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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트별 May 30. 2021

조연, 그 이상으로 빛나는 힘

드라마 <빈센조> 곽동연이 뿜어낸 저력

어이가 없네

영화 <베테랑>의 조태오가 각광을 받았던 이유는 꽤나 다채롭다. 크게 다를 게 있을까 싶은 기존 재벌 2, 3세 캐릭터의 형식에 덧발라진 특유의 고약한 똘끼, 틀을 넘어 자신을 한 단계 더 진화시킨 유아인이란 배우의 힘, 모두의 뇌리에 남겼던 임팩트 있는 대사 하나. 간단해 보이지만 자그마치 3개의 콤비네이션으로 조태오는 영화의 흥행에 박차를 가하는 엔진으로 탁월한 공신이 되었다.


그로부터 5년이 훌쩍 지난 지금, 드라마 <빈센조>의 장한서에게서 조태오를 봤다. 장한서 캐릭터에게 특유의 고약한 똘끼가 있어서? 아니, 있다 해도 장한서보다는 오히려 장한석이 훨씬 더 비교 불가한 개또라이다. 장한서에게 임팩트 있는 대사가 있어서? 글쎄, 딱히 간직할 만한 대사는 없었다.



일리가 있네

그렇다면 왜? '유아인'의 조태오처럼, '곽동연'의 장한서였기 때문이다. 어렵지 않은 역할이 어디 있겠느냐마는, 그 몹시 표현하기 모호한 지점을 아주 맛나게 요리해내는 배우들에게 항상 감탄사를 크게 하나 더 붙일 수밖에 없다.


악역이지만 단순히 나쁨을 넘어서 입체적인, 적당히 찌질하고, 서글서글하게 비굴하며, 티 묻게 멍충하고, 처세도 빛이 나는 그 살갑다 못해 정까지 들게 만드는 진득한 매력의 정수.


그저 등장만으로도 기대를 흠뻑 충족시키는 그 저력. 이런 배우, 이런 캐릭터가 있기에 작품을 더없이 맛있게 즐길 수 있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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