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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상담하는 쏘쏘엄마 Jul 20. 2022

상담을 받으면 심리적 문제가 사라질까?

(심리 상담의 효과)

나는 피곤하거나 컨디션이 안 좋을 때 신체적으로 어떤 증상이 나타나는가?


나는 피곤하면 얼굴로 증상들이 나타난다.

눈에 다래끼가 생기고, 비염이 다시 찾아오며, 아토피가 인중을 덮어 빨개지고, 입술 주변엔 포진이 난다.

그렇다. 나는 몸이 안 좋을 때 얼굴에 바로 다 드러나기 때문에 사람들은 바로 걱정을 한다.


"에구머니나.. 어째.. 좀 잠은 잤어?"


반면 남편은 피곤해도 얼굴은 아주 멀쩡하다. 다만 소화가 안 될 뿐. 남편은 피곤하고 몸이 안 좋아지면 속이 쓰리다고 한다. 원래도 까무잡잡한 피부 덕분인지, 안색에 큰 변화가 없어서 사람들은 잘 알아차리지 못한다. 본인조차도.

우리 아빠는 아주 건강하시지만 감기에 유달리 약하시다. 컨디션이 조금 안 좋아지시면 바로 감기에 걸리신다. 우리 엄마는 피곤하실 때 손가락 관절이 아프시다고 한다.


이렇게 우리는 몸이 피곤하거나 컨디션이 안 좋을 때, 저마다 다른 신체 증상이 나타난다.

대부분 내가 약한 어느 부위에서 증상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신체만 그럴까? 우리의 심리도 마찬가지다.

사람마다 심리적으로 약한 부분이 있다.




나의 심리적인 약점은 무엇일까?


스트레스 상황에서, 일이 마음대로 잘 풀리지 않을 때, 관계에서의 어려움이 생길 때..


어떤 이는 분노로,

어떤 이는 우울로,

어떤 이는 불안으로,

어떤 이는 약물 중독으로..  


나의 어려움은 다양한 심리, 정서적인 문제로 이어진다.

어쩌면 이러한 심리적 증상들은 나의 가장 약한 정서나 생각을 틈타서 내게 나타난다.

사람마다 심리적으로도 약한 부분이 분명 있다.


어떤 사람은 분노는 잘 참아내고 인내하지만, 우울에 취약하여 툭하면 우울해서 땅굴을 파는 경우가 있다.

반면 어떤 사람은 조금만 자극을 받으면 바로 활활 타오른다.


그리고 내게 약한 감정과 상태를 그대로 두다 보면 결국 심리적 증상으로 이어지고 일상에 지장이 생기기도 한다.

처음에는 내가 어떻게 해보려고 애를 쓰지만.. 점점 어려움이 커지고 결국 혼자서 견디고 견디다 못해 상담을 찾는 경우가 많다.


자, 여기서 우리가 생각해 볼거리는..

"과연 상담을 받으면 내 심리적 약점이나 증상이 아예 없어질 수 있을까?"이다.


물론 그럴 수도 있겠지만

글쎄, 솔직히 말하면 대다수 없어지지는 않는다.






어쩌면 내 약점은 내가 평생 안고 가야 하는 짐일지도 모른다.

상담자가 요술 방망이가 있어서 뚝딱해서 사라지면 참 좋겠지만,

상담자에겐 요술 방망이도 없을뿐더러 상담에서 그렇게 마술 같은 일이 벌어지긴 어렵다. 불가능하다.


그래서 상담 첫 시간에 과도한 기대를 갖고 내가 가진 모든 심리적 문제를 다 해결 받기 원하는 내담자에게 난 이렇게 말하곤 한다.


"저와 상담을 해서 모든 문제가 다 사라지면 얼마나 좋겠어요.. 저도 그러길 원해요. 하지만 저는 요술 방망이가 없네요. 우리가 상담을 한다고 해서 당신의 심리적 어려움(예_우울감)이 다 사라지진 않을 수 있어요. 어쩌면 우울감은 00씨가 평생 안고 가야만 하는 짐일지도 몰라요."


당연히 내담자는 실망한다. 물론 말은 "알아요.." 하지만 진짜 심적으로 받아들이기 힘들 것이다.

어떤 분은 노골적으로 불쾌감을 표현하기도 한다. "아니 그럼 돈 내고 내가 여길 왜 오는 건데요?!"


그래서 더 덧붙여서 말한다.


"실망스러우시죠.. 이해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함께 00씨가 가진 짐을 조금씩, 조금씩 더 작아지게 할 수는 있어요. 아예 없어지지는 않을지라도.. 지금은 나를 넘어뜨리고, 무너질 만큼 커다란 짐이라면, 상담을 받으면서 우리가 함께 이 짐을 어깨에 지고 갈 정도로, 그리고 결국에는 내가 가방에 넣었다가 꺼냈다가 할 수 있을 만큼 작고 통제 가능한 크기로 만들 수는 있어요. 어때요, 조금은 희망적이지 않나요?"




지피지기면 백전백승 : 나를 힘들게 하는 심리적 원인을 정확하게 알고 이해할 때 일어나는 일


당연히 상담의 시작은 현재의 증상으로부터 시작해 그 증상의 원인을 찾아내는 일이다.

뭐가 있는지 잘 알아야지 해결할 수 있지 않겠는가.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고, 나를 힘들게 하는 심리적 원인을 나는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그래야 내 문제를 싸우든 받아들이든 뭘 하든 내가 나로서 이길 수 있게 된다.

그랬을 때 삶을 그저 흘러가는 대로 두는 것이 아니라, 내가 주체적으로 무엇인가를 할 수 있는 의지와 힘, 그리고 희망이 생긴다.


증상이 너무 크더라도 압도되지 말아야 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아무리 큰 심리적인 문제를 갖고 왔더라도, 그 이면의 원인과 삶의 역사는 존재하기 마련이다.

개인의 삶의 맥락을 놓고 봤을 때 이해하지 못할 증상은 하나도 없다.


당신의 삶의 맥락에서 당신을 이해하고 싶어요.

그럴만한 이유가 분명히 있었을 거예요.


정말 궁금하고 공감하고 싶다는 태도로 내담자의 삶의 역사를 탐색하다 보면 놀라운 일들이 일어난다.

이 과정 자체에서 내담자는 자신의 문제를 공감적으로 바라봐 주는 상담자로부터 힘과 용기를 얻는다.

그리고 묻어두었던 저 의식 저편의 기억을 떠올려 내기 위해 노력한다.

이 과정에서 자신의 심리적 문제의 원인을 비교적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이유도 모른 채 일상의 사소한 일에서 마주치던 모호한 부정적이고 불편한 감정들이 분명한 형태를 갖추게 되고, 자기 또는 타인 비난과 죄책감에 점철되어 있던 감정에서 조금씩 해방되는 일이 나타난다.


아마.. 우리는 일평생 이 과정을 반복해 내야 할 것이다.

상담에서 내 문제를 이해하고, 통제 가능할 정도로 작게 만들었다고 한들 그것은 언제라도 다시 나를 집어삼키려 시도할 수도 있다. 하지만 어려움이 다가왔을 때 피하지 않고 다시 마주해보고, 느껴보고, 생각해 보며 상담에서 했던 그대로 나를 수용하고 받아주는 과정에서 어느새 점점 내 문제는 점점 더 작아지고.. 삶의 어느 순간에서 예전과는 달리 어느 정도 통제할 수 있게 될 것이다.



통합을 향하여, 약점을 보는 관점의 변화 : 성장을 위한 통로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내담자는 성장한다.


문제를 문제로만 바라보던 시선에서

문제를 통해 내 삶을 들여다보는 통로로,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애쓰며 문제를 나의 성장의 도구로 삼으며,

문제를 바라보는 관점이 변화된다.


나뿐 아니라 타인에 대해서도, 인생에 대해서도 조금은 더 융통성 있고 넉넉한 관점으로 바라볼 수 있는 힘이 생긴다.

문제를 없애버려야지! 가 아니라 이 문제까지도 기꺼이 끌어안고 성장해 봐야지 하는 자세는 내담자를 자라게 한다.

그냥 문제를 해결하고 싶었을 뿐이었다.

하지만 의외로 문제는 해결되지 않더라도 강하고 튼튼해진 내 마음을 만나게 된다.

그러면 괜찮아진다.


그래서 우리는 상담을 받는다.

상담을 통해 일어나는 내담자의 변화는 지극히 현실적이다.  


상담이 마법이 아니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 하는 일이다.


그렇기에 더 울고 웃으며, 갈등도 겪고 그것을 다시 극복 해내 보기도 하며, 실패하고 또 어느 날은 성공도 하면서..

함께 성장으로 나아간다.







참 의미 있지 않은가?


난 정말 많은 사람들이 상담을 통해 진정으로 자신을 이해하고 성장해 나가길 희망한다.


기꺼이 나를 만나는 용기를 내보길,

마법 같은 일이 벌어지진 않더라도 내 안의 어떤 상처나 약점이라도 끌어안을 수 있는 넉넉함을 얻는 일은 그 어떤 일보다 가치 있을 것임을 나는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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