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 대하여
고달픈 직업을 갖고 있다.
영화와 드라마를 오가며 일하는데, 둘은 비슷해 보여도 전혀 다르다.
영화는 제작사와 계약을 맺고 하루 최대 12시간을 찍는다.
촬영지가 지방인 경우가 많아서 열 번 중 여덟 번은 짐을 싸서 내려간다.
드라마는 다르다.
건당 페이를 받는 구조라 제작사도, 스탭도 한 번 모이면 뽑을 수 있는 만큼 뽑는다.
식사 시간 포함 15시간, 여기에 출퇴근 시간까지 더하면 하루가 18시간을 훌쩍 넘는다.
오전 5시 40분에 집을 나서면 다음날 새벽 2시쯤 돌아온다.
그게 보통의 하루다.
그 시간 동안 아내는 혼자였다.
아토피는 나았지만 아내는 여전히 본가에 있었고, 하루 종일 혼자 지냈다.
한약 때문에 치료가 늦어진 것 같아 항상 죄스러웠다.
지방에서 촬영하는 날이면 더 그랬다.
전화기 너머로 아내 목소리를 들으며 현장으로 나갔다.
그러던 중 혼인신고를 했다.
서울 관악구 산 중턱 빌라로 이사를 했고, 아내는 드디어 본가를 나왔다.
그런데 달라진 게 없었다.
아내는 여전히 하루 종일 혼자였고, 나는 10개월째 지방 촬영을 다니고 있었다.
결혼식 준비를 하며 박 터지게 싸웠다.
지방에 있으니 올라가 얼굴을 볼 수도 없었다.
떨어져 있는 시간이 길수록 싸우는 일도 잦아졌다.
그럼에도 아내의 건강해진 피부를 볼 때마다 정말 감사했다.
티격태격 결혼 준비를 하면서 아내의 정신도 조금씩 나아져갔다.
결혼식을 올리고, 하던 작품도 끝났다.
서울로 올라와 출퇴근하는 드라마를 맡게 됐다.
달라진 게 있었다. 휴차에 아내와 함께 있을 수 있었다.
같이 운동을 하러 나갔고, 맛있는 걸 먹으러 돌아다녔고, 집에서 요리도 했다.
별거 아닌 것들이었는데 별거인 것처럼 느껴졌다.
지방 출장을 다니며 항상 꿈꾸던 결혼 생활이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이상한 감정이 들었다.
행복한데 어딘가 비어있는 느낌이었다.
아이를 갖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아내의 몸이 아직 걱정돼 그 마음을 꺼내지 못했다.
그러던 어느 날 인스타그램을 보다가 흰색 강아지 사진을 봤다.
어느 보호소에서 올린 사진이었다.
항상 강아지를 데려온다면 보호소에서 데려오자던 아내와의 약속이 떠올랐다.
사진 속 강아지 눈 코 입이 묘하게 마음을 잡아당겼다.