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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rmit Trucker Aug 11. 2021

트레이너의 길에 들다

트럭 경력 2 라운드

081021 트럭 경력 2 라운드


트레이너 양성 과정에 들었다. 플릿 매니저인 브라이언에게 몇 달 전에 트레이너가 되겠다는 뜻을 밝혔다. 지난달까지도 자리가 없다더니, 이번에 핏스톤 터미널의 트레이너 클래스에 나를 등록시켰다.

펜실베이니아 주 핏스톤에 지은 프라임 운전교육장

월요일인 어제는 안전교육을 받았다. 트레이너 과정 수업은 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사흘간이다. (스프링필드에서는 금요일까지 나흘간 진행하는 모양이다.)


3년전 처음 트럭 드라이버의 세계에 발을 디뎠을 때 네이슨이 나를 가르쳤다. 이제 내가 그 역할을 맡는다.


이미 수련생도 정했다. 같은 교회 신도였던 양강원 집사님이다. 양집사님은 1962년생이니 내 큰 형과 동갑이다. 오랫동안 콜택시를 했는데 코로나 바이러스로 약 일 년간 실업수당을 받아왔다. 9월이면 실업수당이 종료돼서 트럭커의 세계로 들어섰다. 나는 이미 몇 년 전에 양집사님을 동네에서 우연히 만나 트럭킹을 권했다. 펜데믹이 터지고 양집사님은 프라임에 지원했으나 당시에는 신입생 교육이 중단된 상태였다. 이번에 다시 지원해서 프라임에 왔다.


1 : 1 교육으로 바로 트럭을 몰고 나갔던 나와 달리, 양집사님은 한 달 가량 호텔에 머물며 교육을 받았다. 트레이너 한 명에 4명의 학생이 붙었다. 양집사님은 주행 시험에서 두 번을 떨어져 무척 초조한 상태였다. 세 번 떨어지면 낙방이니 마지막 기회였다. 같이 수업을 받던 동기들은 2~3주만에 면허를 따서 TNT 과정에 들어갔다.


프라임에서는 PSD와 TNT로 트레이닝 과정을 나눈다. PSD 과정은 CDL 면허를 따는 단계다. 이때까지는 프라임 직원이 아니다. CDL 면허를 따는 그날부터 프라임 직원이 된다. 그 후에는 TNT 과정에서 현장 실무를 익힌다. (나는 네이슨에게 PSD와 TNT를 교육받았다.)

양집사님과 아프리카 말리 출신의  트레이너

나는 어제 회사 식당에서 양집사님을 만나 점심을 먹고 시험장까지 따라가 응원했다. 결과는 합격이었다. 양집사님은 믿기지 않는 표정으로 아이처럼 기뻐했다. 그간 마음 고생이 심했을 것이다. 회사에서 숙소는 제공해 주지만 식사는 오리엔테이션 기간 며칠만 회사에서 부담하고 그 후엔 개인 부담이라고 했다. (1주일에 200달러씩 카드에 넣어 주고 나중에 급여에서 조금씩 차감한다.)

 

양집사님은 나한테 TNT 과정을 배우게 되어 안도했다. 언어와 문화가 다른 사람이 몇 달을 함께 보내기는 쉽지 않다. 한국을 좋아하고 한식도 잘 먹는 네이슨과 만난 나는 특이한 경우다. 양집사님도 마침 나와 시간이 맞았으니 이 또한 행운이다.


양집사님은 오늘 사원증을 받고 집으로 돌아갔다. 다음 월요일 뉴욕 DMV에서 CDL 면허증을 받고, 화요일부터 나와 동행한다. TNT 기간 동안 수련생은 주급 900달러를 받는다.


모든 것은 때가 있는 모양이다. 때가 되면 자연스레 이뤄진다. 재작년부터 컴퍼니에서 리즈로 옮기려고 했는데 여러 사정으로 안 됐다. 이번에 브라이언이 리즈 플릿 매니저로 자리를 옮기면서 나도 곧 리즈로 바꾼다. 거기다 트레이너 과정까지. 때가 됐다고 할 밖에. 땅속에 씨앗이 들었어도 봄이 와야 싹을 낸다. 의지를 간직하고 기다리면 애 태우지 않아도 될 일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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