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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rmit Trucker Aug 12. 2021

081121 잊었던 기억을 소환하다.

트럭 운전 강사 과정 이틀째





어제는 모두 이론 수업이었고 오늘은 후진 실습도 했다. PSD 인스트럭터 과정생은 실제 트럭으로 실습하고 TNT 트레이너 과정생은 옆에서 구경했다. PSD보다 TNT가 두 배 이상 많았다. 나는 PSD와 TNT 모두 등록했다. 과정 수료 후 양강원 집사님과 TNT 단계를 밟지만, 그 이후에는 다시 PSD 강사를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왕 시간 들여 하는 일인데 가능성을 더 열어 두는 게 좋다.  

나는 인터네셔널 트럭이라 3인 1조로 실습했다. 프레이트라이너 트럭조는 사람이 훨씬 많았다. 메이커마다 트럭 규격이 약간씩 다르지만 후진 공식은 별 차이 없었다.

까맣게 잊었던 3년 전의 기억이 소환됐다. 나는 CDL 시험 합격과 동시에 후진 공식을 머리에서 지웠다. TNT 단계에서 네이슨의 주문이었다.

"길, 지금까지 배운 것은 다 잊어라. 실제 세계는 훈련장과 다르다."

텐덤 타이어를 12번 핀에 고정하고, 훈련장과 같은 규격의 공간에서 후진할 일은 거의 없다. 현장에서는 대부분 텐덤 타이어는 12번 핀보다 앞쪽에 두고, 공간은 시험장 보다 넓거나 좁다.  

3년이 지난 지금은 왜 이런 공식을 사용하는지 이해가지만, 당시에는 이유도 모르고 그냥 했다. 그러니 후진에 성공하고도 어떤 원리로 이 동작이 가능했는지 모른다. 난생 처음 대형 트럭을 모는 사람 대부분이 그렇다.

운전을 잘 하는 것과 잘 가르치는 것은 별개다. 초보자의 상태와 마음을 이해하고 그들의 눈높이에서 가르칠 줄 아는 사람이 티칭 프로다.

공식에 맞춰 후진하려니 더 힘들었다. 나는 지금은 눈대중으로 대충 보고 오차를 조정하며 후진한다. 수련생은 그런 능력이 없다. 일단 시험을 통과해야 하니 공식대로 해야 한다. 이후 현장에서 많은 반복을 통해 몸으로 후진을 익힌다. 물론 영특한 사람은 후진 공식의 원리를 이해하고 응용해 더 빨리 익힌다. 나는 그리 영특한 사람은 아니다.

PSD 강사 과정생은 내일 수료와 동시에 학생을 배정 받는다고 한다.  학생을 가르치려면 시험에 필요한 모든 내용을 숙지해야 한다. 나는 TNT로 바로 넘어 가기 때문에 당장 부담은 줄었다.

TNT 트레이너 과정을 듣는 사람 상당수는 전문 강사가 목적이 아니라 친구나 지인을 훈련시켜 팀 드라이빙을 하려는 경우다. 얘기를 들어보니 그들은 생판 모르는 사람에게 운전을 맡기고 벙커에서 자다가 죽을 수도 있다는 사실에 큰 부담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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