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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상담하는 쏘쏘엄마 Sep 18. 2022

나에게 번아웃이 찾아왔다는 걸 알아차렸을 때

엄마 소진/ 엄마 번아웃/ 상담자 소진 / 상담자 번아웃


연휴 내내 마블을 돌려보고 웹툰을 봤다.

(역시... 질리지 않는 내 사랑 토르와.. 닥터스트레인지♡)

그리고 틈나는 대로 잤다.


해야 할 일을 가득 안고 왔지만,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 않았다.

어중되게 잡고 있기 싫어서 애들 보는 시간 외에는 다 놓고 놀고 쉬고 먹고 자버렸다.


더 이상 미룰 수가 없어서 할 일들을 가득 안고 1층 도서관에 내려왔다.

놀수록 더 자고 싶었고, 자면 잘수록 더 자고 싶어져서 너무 쉰 건가 투덜대며 할 일 가득 챙겨 가면서.... 몸도 마음도 무거웠는데노트북을 켜고, 앉는 순간 알았다.



"개운해졌구나"


나도 모르게 개운해져 있었다.


오랜만에 개운해진 머리와 마음으로 일을 하고, 글도 쓸 수 있었다.

집으로 와서도 모처럼 진짜 재밌게 아이들과 놀 수 있었다.







'소진'이라는 말의 의미는, 쉽게 말해 영어로는 Burn Out으로 다 타서 없어진다는 뜻이다.

엄마의 소진이라는 말은 엄마가 엄마로서 쓸 수 있는 에너지가 다 타서 없어지는 현상을 의미한다.


엄마로서 해야 하는 일이 오죽 많나.

육아는 기본이요,

청소, 빨래, 요리 등과 같은 살림뿐 아니라

필요한 물품들도 사서 채워 넣어야 되고, 아이들 교육도 챙겨야 되고..

이 밖에 정말 말하기도 치사스럽다고 느껴질 정도지만, 정말 막상 현실에선 엄청나게 손이 많이 가는 다양한 일들이 엄청 많다.

정말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그렇기에 엄마는 번아웃이 오면... 정말 난감하다.

살림이나 챙기는 일들은 아빠나 다른 사람들이 할지 몰라도..

아이들에게는 정서적으로나 신체적으로 엄마 자체라는 특별한 존재의 자리가 있기에 대체자가 없다...


그래서 정말 중요하다. 엄마의 소진 관리.  


하지만 엄마가 번아웃되지 않게 관리하기에 몹시도 어려운 이유는

단 하루라도 마음 편히 쉬거나, 먹거나, 자거나, 놀 수 없기 때문이 아닐까..


특히 아이가 어릴수록 더 하다.

아기가 어리면 어릴수록.. 24시간을 붙어있으니 말이다....


아이가 커도 엄마는 늘 바쁘기에 편히 있을 여유가 많지 않다.

오히려 정서적으로 더 신경 쓸 일이 많아서, 몸은 좀 더 편해졌을지 몰라도 마음만은 훨씬 더 분주하다.


그러니 자꾸 뭔가가 마음에 턱턱 쌓인다.

쌓이고 쌓이다가 어떤 형태로든 그것이 폭발한다.


하다못해 그 좋은 여행을 다녀와도 여독이 풀 시간이 필요한데...

단 몇 시간이라도 엄마도 아무 생각 없이 육독이라는 걸 풀 시간이 필요하지 않을까..


하지만 육퇴 후에도 우리는 너무 바쁘다.


 



상담에서도 상담자의 소진, 상담자의 번아웃이라는 표현을 쓴다.

상담도 육아처럼 마음을 다해 내담자의 마음을 남아내고 성장하게 돕는 과정이 포함되기에, 소진이 올 수밖에 없다.

육아든 상담이든... 누군가를 돌본다는 건, 정말 쉬운 일이 아니다.

그만큼 상담자의 소진 예방과 관리는 상담자의 반드시 지켜야 되는 역할로도 규정될 만큼 엄청나게 중요하다.


상담에서는 소진을 방지하기 위해 중요한 첫 단계는 "내 상태를 알아차리는 것"이라고 한다.


✔️나는 소진되었음을 어떻게 알아차리는가?


나는 사실 앞뒤 안 가리고 달리는 편이라.. 잘 알아차리지 못하는 편이다.

그러다가 갑자기 방전되듯 까무러지는 때가 왔고,

육아는 까무러져도 해야 되는 극한 직업...?이기에 나 나름대로 소진을 알아차리기 위해 애를 써왔다.


분명 우리는 몸과 마음이

"너 지금 소진되어 탈탈 털리기 일보 직전이야!"라고 해주는 몇몇 신호들이 있다.


나의 경우 갑자기 눈물이 나오거나,

남편을 향해서 히스테리식의 분노를 표출하거나,

아무도 만나기 싫어진다거나,


그리고 이번처럼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을 때"도 나에게 소진이 왔음을 오는 신호다.


이럴 땐 아무리 할 게 많아도 멈춰서 마음의 소리를 들어봐야 되는 것 같다.

정신 차리고 내가 다 타서 없어지기 직전이라는 걸 알아차려야 된다. 이대로 계속 가다가는 우울이든 불안이든 뭐가 크게 올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너무 안타까운 사실은 엄마는 절대 가족들의 배려 없이 쉴 수 없다는 게 아닐까..


그래서 너무 힘들다.

엄마가 소진을 예방하고, 번아웃되기 전에 쉬기 위해서는


가족들의 배려, 엄마인 나의 결단, 좋아하는 걸 하고 쉴 수 있는 상황들의 삼 박자가 잘 맞아떨어져야 한다.


절대 쉴 수 있는 상황을 안 만들어주고,

남편이든 옆에서 누군가가 "너도 쉬어야지" 하는 건 만고 의미가 없다..


좋은 의도일지 몰라도 약 올린다는 느낌마저... 들기도 하니까..


그래서 이번이 참 더 고마웠다.

이 삼박자를 내게 맞춰주기 위해 아이들을 포함한 가족들의 배려가 있었을 테니까.

이번처럼 내가 회복되기까지 기다림의 배려를 받으면 나도 그만큼 배려하고 싶어진다.


문득 예전에 블로그에 썼던 글이 떠오른다.



이제야 우리는 겨우 알기 시작했다.
그 어떤 것도 당연한 것이 없음을.

내가 지금 조금 더 편하면
그는 그만큼 조금 더 불편감을 견디고 있다는 것을,
이것이 최선의 배려이고 성숙한 태도임을

-남편과의 치열한 육아 전투 끝에 알게 된 것 中-




이번에 내가 받은 것은 가족들의 넉넉한 배려였음을 다시 한번 마음에 새겨본다.

나 역시도 조금 더 불편함을 견디더라도 최선의 배려를 하는 그런 아내이자, 딸, 며느리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해 본다.


그리고 다음에도 내게 소진 경보가 울릴 때, 용기 내서 내 마음을 나누고 도움을 요청해야겠다는 다짐이 선다.






글로 함께하는 엄마들에게


-당신은 소진 경보가 울린다는 것을 어떻게 알 수 있나요? (일상의 구체적 사건 속에)

-현실적으로 가능한 선에서, 쉬면서 제일 해보고 싶은 일은 무엇인가요?

-누구의 배려가 필요한가요?

-어떻게 이야기해 볼 수 있을까요?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대안이 있나요?


엄마의 소진을 예방하지 않는다면... 소진의 신호를 무시하고 넘긴다면, 나중엔 정말 회복하기 너무 어려울 만큼의 거대한 정서적 어려움이 찾아오는 경우가 많답니다. 그때는 더 힘들게 마음을 치료하고 만져줘야 해요. 그러니, 일상의 순간순간 내 마음의 신호들을 잘 알아차리고, 어떻게 해서든지 내 몸과 마음의 요구에 조금이나마 맞춰주려 노력하는 연습이 우리에게 필요한 것 같아요.


연습이 필요하다는 건, 그만큼 쉽지않고 결단과 의지가 필요하다는 거겠죠....?ㅎㅎ


우리 함께 마음을 잘 지켜나갈 수 있는 엄마로 힘을 내 보자고요 :)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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