 소속 다른 디스패처였다. 리파워 요청이다. 안 받아줘도 그만이다. 나는 대부분 리파워 요청에 응해준다. 텍사스로 내려가 트레일러를 맞교환하고 콜로라도주 커머스시티에 내일 아침까지 배달하는 일정이다. 잘 됐다.  그 디스패처는 리파워에 협조해줘서 고맙다고 인사했다. 아시아 문화권에서 자란 내게 팀워크는 당연하다.      

콴나(Quanah, TX) 러브스에서 프라임 드라이버를 만나 트레일러를 맞교환했다. 30대 흑인 여성이었다. 시간을 다 써서 그곳에서 휴식하며 자고 있었다.      


다시 바쁜 팀 드라이빙 모드로 들어갔다. 최소한 휴식만 취하고 계속 달린다.      

콜로라도 커머스시티에 있는 배달처에 도착해 짐을 내리기 시작했다. 업무에 복귀한 브라이언에게서 메시지가 왔다. 짐 다 내리면 빈 트레일러로 캘리포니아로 향하란다. LA 인근인데 거의 980마일이다.      


짐 내리는 시간이 오래 걸렸다. 세 시간이 벌써 넘었다. 짐을 다 내리고 확인하니 트레일러에 팰릿 2개가 놓여 있다. 클레임이다. 이거 골치 아프게 됐다. 같은 클레임이라도 수량이 모자라는 것은 간단하다. 문제는 남거나 포장 파손으로 반품됐을 경우다. 제품 처리가 문제다. 수량이 적으면 그냥 버린다. 지금처럼 많을 때는 어딘가에 가서 내려야 한다. 여러 아이템이 수량 부족이었다. 주문 이상으로 많이 실어서 반품된 내역은 샐러드 드레싱 1회용 포장 제품 77개 상자다.     

클레임 보고를 하고 지시를 기다렸다. 화주에게 물어봐야 한다. 인근 푸드뱅크에 기증하라는 지시가 왔다. 가난한 사람에게 식품을 나눠주는 푸드뱅크는 대게 트럭이 다니기 불편한 곳에 있거나 장소가 협소하다. 덴버의 락키즈 푸드뱅크는 가까이 있었고 트럭 접근도 가능했다. 다만 마당이 좁아 닥에 후진이 무척 어려웠다. 다른 트럭도 많아 가뜩이나 더 비좁았다. 정문 밖 도로까지 나가서 후진했다.      


짐을 내리고 기증 영수증을 받아 나왔다. 이제 캘리포니아로 향할 시간이다. 덴버 서쪽 TA 트럭스탑에 들러 브라이언에게 최종 확인을 했다. 아직도 우리가 캘리포니아로 가길 원하냐? 그렇다고 답이 왔다. 좋다. 내일 오후 1시까지 도착 예정이다.      


재선 형님은 식당과 여관, 호텔에 대해 동물적 눈썰미를 가졌다. 이 TA 트럭스탑은 재선 형님과 팀을 이뤄 처음 캘리포니아로 갈 때 들렀던 곳이다. 나는 전혀 기억을 못 했는데, 재선 형님은 근처에 월남식당이 있는 곳이라고 알아봤다. 과연 그랬다. 재선 형님은 쌀국수와 중국식 볶음면을 사왔다.      


재선 형님은 모텔을 지나면서도 유심히 본다. 지금 방이 세 곳 찼네. 완전히 망했군. 쯧쯧. 이런 식이다.      


한 번은 길을 잘 못 들어 헤매고 있었다.      


“어 여긴 아까 지나 왔던 곳이군.”

“어떻게 알아요? 아닌 것 같은데.”

“아까 저 호텔을 지나갔어. 내가 기억해.”     


사람은 저마다 강점이 있다.


콜로라도 – 유타 – 애리조나 – 네바다 – 캘리포니아로 교대로 운전해 밤새 달려왔다. 졸음이 쏟아질 때는 자기 운전시간이 아니더라도 잠깐씩 운전을 바꾸어 운전자가 휴식하도록 했다. 이것도 일종의 팀워크다. 규정에는 어긋나지만 안전이 우선이다. 나는 팀 드라이빙의 경우 운전 시간을 좀 더 유연하게 조정할 수 있도록 규정을 고쳐야 한다는 입장이다.      



덴버 서쪽부터 캘리포니아에 이르기까지의 풍경은 다시 봐도 경이롭다. 좋은 촬영 장비가 있으면 담아서 나누고 싶다.     


LA 동쪽 온타리오 시티에 도착하니 다음 화물이 들어왔다. 북쪽으로 190마일 정도를 이동해야 한다. 진작에 알려줬으면 처음부터 그리로 향했을 것을.      


내일 딜라노(Delano, CA) 농장에서 짐을 실어서 일리노이와 오하이오로 각각 화요일과 수요일 아침에 배달하는 일정이다. 캘리포니아 야채는 우리가 열심히 실어 나른 덕에 전국민이 먹는다.      

북부 베이커스필드의 플라잉제이 트럭스탑에서 자고 가기로 했다. 어쨌든 베이커스필드에는 결국 오게 되는군. 한가한 주차장에서 재선 형님에게 직접 주차하라고 했다. 나는 밖에 서서 다른 차량과 충돌하지 않는 지 살피며 잠자코 있었다. 간단한 주차도 쩔쩔매는 모습이 답답하지만 말없이 지켜봤다. 내가 그랬듯 재선 형님도 겪어야 할 과정이다. 가능하면 연습 기회를 많이 가져야 한다.     

코로나 충격에서 조금씩 벗어나는 모양인지, 길에 다니는 차량도 점차 늘어난다. 중부만 와도 마스크 안 쓴 사람이 많다. 어떤 트럭스탑에서는 마스크를 혼자 쓴 내가 머쓱해 질 지경이다. 뉴욕 등 대도시를 제외하면 중소도시에서의 코로나 경각심은 온도 차이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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