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플릿 매니저는 브라이언 잭슨이라고 20대 후반이나 많아야 30대 초반의 젊은 녀석이다. 전 플릿 매니저가 컴퍼니에서 리즈 담당으로 소속을 바꾸면서 브라이언 팀으로 배속됐다. 이 친구가 립서비스는 잘 한다. 내가 기록도 좋고 실적도 최고라는 등. 그런데 말 뿐이다. 아무리 '말로 천냥 빚을 갚는다'는 속담이 있다지만, 어디까지나 행동이 뒷받침될 때의 얘기다.
이번 주급 내역은 280달러였다. 트럭 고장으로 지난 주 내내 일도 못하고, 캘리포니아 시골 마을에서 쓴 호텔비와 식사비만 근 600달러다. 이번이 처음도 아니다. 그 전에도 트럭 문제로 두 번 더 호텔 신세를 졌다. 원래 트럭 고장으로 일을 못하면 다운타임 페이라고 회사에서 드라이버에게 보상해야 한다. 호텔비도 당연히 환급해줘야 한다. 그런데 나는 한 번도 받은 적이 없다. 몇 번을 통화하고, 메시지도 보냈지만 말로만 알았다거나, 메시지에는 무응답이었다. 자꾸 독촉하기도 구차스러워서 그냥 포기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제니 씨가 분노하며 나서줬다. 제니 씨는 프라임에서 일하는 30대 한인 부부 드라이버다. 어릴 적 이민 온 1.5세로 영어도 능통하고 부당한 일은 못 참는 정의파다.
제니 씨는 자기가 아는 사람을 통해 플릿 매니저의 상급자인 오퍼레이팅 매니저에게 연락을 취해 주겠다고 말했다. 나는 이번 주에 브라이언이 어떻게 하는 지 먼저 보자고 했다.
이번에는 금액이 크기 때문에 브라이언에게 이틀 전부터 여러 차례 당부했다. 호텔비 잊지 말라고. 브라이언은 알았다면서 트립 넘버 알려 달라기에 메시지를 보냈다. 연락이 없길래 받았냐고 확인 메시지 보냈더니, 다른 디스패처가 브라이언에게 전달하겠다고 답장이 왔다. 정작 브라이언에게는 연락이 없었다.
아니나 다를까 다음날 급여 내역서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돈 안 드는 립서비스는 잘 하면서 정작 돈이 걸리면 나 몰라라다. 작년에도 대통령 선거일에 맞춰 홈타임을 잡았는데, 바로 전날 브라이언에게서 연락이 왔다. 현재 일이 많으니 홈타임을 연기하면 일인당 몇 백불 씩 주겠다는 제안이었다. 나는 선거를 꼭 해야하니 투표만 하고 바로 복귀해도 되겠다고 물었다. 좋다고 했다. 재선 형님과 나는 선거일 당일에 집에 도착해 투표하고 다음 날 바로 일을 나갔다. 그런데 약속했던 보너스는 함흥차사였다. 재선 형님과 나는 그후로 몇 번 브라이언에게 메시지를 보냈지만 그는 무응답으로 일관했다. 주고 받은 메시지는 있지만 구두 약속에 가까운 제안이라, 재선 형님과 나는 치사스러워서 그냥 덮고 넘어갔다. 그러니까 이 브라이언은 말에 신용이 없는 상습범이었다.
오늘 새벽 일찍 일어나 제니 씨에게 대강의 상황을 적어 보냈다. 제니 씨는 영어로 번역해 크리스텐이라는 사람에게 보냈다. 그녀는 DBA (Driver Advisory Board) 위원이었다. 프라임에는 노조가 없지만 DBA가 비슷한 역할을 한다. DBA 위원은 추천을 받아 선거로 뽑는다고 들었다. 제니 씨에 의하면 크리스텐도 오지랖이 넓어 잘 나서는 사람이다. 그녀는 즉각 브라이언의 상급자인 스탠에게 연락을 취했고, 스탠은 알아보고 조치를 취하겠다고 했다.
운전 중에 브라이언에게서 전화가 왔다. 얄미워서 안 받았다. 가능할 때 전화 달라고 메시지가 왔다. 얼마 후 급여 담당자에게서 전화가 왔다. 오늘 회사 카드로 넣어 주거나, 다음주 급여 통장에 넣겠단다. 다음주에 달라고 했다. 휴게소에 멈춰 브라이언에게 연락했더니, 자신이 메시지를 늦게 받았다며 미안하단다. 뻔한 거짓말인 줄 알지만 모르는 척 했다. 그동안 오냐하고 웬만하면 넘어가줬더니 나를 봉으로 알았나보다. (제니 씨 덕분이지만) 자기 상급자랑 끈이 있다는 걸 알고서는 앗뜨거 했나보다.
그러면서도 뻔뻔하게 다음달에 자기가 리즈로 옮기는데 같이 가자고 한다. 참 넉살 좋다. 브라이언에게 정나미가 떨어져서 싫다고 말할 생각이었지만, 그러자고 했다. 내가 크리티컬 이벤트 누적으로 탑 200 리스크 드라이버 명단에 있어 리즈로 옮기기 쉽지 않다. 만약 그가 힘써서 리즈로 옮길 수 있다면 마다할 일은 아니다. 그에게 한번 더 기회를 줘서 시원찮으면 다른 플릿 매니저로 바꾸면 된다. 적과의 동침이 될 지 적과의 똥침이 될 지 두고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